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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가 엮어낸 27,363km의 진솔한 여정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88]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by 양미르 에디터
4649_4403_2927.jpg 사진 = 영화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 어쩌다 필름

할아버지 송주동, 아빠 송진욱, 그리고 천진난만한 손자들 송하진과 송다니엘. 이들 3세대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광주에서 출발해 전기차로 대륙을 횡단하는 80일간의 여정을 담은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은 여행기를 넘어 현대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처음 가족의 계획은 광주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튀르키예, 불가리아 등을 거치는 17,198km 코스였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에서 드론 입국 불허로 국경 앞에서 급작스럽게 경로를 변경해야 했다. 예상치 못한 변화로 노르웨이를 경유하는 새로운 루트가 탄생했고, 결과적으로 총 27,363km의 더 긴 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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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의 가장 큰 매력은 전기차 충전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키르기스스탄 톡토굴에서 국경까지 가는 길에서의 에피소드가 압권이다. 전기차 충전 시설이 전혀 없는 해발 3,000m 이상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차량 배터리가 4%만 남은 상태로 카자흐스탄 충전소에 겨우 도착하는 조마조마한 순간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레스토랑에서 양해를 구해 충전하다가 건물이 정전될 뻔한 아찔한 순간까지, 친환경 여행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직접 선정한 스페셜 스팟 5곳은 각각의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카자흐스탄 바르토가이 호수에서는 5km 내외로 아무도 없는 드넓은 대자연 속에서 '송송송 패밀리'만이 만끽한 감격스러운 시간이 담겨 있다. 알마티 현지 영화 제작사의 로케이션 가이드 덕분에 발견한 이 숨은 보석 같은 장소에서 가족들의 여유로운 여정이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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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오레 산에서의 에피소드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아들 송다니엘이 가족들을 뒤로하고 혼자 용감히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은 여행 초반과 비교해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다. 노르웨이 노르카프에서는 할아버지의 로망이었던 북유럽 최북단에서 하늘과 맞닿은 듯한 풍경과 라테포센 폭포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은 송진욱과 할아버지 송주동이 30년 전 함께 다녀온 추억의 장소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방문하며 느끼는 감회와 함께 엄마가 있는 헝가리와 가까워졌다는 설렘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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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는 이 영화가 가진 또 다른 보물이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만난 태권도 유단자 외국인 친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닥친 송송송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곤경에 처한 이들에게 대가 없는 도움을 베푼다. 카자흐스탄에서도 일면식도 없던 가족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현지인들과의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져 마음의 온기를 전한다.

드론, Cinema Line FX3, 액션캠 등 다양한 장비로 촬영된 영상은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의 강점이다. 광주에서 시작해 동해 세관을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카자흐스탄 루나 캐년을 지나는 광활한 자연과 도시의 풍경이 섬세하게 포착되었다. 키르기스스탄의 눈 덮인 설산은 조마조마한 배터리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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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3세대가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설정은 이 다큐멘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할아버지, 아빠, 손자들이 좁은 차 안에서 80일을 함께 보내며 겪는 갈등과 화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소해지는 세대 간 소통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긴 여행에 지쳐 투정을 부리고 싸우기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완벽하지 않은 가족 여행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진정성을 더한다.

그렇게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은 여행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가족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 됐다. 완벽하게 계획된 여행이 아닌,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더욱 풍성해진 여정은 인생이 그러하듯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 영화 리뷰
- 제목 :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지구횡단> (3 Gen. Journey, 2025)
- 개봉일 : 2025. 09. 10.
- 제작국 : 한국
- 러닝타임 : 93분
- 장르 : 다큐멘터리, 모험, 가족
- 등급 : 전체 관람가
- 감독 : 송진욱
- 출연 : 송진욱, 송다니엘, 송하진, 송주동 등
- 화면비율 : 1.85: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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