[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36] <아바타: 불과 재>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009년(사실 훨씬 이전부터)부터 '판도라' 행성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바타: 불과 재>는 그가 이 푸른 세계에 쏟아붓는 집착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197분 동안 우리는 다시 한번 나비족의 투쟁을 지켜본다. 문제는 이 투쟁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이다. 2022년 <아바타: 물의 길>을 본 관객이라면 이번 영화에서 데자뷔를 느낄 수밖에 없다.
영화는 전편의 비극적 결말 직후부터 시작한다.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첫째 아들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들의 죽음은 가족 전체를 흔들어놓았다. '제이크'는 군인 시절의 냉혹함으로 회귀하고, '네이티리'는 인간에 대한 증오를 키워간다. 둘째 아들 '로아크'(브리튼 달튼)는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방황한다.
'설리' 가족이 입양한 인간 소년 '스파이더'(잭 챔피언)는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판도라'의 공기를 마실 수 없는 그는 산소 마스크에 의존해 살아간다. '제이크'는 '스파이더'의 안전을 위해 그를 인간 거주지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가족은 바람 상인 '틸라림족'의 거대한 공중 선박에 올라타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평화로운 이별이 아니다. 화산 폭발로 모든 것을 잃고 '판도라'의 생명 네트워크라 할 수 있는 '에이와'를 저주하게 된 재의 부족 '망콴족'이 습격해온다.
'망콴족'을 이끄는 '바랑'(우나 채플린)은 파괴와 약탈로 생존하는 전사 주술사다. '바랑'은 '마일스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과 손잡고 인간의 무기를 손에 넣는다. '나비족 대 인간'이라는 단순한 구도는 이제 '나비족' 내부의 균열로 복잡해진다. '설리' 가족은 흩어지고, '스파이더'는 인간들에게 붙잡힌다. '키리'(시고니 위버)는 '에이와'와의 교감에 실패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거대한 고래 같은 생명체 '툴쿤'들은 자신들을 사냥하는 인간들에 맞서 싸울 것인가를 두고 회의를 연다. 모든 갈등은 최종 전투로 수렴된다. 그리고 그 전투는 우리가 이미 두 번이나 본 것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 영화에는 생성형 AI가 1초도 사용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18개월간의 퍼포먼스 캡처 촬영, 한 번에 최대 16대의 카메라 동원, 3,382개의 시각효과 샷. 숫자만 들어도 숨이 막힌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가 100% 포착됐다"라며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결합을 자랑했다. 실제로 비주얼은 압도적이다. 웨타 FX의 기술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IMAX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물방울 하나, 불꽃 하나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메두소이드'라 불리는 152미터 크기의 해파리형 생명체가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은 경이롭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감동의 진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2009년 첫 <아바타>가 보여준 '신세계의 충격'은 이제 희미하다. 2022년 <아바타: 물의 길>의 수중 퍼포먼스 캡처가 선사한 '불가능의 가능화'도 이제는 예상 가능한 범주에 들어왔다. <아바타: 불과 재>는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지만, 우리의 눈은 이미 익숙해져 있다. 특히 HFR(High Frame Rate) 3D는 양날의 검이다. 선명함이 주는 몰입감도 있지만, 갑자기 튀어나오는 24fps 장면과의 괴리감은 시각적 피로를 불러온다. 어떤 순간엔 최첨단 디지털 아트를, 어떤 순간엔 고급 비디오 게임 컷신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바타: 불과 재>의 가장 큰 문제는 서사의 반복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공동 각본가 릭 재파, 아만다 실버는 2편과 3편을 하나의 긴 스크립트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두 영화는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설리' 가족이 새로운 부족과 조우하고, 아이들이 납치되고, '제이크'와 '쿼리치'가 대결하고, 거대한 해양 생물들이 전투에 참여하는 패턴이 그대로 반복된다.
'바랑'이라는 매력적인 빌런의 등장은 초반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우나 채플린은 광기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발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붉은 전투 페인팅을 한 '바랑'이 '쿼리치'와 환각제 의식을 치르는 장면은 이 시리즈에서 본 적 없는 어둠을 보여준다. 그러나 '바랑'은 중반 이후 거의 사라진다. '바랑'의 서사는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채 '쿼리치'의 복수극에 흡수된다. <에이리언 2>(1986년), <터미네이터 2>(1991년)에서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창조했던 카메론이 보여준 것치고는 너무 아쉬운 처리다.
'스파이더' 캐릭터의 과도한 비중도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로아크'의 내레이션은 중간중간 끊기며 일관성을 잃는다. '키리'의 신비로운 능력은 플롯의 필요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진다. 시고니 위버가 10대 소녀를 연기하는 것도 여전히 어색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메시지도 모순으로 가득하다. 영화는 자연과의 조화, 평화주의, 반군사주의를 설파한다. 하지만 가장 짜릿한 순간은 첨단 무기가 난무하는 전투 장면이다. '나비족'이 인간의 총을 들고 싸울 때 우리는 환호한다. 영화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비판하지만, 그 자체로 4억 달러짜리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토착민의 순수함을 찬양하지만, 그들을 구원하는 건 결국 백인(혹은 전 백인) 영웅이다.
그럼에도 <아바타: 불과 재>가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최종 전투 시퀀스는 육해공을 아우르며 펼쳐진다.' 툴쿤'들이 수면을 뚫고 솟구치고, '나비족'이 '밴시'를 타고 하늘을 가르고, 인간의 전함이 폭발한다. 이 모든 것이 3D로 눈앞에서 펼쳐질 때,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같은 돈을 내고 더 긴 영화를 보는 게 이득 아니냐"고 농담했지만, 197분은 명백히 과하다. OTT 시대에 극장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그의 의지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가치는 러닝타임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에서 나와야 한다. <아바타> 시리즈는 그 4편과 5편이 예정되어 있지만(물론 이 역시 흥행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직접 연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어쩌면 그 자신도 '판도라'에 지쳐가는 것은 아닐까? ★★★
2025/12/17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 영화 리뷰
- 제목 : <아바타: 불과 재> (Avatar: Fire and Ash, 2025)
- 개봉일 : 2025. 12. 17.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97분
- 장르 : SF, 액션, 모험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제임스 카메론
- 출연 :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케이트 윈슬렛 등
- 화면비율 : 1.90:1(IMAX)/2.39:1(일반)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