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프피, 남편은 잇티제
남편은 나보다 2-3살이 어리다.
2살이면 2살, 3살이면 3살이지! 싶긴한데, 내가 학교를 한학년 일찍 들어간 탓에 우리는 년도로는 2살, 학년으로는 3살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
고로, 내가 한창 수능을 치고 대학 첫학기의 자유를 즐기고 있을 때에 남편은 이제 마악 고등학교 까까머리였던 셈!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서 첫 발을 내딛었던 해에 그는 수능 준비로 바빴다는.
부산 여자인 나와 전주 남자인 남편, 우리에게 친한 지인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 커플’ 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일이다. 지역감정이란 것이 (어찌보면) 가장 센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자란 두 남녀가
지금은 ‘중립국’인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결혼해서 살고있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는 비엔나에서 태어났지.
부부는 닮는다, 더니 우리는 인상은 비슷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곤 했으나
여러가지 부분이 다르다.
연애때에 스파게티도 냉큼 잘 먹으러 다녀줘서 괜찮은줄 알았더니만,
결혼 후 남편은 스파게티가 별로란다.
남편은 ‘정리란 안보이게 차곡차곡 수납하는 것’ 이고
나는 ‘눈에 보이게 가지런히 챙겨두는 것’ 이다.
결혼 5년차가 되었지만, 우리는 서로 하-나도 맞지않는 부분으로 티격태격 하는 중이다.
요즘 유행인 MBTI 테스트에서 나는 INFP 가 나왔고 남편은 ISTJ 가 나왔다.
어떻게 맞는게 I 하나밖에 없어..? (그렇지만, 나는 항상 중간에 걸친 I vs E 이기 때문에, 남편은 극 대문자 I…)
그래서 그럴까, 나도 꽤나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남편은 (내 기준에서) 아주 극 현실적.
‘이만하면 그래도 괜찮지’ 하고 안도(?) 하는 나와 달리 남편의 기준은 좀 더 높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아주 열심히, 싸우고 있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지 vs 뭐가 어떻게 생길줄 알고, 안돼!!
그리고 그 싸움의 끝은??
더 얘기 안한다고 빵 터져서 삐져있는 아내와 슬금슬금 다가와서 쿡쿡 찌르는 남편으로 언제나 마무리되곤 한다-
아내의 화가 풀리기도 전에 능구렁이같이 슬금슬금 다가와서, 더 아내의 화를 돋구고 있다는게 반전이겠지만.
과연 인프피와 잇티제사이에서 나온 ‘중립’ 아기의 MBTI 는 뭘까…?
현재로서는, E 일 가능성이 아주아주, 커 보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