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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있을 때 나폴리가 우승해서 다행인 엔딩

[양미르의 영화영수증 #99] <파르테노페>

by 양미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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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화 '파르테노페' ⓒ 오드(AUD)

나폴리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의 1986년 월드컵 '신의 손' 사건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신의 손>(2021년)에 이어,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 <파르테노페>는 운명적 타이밍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영화는 김민재가 활약했던 나폴리의 2022-23시즌 세리에A 우승으로 마무리되는데, 이보다 완벽한 엔딩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나폴리는 '신의 손' 사건 이후인 1986-87 시즌에 세리에A 통산 첫 우승을 했다).

1950년 나폴리 바다에서 태어난 '파르테노페'가 세리에A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축하하는 팬들을 보며 미소짓는 장면에서, 관객은 73년에 걸친 거대한 서사의 완성을 목격한다. 영화는 유복한 가문의 딸 '파르테노페'(청년-셀레스트 달라 포르타/노년-스테파니아 산드렐리)가 포실리포 해변에서 태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부유한 대부는 나폴리의 옛 이름인 '파르테노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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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청춘의 한복판에 선 '파르테노페'는 모든 시선을 사로잡는 절대적 아름다움의 소유자가 된다. '산드리노'(다리오 아이타)는 광적으로 '파르테노페'에게 매달리고, '파르테노페'의 오빠 '라이몬도'(다니엘 리엔조)는 근친상간적 애정에 사로잡혀 있다. '파르테노페'는 엄격하기로 유명한 '데보토 마로타'(실비오 올랜도) 교수의 인류학 수업을 듣는다. '파르테노페'가 교수의 지식 평가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둘 사이에는 상호 존경이 싹튼다.

1973년, 카프리에서의 휴가는 비극적 전환점이 된다. '파르테노페'의 자유분방한 행동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다. '파르테노페'가 읽어왔던 작가 '존 치버'(게리 올드만)도 그중 하나다. '라이몬도'는 한 상속녀와 친해지지만 키스조차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오직 '파르테노페'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산드리노'가 '파르테노페'를 유혹한 후, '라이몬도'는 카프리 절벽에서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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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부모는 '라이몬도'의 죽음을 '파르테노페' 탓으로 돌린다. '파르테노페'는 '마로타'에게 자살에 관한 인류학 논문을 쓰고 싶다고 상담하지만, 교수는 기적의 문화적 영향을 연구하라고 제안한다. '파르테노페'는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배우가 되려 한다. 그래서 연예계에서 일하는 '플로라 말바'(이사벨라 페라리)를 통해, 나폴리 출신 배우 '그레타 쿨'(루이자 라니에리)을 소개받는다. '그레타'를 위한 파티에서 마피아 '로베르토 크리스쿨로'(말론 주베르)를 만난 '파르테노페'는 한 가문의 '결합 의식'을 목격한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파르테노페>에 대해 "언제나 마음을 떠나지 않는 하나의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아이디어를 품고 장대하면서 동시에 미적이며 영웅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파르테노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며, 이 영화가 나의 인생 여정을 기념할 성스러운 작품이 되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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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파르테노페>의 큰 장점은 압도적인 시각적 완성도다. 그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작인 <그레이트 뷰티>(2013년)가 그러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촬영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다. 나폴리와 카프리의 풍광, 지중해의 빛과 색감이 만들어내는 화면은 관객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감독 소렌티노 특유의 음악적 편집과 상징적 연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한계도 분명하다. 특히 '남성 시선'의 문제는 무시하기 어렵다. '파르테노페'라는 인물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존재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상당히 수동적이고 일차원적으로 그려진다. "'파르테노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묻는 대사가 영화 내내 반복되지만, 정작 영화는 끝까지 그 답을 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여성들이 시간의 흐름에 훨씬 민감하고, 그들의 삶이 특정 경험을 하는 순간들을 통해 더욱 면밀히 살펴진다"라고 캐릭터를 여성으로 설정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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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형적인 감독의 변명처럼 느껴졌다. 영화에서 '파르테노페'의 삶이 "면밀히 살펴진다"라고 보기엔 부족함이 많다. '파르테노페'는 70여 년의 세월을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존재로만 남는다. 시간이 흘러도 똑같은 질문이 반복된다는 것 자체가 캐릭터의 성장이나 내적 변화가 전혀 없다는 방증이다. 감독이 말하는 "면밀한 살펴봄"이란 결국 아름다운 여성의 표면을 탐미적으로 훑어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또한, 에피소드적 구성 때문에 전체적인 서사의 힘이 분산되는 면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37분의 상영시간 동안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이 이어지지만, 각각의 에피소드가 파르테노페의 내적 성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특히 중반부의 연기 수업이나 마피아와의 만남 등은 시각적 임팩트는 강하지만 서사적 필연성도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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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23년, 학계에서 은퇴한 '파르테노페'는 카프리를 방문해 젊은 시절을 회상한 후 나폴리로 돌아온다. 지나가는 나폴리 팬들이 세리에A 3번째 우승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파르테노페'는 미소를 짓는다. 이 마지막 장면은 영화적 완성도를 넘어 현실과의 놀라운 싱크로를 보여준다. 소렌티노 감독이 이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할 당시 나폴리의 우승을 예견했을 리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나폴리 연작은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

2025/09/16 CGV 용산아이파크몰

※ 영화 리뷰
- 제목 : <파르테노페> (Parthenope, 2024)
- 개봉일 : 2025. 09. 24.
- 제작국 : 이탈리아
- 러닝타임 : 137분
-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 파올로 소렌티노
- 출연 : 셀레스트 달라 포르타, 게리 올드만, 스테파니아 산드렐리, 실비오 올랜도, 루이자 라니에리 등
- 화면비율 : 2.39:1
- 엔드크레딧 쿠키영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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