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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또는 한국에서, 여행인가 방문인가

여행과 방문, 그 중간사이


2006년 독일행 비행기가 인생의 첫 비행기였다. 국내선 국제선 통틀어! 공항 면세점을 그야말로 “서울 갓 상경한 허서방” 얼굴로 두리번 거렸는데, 살면서 제주도 한번 가보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 이후로 한국은 몇 년 만에 한번씩, 보통은 3년 정도의 텀을 두고 다녀오곤 했다. 그랬다고 하면 그립지 않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글쎄…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장거리 비행을 못해서! 일거다. 기차 안에서도 못자는 성격이라(자도 너무 불편하다…) 비행기 안에서 잘 자도 두세시간. 10시간 가량 되는 유럽행 비행기는 그야말로 힘듦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한두시간 거리의 다른 나라로 (게다가 더욱 저렴히!) 여행갈 때, 그 때 타는 비행기로 뭔가 충족이 되었달까.


그러다보니 점점 텀이 길어졌고, 남편과 결혼식을 치르러 간 게 2019년. 그리고 터진 코로나로 강제 발 묶임과 임신, 출산과 신생아 육아.(아, 정말 힘들었다. 한국 가서 낳고 오자니 당시 하늘문 걸어잠금도 있긴했지만, 내 한 몸 단독비행도 건사 못하는데 갓난애기까지 데려온다? 생각조차 하고싶지 않았던. 거기에 남편과 오로지 단둘이 버텨야했던 우울증을 껴입은 산후조리까지.) 그러다보니 결혼식 하러 갈게요, 라고 다녀온 한국은 아기의 두 돌 생일을 축하하러-그리고 그제서야 할미할비를 실제로 보러- 간 셈이 되었다. 그게 3년 텀. 그때도 이를 갈 정도로 고생(?)을 해서 인천 공항까지 가는 내내 욕이 치솟아 오를 정도로 힘들었으나, 인천 공항 내리자마자 먹은 모밀에 “내가 또 오나봐라!!”는 “그래도… 와야지?”로 바뀌었다는 후문. 그러게, 한국에서 먹는 모든 것이 힐링이다.


어느새, 비엔나는 "집"이 되었다. 조금 웃기는 얘기지만, 비엔나 공항에 탁 도착해서 빙빙 돌아가는 수화물 벨트 위에 보이는 클림트의 키스 그림을 보면, "아휴, 집에 왔다!"라는 생각이 든다는게 약~간은 웃기기도 하지만. 그래서 한국은 뭔가 "여행" 가는 느낌이다. 가족이 있다곤 하지만, 집에 다니러간다, 가 아니라 "한국여행 다녀올께!" 라는 생각으로 가게 된다는게.

아직 우리의 국적은 한국이고,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가는데, 이건 집에 다니러 가는걸까, 여행으로 놀러가는 걸까? (놀러간다...기엔, 또 가족 방문 스케쥴을 우선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보니, 완전 여행자 신분은 아니다!! 흠, 이 여행/방문을 뭐라 이름붙여야 할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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