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배우, 좋은 음악, 나쁜 각본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51] <태양의 노래>

by 양미르 에디터
4423_3651_3742.jpg 사진 = 영화 '태양의 노래' ⓒ (주)바이포엠스튜디오

햇빛을 받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희귀질환 'XP 증후군'을 앓고 있는 '미솔'(정지소)은 밤에만 외출이 가능한 20대 청년이다. 매일 집 앞에서 과일을 파는 트럭 청년 '민준'(차학연)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짝사랑에 빠진 '미솔'은 어느 날 밤 용기를 내어 '민준'에게 다가간다. 배우의 꿈을 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버지의 과일 장사를 도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민준' 역시 '미솔'의 순수한 매력에 끌린다. 두 사람은 태양이 지고 난 후부터 떠오르기 전까지의 제한된 시간 동안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연애를 시작한다.


'미솔'과 '민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미솔'은 숨겨두었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민준'의 응원에 힘입어 자신의 곡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점차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민준'도 '미솔'의 지지 속에서 본격적인 배우 활동에 도전한다. 하지만 '미솔'의 병세는 점점 악화하고, 두 사람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대한 많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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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노래>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도 꿈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2006년 일본에서 시작되어 2018년 미국에서 <미드나잇 선>으로 리메이크되었던 이 이야기가 이제 한국의 손을 거쳐 세 번째 버전으로 탄생한 것. 조영준 감독은 원작의 10대 주인공을 20대로 변경하며 "현재의 젊은 세대, 관객들이 어떻게 이 영화를 부담감 없이 느낄 수 있을 것인지에 가장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와는 달리, 한국 버전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클리셰들로 인해 현대 관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눈에 띄는 문제는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부모들의 개입이다. '미솔'과 '민준'의 로맨틱한 순간에는 아버지 '광길'(정웅인)이 나타나며, 심지어 '미솔'이 친구와 키스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머니 '경순'(진경)이 등장해 이들을 레즈비언 관계로 오해하는 에피소드까지 삽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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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길'이 딸의 키스 순간을 목격하고 막대기를 들고 '민준'을 위협하는 장면은 구시대적 아버지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 버전에서 딸의 연애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아버지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2025년 현재의 관객들에게는 이러한 과보호적이고 권위적인 부모상이 답답하고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조영준 감독이 "20대 관객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위로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거리감을 조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음악에 있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생애 첫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여 메인 테마곡 '조각별'을 비롯해 총 4곡의 OST를 완성했다. 조영준 감독은 "이찬혁 음악감독은 시나리오에 대한 해석력이 굉장히 뛰어났고, 노래를 한번 듣자마자 소름이 확 돋았다"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정지소의 가창력과 결합한 이찬혁의 음악은 영화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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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소와 차학연의 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정지소는 "시나리오만 봐도 영화가 굉장히 예쁘게 그려질 것 같아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참여 소감을 밝혔는데, 실제로 정지소는 '미솔'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해 냈다. 스크린 데뷔작인 차학연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민준 캐릭터의 따뜻함과 진정성을 표현했다. 조영준 감독은 차학연에 대해 "연기에 임하는 태도만큼은 작금의 배우 중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도 반복되는 클리셰와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 앞에서는 빛이 바랜다. 세 번의 리메이크를 거치면서 안전한 연출 방식들이 반복되다 보니, 뻔한 패턴들이 더욱 강화된 느낌이다. 결국, <태양의 노래>는 좋은 배우들과 훌륭한 음악을 갖추고도, 시대에 뒤떨어진 연출 방식으로 인해 현대 관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 아쉬운 작품이 됐다. ★★

2025/06/16 CGV 왕십리

※ 영화 리뷰
- 제목 : <태양의 노래> (Midnight Sun, 2025)
- 개봉일 : 2025. 06. 11.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09분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2세 관람가
- 감독 : 조영준
- 출연 : 정지소, 차학연, 정웅인, 진경, 권한솔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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