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그러나...
"돈을 주면 아이를 낳을 건가요?"
"글쎄요... 돈이 정말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서 고민이 되네요."
저출생을 막기 위한 대부분의 정책들은 '돈'과 관련이 돼 있다. 자녀가 1명일 경우 얼마, 2명일 경우 얼마 등 적어도 금전적인 문제로 아이를 낳는 걸 망설이지 말라는 이유인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돈 때문에 아이를 낳는 사람들은 정말 얼마 안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나 역시 그렇다. 돈을 준다고? 정말 좋은데 그것 때문에 아이를 갖겠다는 결심을 한건 아니다.
내가 결혼하고 5년 동안 아이를 갖는 걸 망설였던 이유는 크게 3가지다.
1. 가임연령인 30대는 한창 일할 나이인데, 출산과 육아로 인해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커리어가 멈춰버릴까 봐 두렵다.
나보다 한살이 많은 지인도 결혼을 할 때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두려워했다. 출산 후 몸이 망가지더라도 일을 붙잡고 있어야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데, 자신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육아를 하며 일을 멈추면, 시간이 흘러 여유가 생길 때쯤에는 자신이 일해왔던 분야에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 인재들은 계속 사회로 나오는데 일에 대한 감도 떨어지고 트렌드에 많이 뒤처진 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물론 남편이 담당하는 부분도 많겠지만,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경우 엄마의 손이 더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 일수도 있다)
2. 내 집마련에 대한 걱정이다.
몇 달 전에 아이를 키우는 지인이 들려준 자신의 경험담이 나는 좀 충격적이었다. 얼마 전에 아이가 막 울더란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왜 친구 집에는 화장실이 두 갠데, 우리 집은 하나밖에 없냐고 했단다. 어린 나이에도 집의 크기로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그 마저도 전세였는데 씁쓸하다고 했다.
나 역시 아직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둘이서 벌어도 고정비와 생활비를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돈을 모은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언제 돈 모아 내 집을 사나"하는 걱정이 있다. 언제까지 아이를 데리고 전셋집을 옮겨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더구나 내 집마련에 대한 문제는 육아와도 관련이 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도움이 있어야 하는데 육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거나, 부모님이 계시는 곳에 전셋집을 구하더라도 (보통) 2년 후면 또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만약 내가 사는 2년 동안 해당 동네의 전셋값이 오르게 되면 돈을 맞춰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내 집이 있어야 한 동네에 오래 거주하면서 안정적인 육아가 가능하다.
3. 아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인 분위기다.
요즘 연예인들이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매체에 노출시키면서 많이 완화된 것 같긴 하지만, 아이에 대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관둔 지인은 "생각해 보면 아이가 없을 때는 길에서 아이들을 많이 못 봤던 것 같은데, 직접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동안 일상적으로 아이를 접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무래도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보니 평소에는 다들 어디 숨어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어린이날과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길에서는 아이들을 보기 어렵다. 노키즈존을 시행하는 카페나 음식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일부 부모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만들어진 것 같긴 하지만, 분명히 우리 사회에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정말 정말 마음속 깊숙이 있는 솔직한 마음으로는 미래에 태어날 아이와 나, 우리 가족이 정말 많이 걱정된다. 아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많은데,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육아를 하며, 언제 집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