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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육아일기] 19시간의 진통, 그리고 제왕절개

by 비엔나의 미리작가

오전 7시반에 내발로 걸어들어갔던 병원

어느새 시간은 흘러흘러 오후가 되었고 원래 약속되었던 입원 시간인 오후 6시가 되면서

나의 담당 산부인과 의사가 병원에 도착하였다.

진행 속도를 보고 따로 헤바메가 일찍 호출하지 않은 모양.

무통을 맞았고, 어느정도 자궁문도 다 열리기도 했고, 아기를 "끄집어내면" 되는 상황이었는지

헤바메와 의사는 나에게 "더이상 힘을 주지 말라"고 했다.


그 전까지는 아주 잘 듣던 무통빨로 진통을 정말 하나도 못느낀 터라

진통 수치가 치솟을때에 맞춰 밀어내기 힘을 주고는 했는데

어느 정도까지 내려왔는지 이제 힘 주지 말라고 하던.

(한국에서 출산한 지인들에게 이야기해주니 또 다른 이야기라 신기해했던)


내 기억으로는 이제 헤바메와 의사가 흰 수술복 같은것으로 갈아입고, 아기를 "뽕" 하고 뽑아낼(?) 도구를 들고 들어온 것같았는데, 손을 넣어보더니 갸우뚱 거린다.

아기 머리가 아직 충분히 만져지지 않은 듯.

그 뒤로 정말 몇시간동안 "진통과는 또 다른" 고생이 시작되었다.!!

난 누워있고 싶었는데 - 무릎꿇고 앉아있게 시키면서 허리운동을 열심히 시키는 등

등에는 무통주사를 꽂고, 팔에는 링거를 꽂고 배에는 수축과 진통 코드를 꽂고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엎드렸다 앉았다 아주그냥 몸을 가만 둘 수 없었더랬다.


그래도 그대로인 아기 머리-

오늘 안에 나오겠지 싶었는데, 시간이 흘러흘러 밤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대로인 아기라고 했다.

거의 자정이 가까워오자, 태변을 본 듯 양수 색이 변했고 (남편에게 양수 색을 확인)

산모도 아기도 힘들다고 판단한 의사와 헤바메는 우리에게 "Kaiserschnitt" 제왕절개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매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실 나는 이미 지쳐버려서 "아 그냥 좀 빨리 꺼내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상황이었지만 ㅎㅎㅎ

왠만해서 "아기와 산모의 건강에 문제가 없지 않는 이상"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시스템을 알았기에

제왕절개 해야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오케이!!!!!!!" 와 함께 흔쾌히 싸인을 갈김.

그 와중에도 나의 산부인과 의사는 (전혀 미안할 것이 1도 없는데!!!) 너무너무 미안해 하며 나를 꼭 안아주고 수술실 들어가면서도 계속 나를 꼭 안아주기도 했다.....ㅎㅎ 나는 이제 꺼낸다!!!!!! 며 아주 약간은 신이 나있었는데 그건 몰랐을지도...

함께 분만실에 들어가 있던 남편에게 신나게 손을 흔들고 이동 침대 위로 옮겨져 수술실로 향하던 때가 자정 직전,

그리고 자정에 수술실로 들어가서 -여러명의 의사들과 헤바메가 있었고 - 마취를 하고 - 부분마취여서 아주 생생히 기억나는 수술 느낌과 함께 30분이 지나 "그렇게나 쉽게!!!!!!" 쑥 뽑아 낸 아들이었다. 우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한편으로는 "끝났다!!"는 환호성과 함께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쑥 나오는데 그 고생을 했단건가!!!"


라는 부글거림도 쪼금....


이미 지칠대로 지치기도 한 상태였고 무통에 부분마취도 들어간 상태라 사실 조금 숨찬 상태에서

수술의(인지 나의 산부인과 의사인지)가 닦아낸 알몸의 아들을 하필 나의 바로 턱 아래에!!!! 올려놓는 바람에

가슴이 턱! 막히는 상태에서 눈을 최대한 아래로 내리깔면서 아들과 첫 대면을 한 탓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아가야 드디어 나왔구나 엉엉 - 의 감격적인 장면은 사실 없었더랬다;;;

(너무 숨막히는 포인트에 올려준데다가 위쪽으로 올려주는 바람에 눈을 최대한 내리깐다고 나중엔 눈이 좀 아팠음...)

그리고 "너가 그 고생을 에미에게 벌써부터 시키다니 이놈!"이라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더랬다 ㅎㅎㅎ


한편, 입원 시작부터 한국의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에게 열심히 실황중계를 하던 남편은

급작스런 제왕절개 소식에 어마무시하게 놀란 (친정엄마는 계속 눈물이 터졌다고) 양가를 달랜다고

병실에서 혼이 빠져있었고

신생아실이 없는 현지 병원 특성상, 낳자마자 (기본 체크를 마치고) 바로 아기를 넘겨받은 덕에

마취가 깰 때까지 약 5시간을 수술실 옆 코너에서 따로 대기하고 올라온 나를 기다리며

그 시간동안 "실전 육아" 에 돌입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

정말 아기만 똑! 안겨주고 (발가락 손가락 숨구멍 등등의 확인만 시켜주고 나감)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남편은...기저귀도 못갈고... 울면 발을 동동 구르며 헤바메를 찾아다니기 바빴다는 후문.


그렇게 아기와 만난 첫날부터, 우리는 "실전육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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