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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교차점에서 만난 여름 성경학교의 추억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65] <킹 오브 킹스>

by 양미르 에디터
4523_3962_3656.jpg 사진 = 영화 '킹 오브 킹스' ⓒ (주)디스테이션

북미에서는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는 미국 시장을 겨눈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는 2025년. 이런 문화적 교차 현상 자체가 우리 시대의 흥미로운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킹 오브 킹스>는 바로 그 교차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극장을 나오며 든 첫 번째 생각은 "어린이 여름성경학교에 온 느낌"이었다.


장성호 감독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킹 오브 킹스>는 분명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360억 원의 순수 국내 자본, 북미 6,000만 달러 흥행, <기생충>(2019년)을 넘어선 한국영화 북미 흥행 1위. 숫자만 보면 대단한 성취다. 하지만 <킹 오브 킹스>는 보고 나면 이상한 괴리감이 든다. 마치 완벽하게 계산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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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할리우드 기준의 완성도를 갖추는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소구할 수 있는 친숙한 원작이어야 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찰스 디킨스의 미공개 원고 <우리 주님의 생애>였고, 예수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소재였다. 전략적으로는 완벽했다. 그런데 바로 이 전략적 완벽함이 <킹 오브 킹스>의 한계이기도 하다.

장 감독이 30년간 VFX에서 쌓은 노하우는 분명 화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김우형 촬영감독과 함께 구축한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 언리얼 엔진 기반의 실시간 시뮬레이션은 확실히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다. 폭풍우 치는 갈릴리 호수를 걷는 '예수'(오스카 아이삭/진선규 목소리)의 모습, 붉은 사막이 펼쳐진 광야의 장관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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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케네스 브래너/이병헌 목소리)가 아들 '월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최하리 목소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통해 2,000년 전 예수의 삶과 현재를 연결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놓쳐버린 것 같다. '월터'가 '예수'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과정이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예측할 수 있다. "아서왕보다 더 위대한 왕"이라는 설정도 교훈적이긴 하지만, 아이의 진짜 호기심이나 의문보다는 어른이 만든 '교육적 순간'에 가깝다.

장성호 감독은 "보편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병헌은 "종교를 넘어선 역사 속 인물을 다룬 이야기"라며 작품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리뷰에서 지적된 "아무리 어린이 대상이라고 해도,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단순한 선악 구조로 축소하는 것"이 과연 '보편적 사랑'의 메시지와 일치하는지도 생각해 볼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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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감독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어린이들에게 충격적일 수 있는 십자가형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분명 까다로운 문제였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년)와 달리, '예수'가 채찍질 당하는 장면을 기둥 뒤로 숨기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도 상당히 순화해서 보여준다. 피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가시관을 쓴 '예수'의 모습도 고통보다는 숭고함에 방점을 둔다.

이렇게 만들어진 <킹 오브 킹스>의 상업적 성공은 부정할 수 없다. 북미에서 시네마스코어 A+, 로튼 토마토 관객 점수 98%를 기록했다. 이는 명백히 시장의 갈증을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력과 기획력을 보여줬고, 순수 국내 자본으로도 세계적 성공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질문들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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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원하는 K-애니메이션의 미래가 이런 모습일까? 철저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안전한 소재를 선택하고, 검증된 공식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일까? 미야자키 하야오나 픽사 애니메이션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기술적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지 않나. 다음에는 좀 더 모험적이고, 좀 더 진솔한, 그래서 좀 더 재미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만나고 싶다. 시장의 성공보다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작품 말이다. ★★★

2025/07/02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킹 오브 킹스> (The King of Kings, 2025)
- 개봉일 : 2025. 07. 16.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101분
- 장르 : 애니메이션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장성호
- 목소리 출연 :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아이삭, 우마 서먼, 포레스트 휘태커, 피어스 브로스넌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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