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성피로 아저씨의 휴가 대작전, 팝콘 영화로는 만족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83] <노바디 2>

by 양미르 에디터
4612_4264_2334.jpg 사진 = 영화 '노바디 2' ⓒ 유니버설 픽쳐스

2021년 밥 오덴커크라는 예상치 못한 액션 히어로의 탄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노바디>가 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평범한 회계사로 보였던 '허치 맨셀'(밥 오덴커크)이 사실은 전직 특수요원이었다는 반전과 함께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로 펼친 통쾌한 액션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 이제 그의 정체가 모두 밝혀진 상황에서 <노바디 2>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노바디 2>는 전작의 사건으로 인해 3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빚을 지게 된 '허치'가 이를 갚기 위해 본격적인 킬러로 복귀한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밤낮없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오는 '허치'. 아내 '베카'(코니 닐슨)는 점점 실망감을 드러내고, 아들 '브래디'(게이지 먼로)는 아버지가 자신의 경기를 보러오지 않은 것에 대해 차갑게 대답하며, 어린 딸 '새미'(페이즐리 카도라스)는 아버지의 존재감조차 희미해 보인다.

4612_4265_2352.jpg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허치'는 가족 여름휴가를 제안한다. 목적지는 어린 시절 아버지 '데이비드'(크리스토퍼 로이드)와 함께 다녔던 추억의 장소, '플러머빌'이다. 하지만 '플러머빌'은 '허치'의 기대와 달리 낡고 초라한 워터파크가 있는 시골 마을로 변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범죄 조직의 본거지라는 사실이다.

부패한 보안관 '에이블'(콜린 행크스)과 테마파크 운영자 '와이어트'(존 오티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악랄한 범죄 조직의 보스 '렌디나'(샤론 스톤)까지. 게임센터에서 일어난 사소한 시비는 곧 '허치'와 그의 가족을 거대한 위험 속으로 빠뜨리고, 평화로운 가족 휴가는 다시 한번 피비린내 나는 생존 게임으로 변한다.

4612_4266_245.jpg

<노바디 2>에는 전작이 가졌던 짜릿한 서프라이즈가 없다. "평범한 아저씨가 사실은 킬러였다"는 반전은 이미 소모됐고, 이제 우리는 '허치'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매력은 무엇일까? 티모 타잔토 감독은 이 문제를 장르적 즐거움과 가족 코미디의 결합으로 해결하려 한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그는 <밤이 온다>(2018년), <빅 4>(2022년) 등에서 화끈하고 잔혹한 액션 연출로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노바디 2>에서 그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근접 격투와 창의적 무기 활용을 허치라는 캐릭터에 맞게 조율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지는 360도 회전 촬영 액션, 오리 보트 위에서의 난투극, 그리고 놀이공원을 거대한 부비트랩으로 만든 클라이맥스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최종 대결에서 펼쳐지는 놀이공원 액션은 성인용 <나 홀로 집에>(1990년)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케빈 맥칼리스터'가 어른이 되어 진짜 살인무기를 다룬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제작진이 실제로 맨땅에 놀이공원을 지어 촬영했다는 사실도 이런 시퀀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4612_4268_2433.jpg

밥 오덴커크의 캐스팅은 여전히 이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이다. <베터 콜 사울> 시리즈에서 보여준 특유의 말발과 재치, 그리고 어딘가 지쳐 보이는 중년 남성의 모습은 액션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허치'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는 '제이슨 본'처럼 완벽한 킬링머신이 아니라, 맞으면 아프고 지치면 힘들어하는 평범한 아저씨다.

하지만 <노바디 2>는 하나의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영화는 분명 가족의 화합과 유대감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으며, 실제로 10대 자녀들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허치'가 아들에게 "폭력 말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4612_4269_2446.jpg

그런데 정작 그 메시지를 들어야 할 10대들은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전작이 15세 관람가였던 것과 달리, <노바디 2>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감독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이는데, 액션의 잔혹성이 전작보다 한층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이는 영화의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드는 요소다. 가족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가족이 함께 볼 수 없는 영화가 된 셈이다.

<노바디 2>의 또 다른 볼거리는 샤론 스톤이 연기하는 악역 '렌디나'다. <원초적 본능>(1992년)으로 전 세계적 스타가 된 샤론 스톤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빌런으로 돌아왔다. 정장을 차려입고 뒤로 넘긴 머리, 그리고 냉혹한 눈빛으로 카지노를 장악하고 있는 '렌디나'는 전형적인 갱스터 보스의 모습이지만, 샤론 스톤 특유의 카리스마가 캐릭터에 독특한 매력을 부여한다. 특히 카지노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손님의 손에 칼을 꽂는 장면은 '렌디나'의 잔혹함과 동시에 일종의 의식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4612_4267_2420.jpg

결국, <노바디 2>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팝콘 영화로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89분이라는 적당한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액션과 코미디가 이어지며, 밥 오덴커크 특유의 캐릭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전작의 참신함은 사라졌지만, 대신 장르적 완성도와 오락성에 더 집중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깊이 있는 메시지나 완벽한 서사보다도, 그냥 재미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

2025/08/21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노바디 2> (Nobody 2, 2025)
- 개봉일 : 2025. 08. 27.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89분
- 장르 : 액션, 코미디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 티모 타잔토
- 출연 : 밥 오덴커크, 샤론 스톤, 코니 닐슨, 존 오티즈, 르자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드라마 강점을 되풀이하려다 단점만 더 보이는 안타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