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들을 위한 '분노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72] <배드 가이즈 2>

by 양미르 에디터
4558_4091_5431.jpg 사진 = 영화 '배드 가이즈 2' ⓒ 유니버설 픽쳐스

<배드 가이즈 2>는 전편(2022년)에서 갱생을 선언한 '울프'(샘 록웰/신용우 목소리) 일당이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리더 '울프'는 자신이 세 번이나 털었던 은행에 취업 지원을 하고, '피라냐'(안소니 라모스/정주원 목소리)와 '샤크'(크레이그 로빈슨/김현수 목소리), '타란툴라'(아콰피나/원에스더 목소리) 역시 '경력 공백기'를 설명하기 어려워 면접마다 거절당한다.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과 달리 차가운 현실은 이들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그들 앞에 더 나쁜 녀석들 '배드 걸즈'가 등장한다. 눈표범 '키티'(다니엘 브룩스/전숙경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 이 조직은 희귀 금속 '맥거핀나이트'로 만든 거대한 자석을 이용해 전 세계의 금을 훔치려는 우주 규모의 범죄를 계획한다. 이들은 '배드 가이즈'를 교묘하게 함정에 빠뜨려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계획에 협력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한다. 결국 '배드 가이즈'는 진짜 악역들을 막고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진출하는 전례 없는 모험에 나서게 된다.

4558_4092_5451.jpg

유니버설이 배급해서 그런지, <배드 가이즈 2>는 아이들을 위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는 느낌이 강했다. 이 '녀석들'은 앞으로 어디까지 갈까? <배드 가이즈 2>는 전편의 소규모 은행털이에서 우주선 도난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로 도약했다. 이는 마치 <분노의 질주>(2001년)가 스트리트 레이싱에서 국제 첩보 액션으로 진화해 온 과정과 닮아있다. 다만 이번엔 주인공들이 동물이고, 주요 관객이 어린이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피에르 페리펠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 제작진은 애런 블레이비 원작 도서에서 "우주복 안에 갇힌 '피라냐'가 방귀로 추진력을 만들어 탈출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단순한 개그였던 이 아이디어가 영화 전체의 핵심 축으로 발전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분노의 질주>가 초기작의 작은 아이디어들을 거대한 액션 시퀀스로 확장해 온 방식과 유사하다.

4558_4093_550.jpg

감독은 로켓 발사 시퀀스 제작을 위해 <아폴로 13>(1995년), <인터스텔라>(2014년)는 물론 NASA와 스페이스X의 실제 로켓 발사 영상까지 참고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철저한 고증은 어린 관객들에게도 진짜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결과적으로 우주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만화적 상상력을 넘어 실제 물리법칙을 바탕으로 한 스펙터클을 구현해 냈다.

전편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1995년)과 <오션스 일레븐>(2001년)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속편은 명확하게 <미션 임파서블>과 <007> 시리즈를 겨냥하고 있다. 이런 장르적 변화는 모방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배드 가이즈'들이 헬리콥터에서 우주선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은 톰 크루즈의 실제 스턴트를 연상시키지만, 애니메이션의 자유로움 덕분에 훨씬 더 과감한 연출이 가능했다.

4558_4094_5510.jpg

흥미롭게도 <배드 가이즈 2>는 액션 스케일만 키운 게 아니다. 캐릭터들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들은 오히려 더 세밀해졌다. '울프'가 자신이 세 번이나 털었던 은행에 취업 지원을 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씁쓸함은 실제 사회 복귀자들이 겪는 편견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경력 공백기에 뭘 했냐"라는 면접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피라냐'의 모습에서는 현실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런 디테일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패밀리'라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배드 가이즈>는 이를 더 직접적으로, 그리고 교육적으로 접근한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회장 마지 콘의 말처럼 "기상천외한 코미디와 진정성 있는 감정선을 균형 있게 조율"한 결과다.

4558_4095_5523.jpg

<분노의 질주>가 9편에 걸쳐 지구를 벗어나 우주까지 진출했듯, <배드 가이즈> 시리즈도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미 2편에서 우주까지 진출했으니, 3편이 만들어진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실사영화보다 훨씬 자유로운 상상력 구현이 가능하므로, '이 녀석'들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지, 그 여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할 것이다. ★★★


2025/07/22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배드 가이즈 2> (The Bad Guys 2, 2025)
- 개봉일 : 2025. 07. 30.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04분
- 장르 : 애니메이션, 액션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피에르 페리펠
- 목소리 출연 : 샘 록웰, 마크 마론, 크레이그 로빈슨, 안소니 라모스, 아콰피나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K-좀비, '생존 VS 감염'의 구도에서 벗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