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구'가 첫 주인공인 '짱구 극장판', 어땠나?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137]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by 양미르 에디터
4920_5317_491.jpg 사진 = 영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 CJ ENM

'떡잎마을 어린이 엔터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짱구'(코바야시 유미코/박영남 목소리)와 '떡잎마을 방범대'는 인도로의 초청 여행이라는 상품을 거머쥔다. '맹구'(사토 치에/정유정 목소리), '철수'(마시바 마리/여민정 목소리), '유리'(하야시 타마오/정유미 목소리), '훈이'(이치류사이 테이유우/정혜옥 목소리)가 함께하는 인도 무대. 여행의 설렘 속에서 '짱구'와 '맹구'는 수상한 잡화점에서 코 모양의 기묘한 배낭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이끌린 '맹구'는 배낭의 콧구멍에 꽂혀 있던 종이를 홀린 듯 자신의 코에 꽂아버리고, 그 순간부터 알 수 없는 힘이 '맹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 종이는 사람의 욕망을 극대화시켜 무자비한 폭군으로 변모시키는 힘을 지녔다. 순둥이 '맹구'는 콧물을 잃고 흑화한다. "나에 대해 다 아는 척하지 마"라는 냉정한 말을 던지며 '맹구'는 '짱구'와 친구들에게서 멀어진다. 세계를 뒤흔드는 위협이 된 '맹구'를 되찾기 위해 '짱구'와 '떡잎마을 방범대'는 댄스와 우정의 힘으로 '맹구'를 구하려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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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의 역사를 가진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에서 맹구가 처음으로 주인공 자리에 섰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크다.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은 인터뷰에서 "'맹구'는 여러 가지 돌을 줍는다. 그게 평범한 돌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자, 주위 친구들의 좋은 구석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맹구'를 "슬로 라이프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정의하며, "다른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나 사물의 좋은 점을 느리지만 착실히 지켜낼 수 있는 아이"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감독이 '짱구'와 '맹구'를 닮은 캐릭터로 본다는 것이다. "'짱구'는 상대가 누구라도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맹구'는 조용하고 차분한 면도 있지만 심지가 곧은 아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두 캐릭터는 표면적으로는 정반대지만 내면의 신념에서는 일치한다. 영화는 이런 대비를 계속 의식하며 만들어졌고, "서로 다른 부분이 있으면서도, 대비를 통해 두 사람이 닮아있다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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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춤과 노래를 본격적인 소재로 삼은 이번 극장판은 인도 배경답게 발리우드 스타일의 군무와 음악으로 화면을 채운다.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은 "인도 영화의 댄스 장면을 찾아보면서, 어떻게 해야 그 분위기가 살지 많은 연구를 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각본과 미술 스태프들이 인도 로케이션 헌팅을 다녀왔고, "엄청 매운 카레와 뜨거운 태양"까지 직접 체험했다고.

댄스 장면의 완성도는 인정할 만하다. 움직임 구상부터 안무를 어떤 컷에 나눌지까지 세심하게 기획했고, 음악에 맞춰 영상을 만드는 작업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감독은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중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컷이 많았을 만큼, 공이 더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나는 인기 짱이야'를 인도풍으로 편곡한 짱구의 솔로 댄스 곡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반가운 지점이다. 락, 팝 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12곡의 수록곡들은 영화 내내 경쾌한 리듬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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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화려한 장치가 결국 익숙한 이야기 구조 안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맹구'가 흑화한다는 설정, <탑건> 시리즈의 붐을 오마주한 듯한 비행 시퀀스, 인도라는 이국적 무대는 분명 신선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 파격적인 설정들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한다. 친구가 빌런이 되고, 그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우정의 힘으로 결국 회복된다는 공식은 최근 시리즈가 반복해온 패턴 그대로다.

물론, 영화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맹구', 니가 맹꽁이가 되든 맹견이 되든 맹수가 되든 나는 너랑 놀고 싶어. 너랑 같이 즐겁게 놀고 싶어. 쭉 놀고 싶어"라는 '짱구'의 대사는 역대 극장판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감동적이다. 친구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데 조건이 필요 없다는 메시지는 명료하고 따뜻하다. '맹구'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탐구했다는 시도 자체도 의미가 있다. 32년 만에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맹구'는 비록 완전히 악역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감정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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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이 강조한 "아이들을 고려하면서도 작품 자체는 제대로 완성해 나가고 싶다"라는 철학은 곳곳에서 느껴진다. "아이들용이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영화는 성의 없는 작품이 아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보인다. ★★★


※ 영화 리뷰
- 제목 :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Crayon Shin-chan the Movie: Super Hot! The Spicy Kasukabe Dancers, 2025)
- 개봉일 : 2025. 12. 24.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06분
- 장르 : 멜로/로맨스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하시모토 마사카즈
- 목소리 출연 : 박영남, 소연, 김환진, 정유정, 여민정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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