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캐릭터에서, 진짜 주인공이 된 남자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66]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사진 = 영화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 CJ ENM28년. 1997년부터 시작된 <극장판 명탐정 코난> 시리즈가 걸어온 시간이다. 그 긴 여정 동안 우리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봐왔다. '괴도 키드', '아무로 토오루', '아카이 슈이치', '나가노현 3인방'까지. 하지만 정작 '잠자는 명탐정'이라 불리는 '모리 코고로'(코야마 리키야/이정구 목소리)는 언제나 조연의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개그 릴리프' 역할에 충실했다.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의 시게하라 카츠야 감독은 "아오야마 고쇼(원작자) 선생님께서 '코고로를 활약하게 하고 싶네요'라고 하신 것이 이번 이야기의 시작이 됐다"라고 언급했다. 단순한 한 마디였지만, 그것이 시리즈 전체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모리 코고로'라는 캐릭터를 생각해보자. 원래는 경시청 소속의 유능한 형사였지만, 어떤 이유로 퇴직 후 탐정이 되었고, 그 이후로는 줄곧 '잠자는 명탐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누려왔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항상 '코난'의 마취침과 음성 변조기가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다르다. "이번엔 잠들지 않아!"라는 카피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는 걸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말로 잠들지 않는다. '에도가와 코난'(타카야마 미나미/김선혜 목소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추리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결론에 도달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모리 코고로'의 '짠함'이었다. 그 짠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과거 형사 시절 동료였던 '와니(사메타니 코지)'(히라타 히로아키/오인성 목소리)의 죽음. '모리 코고로'에게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진짜 형사였던 시절, 진짜 수사관이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시절을 함께했던 동료에 대한 책임감. 각본을 맡은 사쿠라이 타케하루는 "사람은 상실감조차도 사건을 일으키거나, 또는 사건을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는가?"를 테마로 했다고 밝혔다.
나가노현 3인방인 '야마토 칸스케'(타카다 유지/현경수 목소리)는 어릴 적 믿고 따르던 순경을, '우에하라 유이'(코시미즈 아미/김율 목소리)는 남편을, '모로후시 타카아키'(하야미 쇼/김기흥 목소리)는 부모님과 남동생을 잃었다. 그리고 '모리 코고로'는 동료를 잃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모리 코고로'만은 잃기 전에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그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보도자료를 읽다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는데, '모리 코고로'가 "세계관 내 최고 사격수"라는 설정이다. 이는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한다. 과거 형사 시절의 실력, 그리고 현재 탐정으로서의 경험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시너지. 이번 작품에서 '모리 코고로'가 보여주는 사격 장면들은 캐릭터의 정체성 회복을 의미한다. 특히 이정구 성우의 더빙으로 만들어진 '모리 코고로'의 감정은 이 캐릭터를 지켜봐온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한편, 음악 감독 칸노 유고가 4년 연속으로 참여한 것도 이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그의 음악은 '모리 코고로'의 감정적 순간들을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울려 퍼지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대표 OST인 색소폰 선율이 '모리 코고로'의 활약 장면과 만날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
※ 영화 리뷰
- 제목 :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Detective Conan: One-eyed Flashback, 2025)
- 개봉일 : 2025. 07. 16.
- 제작국 : 일본
- 러닝타임 : 110분
- 장르 : 애니메이션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시게하라 카츠야
- 목소리 출연 :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구치 캇페이,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타카다 유지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