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등지고 달리는 청춘들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52]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by 양미르 에디터
4424_3655_1636.jpg 사진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 찬란

조정이라는 스포츠는 참으로 역설적이다. 결승점을 등지고 달리는 선수들처럼,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그 끝을 볼 수 없는 것이 청춘과 닮아있다. 사쿠라기 유헤이 감독의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는 바로 이런 역설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3D CG라는 새로운 옷을 입혀 우리 앞에 선보인다.


미츠히가시 고등학교의 평범한 2학년 '에츠코'(아마미야 소라 목소리)는 어린 시절 '에츠 언니'라 불리며 주목받던 시절을 뒤로 하고, 이제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에츠코'에게 전학생 '리나'(타카하시 리에 목소리)가 제안한 것은 바로 조정부 가입이었다. 최소 인원수를 맞추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에츠코'는 점차 조정이라는 스포츠가 주는 특별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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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부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소녀들이 모인다. '에츠코'의 절친이자 분위기메이커 '히메'(이토 미쿠 목소리), 거친 어조로 유명하지만 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타에코'(키토 아카리 목소리), 그리고 '타에코'의 라이벌 '마유미'(하세가와 이쿠미 목소리)까지. 이들은 서로 다른 속도와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조정이라는 스포츠 앞에서는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개인의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팀원과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배는 제대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조정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선수들이 결승선을 등지고 경기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그 끝을 직접 볼 수 없는 조정은 미래를 알 수 없는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다. '에츠코'와 친구들 역시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서로의 호흡소리와 노 젓는 리듬만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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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기 유헤이 감독은 이런 조정의 특성을 작품 전반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그는 제작진과 함께 직접 조정 연습에 참여하며 서투른 모습까지 촬영해 가며 작품의 리얼리티를 추구했다고 한다. 또한 작품의 무대인 마츠야마 현지에서 녹음한 바닷소리, 매미 울음소리, 불꽃 터지는 소리를 그대로 사용해 생생함을 더했다. 이런 세심한 노력들이 모여 조정이라는 스포츠가 가진 고유한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스크린 위에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감독이 "하늘의 색이 캐릭터의 심정에 맞게 변화하길 바랐다"라고 밝힌 것처럼,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는 3D CG만이 가능한 독특한 시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채도를 높게 설정해 여름의 분위기를 선명하게 표현했고, 다양한 카메라 워크로 역동적인 조정 장면들을 탄생시켰다. 특히 3D 공간에 보트를 띄우고 카메라로 찍어가며 연출한 레이스 시퀀스들은 실사로는 불가능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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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캐릭터들의 감정 표현이다. 니시다 아사코의 캐릭터 디자인과 성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어우러져, 기존 3D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느껴지던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미야 소라가 "'에츠코'의 첫 대사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좌절에 대해서 말하는 독백이었다. 그 에피소드가 현실적이라서 더 인상 깊었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캐릭터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 '포기하지 마라.' 하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에츠코'가 조정부 친구들에게 "더 잘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승부욕이 아니라,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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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스포츠다. 아무리 개인 능력이 뛰어나도 팀원과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는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함께 노를 저으며 살아간다. 때로는 리듬이 맞지 않아 헤매기도 하고, 때로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물살을 가르기도 한다.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는 그런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한 작품이다. 반짝이는 여름 햇살 아래에서 함께 땀 흘리며 노를 저었던 그 시간이, 평생 가슴 속에 남을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임을 조용히 속삭인다. ★★★

※ 영화 리뷰
- 제목 : <기빗올: 우리들의 썸머> (Give It All, 2024)
- 개봉일 : 2025. 06. 18.
- 제작국 : 일본
- 러닝타임 : 95분
- 장르 : 애니메이션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사쿠라기 유우헤이
- 목소리 출연 : 아마미야 소라, 이토 미쿠, 타카하시 리에, 키토 아카리, 하세가와 이쿠미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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