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르의 영화영수증 #86] <프리키 프라이데이 2>
2003년 <프리키 프라이데이>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의 베테랑다운 코미디 장악력과 린제이 로한의 신인다운 자연스러움, 그리고 두 배우 사이의 절묘한 케미스트리가 바디 체인지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현실감 있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프리키 프라이데이 2>는 과연 그 마법을 재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니샤 가나트라 감독은 속편 제작 배경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속편이 나오기에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언급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인생 2막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린제이 로한 역시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수의 넷플릭스 작품을 통해 돌아온 시점에서 나온 이 발언은 속편이 기획된 현실적 이유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두 배우 모두 커리어상 이 프로젝트가 필요한 순간이었고, 관객들 역시 그들의 건재함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영화는 현실의 시간과 극 중 시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한때 반항적인 10대였던 '애나'(린제이 로한)는 이제 싱글맘이 되어 딸 '하퍼'(줄리아 버터스)를 키우고 있다. 심리학자였던 '테스'(제이미 리 커티스)는 여전히 상담업에 종사하며 손녀와 딸의 육아를 도우려 한다. 그런데 '애나'가 스타 셰프 '에릭'(매니 자신토)과 사랑에 빠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진다. '에릭'의 딸 '릴리'(소피아 해먼스)와 '하퍼'는 학교에서 앙숙 관계인데, 부모들의 결혼으로 인해 의붓자매가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편이 엄마와 딸 두 명의 바디 체인지였다면, 이번엔 네 명이 얽히는 구조다. '애나'는 딸 '하퍼'와 '테스'는 '릴리'와 몸이 뒤바뀐다. '점성술사'(바네사 베이어)가 "잘못된 마음을 바꿔야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예언을 남긴 후 벌어지는 이 사태는, 결혼을 36시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나 긴박감을 더한다. '하퍼'와 '릴리'는 어른의 몸을 빌려 부모들의 결혼을 저지하려 하고, '애나'와 '테스'는 10대의 몸으로 돌아가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실컷 즐기려 한다.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제이미 리 커티스에게서 나온다. 60대 할머니의 몸에 10대 소녀의 영혼이 들어간 상황을 연기하는 제이미 리 커티스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Z세대의 언어와 몸짓이 과장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연기력은 관객을 웃음바다로 이끈다. 의상 디자이너 나탈리 오브라이언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파격적인 패션, 핑크 선글라스와 안전핀이 달린 재킷은 '릴리'의 패션 감각을 표현하는 동시에 제이미 리 커티스의 여전한 매력을 부각한다.
린제이 로한의 연기는 과거의 발랄함보다는 성숙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애나' 역할을 통해 린제이 로한은 책임감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하퍼'의 영혼이 들어왔을 때는 어색한 10대의 몸짓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다. 채드 마이클 머레이가 연기하는 첫사랑 '제이크'와의 재회 장면에서 린제이 로한이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린제이 로한의 연기력이 여전함을 증명한다.
<프리키 프라이데이 2>는 향수를 자극하는 속편의 전형이다. 원작 배우들의 재등장은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하지만, 이런 향수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현재의 이야기가 가져야 할 독립성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는 2003년 원작의 문제점이었던 아시아계 스테레오타입을 개선하려 노력한다. 매니 자신토의 캐스팅과 바네사 베이어가 연기하는 '점성술사' 캐릭터는 이런 의식적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예측할 수 있는 가족 코미디의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처럼 <프리키 프라이데이 2>는 혁신적인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두 주연 배우의 건재함과 여전한 케미스트리,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통해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바디 체인지라는 진부한 소재를 통해 세대 간 이해라는 영원한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유쾌한 시간을 선사한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
2025/08/27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프리키 프라이데이 2> (Freakier Friday, 2025)
- 개봉일 : 2025. 08. 27.
- 제작국 : 미국
- 러닝타임 : 111분
- 장르 : 코미디, 가족, 판타지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니샤 가나트라
- 출연 : 제이미 리 커티스, 린제이 로한, 줄리아 버터스, 소피아 해먼스, 매니 자신토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