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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 보기 Jun 26. 2024

임신 준비 중인 마흔 살의 내가 일할곳이 있을까.

새들도 새끼를 키우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이전 직장을 나오면서 내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일자리'다. 아이 없는 마흔 살. 심지어 이제 아이를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을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설사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해도 퇴사하고 입사하기에는 애매한 나이였다. 


사실 그동안 직장을 옮길 때마다 면접자리에서 "이런 거 물어보면 안 되는데~"하면서도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죽하면 몇 년 전까지 직장을 선택하는 나만의 기준이 면접에서 "결혼했는지"를 물어보지 않는 곳이었다.(물론 몇 년 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변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애매한 나이에 직장일을 정리하면서 지레 겁이 났다.(퇴사는 내가 원해서 하게 된 게 아니라서 더욱)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 아이를 원하는 마흔 살의 나를 뽑아줄 곳이 있을까? 


그때 남편을 포함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어느 기업에서 나를 뽑아주겠느냐"는 말이었다. 어떤 날에는 걱정을 하다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일 하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일을 하며 얻는 만족감도 굉장히 큰 나는 전업주부로 사는 게 더욱 어려운 성향인지라 일을 하고 싶은데 일할 곳이 없어질 것 같아 슬펐다. 


여기에 얼마 전 만난 지인이 불을 지폈다. 나와 마찬가지로 늦게 결혼해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를 출산한 그는 아이를 갖기 위해 시험관 시술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계속 실패했었다고 했다.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도 일을 놓지 않았다고. 그러다가 일과 임신준비를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 한 달 휴직을 했는데, 휴직하는 기간에 자연임신 되었단다. 그러면서 나에게 일도 좋지만 몸을 생각해야 한다고. 체력을 기르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여러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걸 다 따지면서 일자리를 구하려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출산한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는 세상에 없다는 걸 깨달아가면서 어느 날은 사업을 해볼까 싶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완전히 프리랜서로 일해볼까 싶기도 하고, 또 다른 날에는 그래도 한 곳은 나와 맞는 곳이 나오겠지 하며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진짜 인구를 늘리고 싶은 마음이 있긴 있는 거죠?" 


인구 감소로 인해 최근 별의별 정책들이 다 나오고 있다. 들으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황당한 정책부터 잘 되면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현실성 있는 정책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정책의 목표는 하나일 것이다. "인구를 늘리자"


그런데 살펴보면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은 하고 만드는 정책인 건지 모르겠다. 직장을 다니며 시험관 시술을 받는 지인들은 "아무래도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곳이 있으면 시술을 받기 어렵겠다"며 휴직이나 퇴직을 고민한다. (가임) 여성이 일자리를 구할 때에도 눈치를 보게 되고, 내가 조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겁이 난다. 


진짜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면 (예비) 부모들. 특히 아이를 뱃속에서 열 달 동안 키워 세상에 출산해야 하는 여성들의 고충과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 최근 페인버스터에 대한 말도 많은데 출산 환경에 대해서도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 이런 얘길 하면 간혹 '옛날에는 그런 거 없이도 아이를 잘만 낳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지금은 옛날이 아니다. 세상이 변했고, 환경도 변했다.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라고 반박한다. (그런 논리면 옛날에는 핸드폰 없이도 잘 살았는데 지금은 핸드폰 없으면 못살잖아요ㅠㅠ)


아이를 갖겠다는 결심이 나 자신이 당연히 해 왔던 것들을 당연히 포기해야 할 만큼 잘못된 결정인 걸까. 

아니면 일을 하면서 임신을 준비하고 출산하고 육아까지 잘 해내고 싶다는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나는 늘 그래왔듯이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일을 즐겁게 하면서 아이를 갖고 싶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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