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라면 무섭지 않아
"수미야, 버스나 지하철 타지 말고 택시만 타고 다녀."
공포..
갑작스레 무너진 일상에 나도 가족도 덫에 걸릴 수 있다 생각하니 공포가 몰려왔다.
자주 전화를 하지 않던 수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한다.
이건 그야말로 일상적이지 않다.
내 목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된단다.
그리곤 마스크 어쩌구, 손 소독 어쩌구,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계속한다.
딸의 잔소리를 듣다니..
나도 엄마랑 매일 통화를 한다.
엄마, 나갈 땐 꼭 마스크 쓰고 다니지?
아니, 엄마. 나가지 마셔.
아니, 엄마. 집에만 있으면 다리 약해지니까 산책은 좀 하셔야지.
안 되겠다. 엄마, 나가지 마셔.
아침 뉴스를 보다 눈물이 터졌다.
갱년기가 낳은 우울증이 공포감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를 보면 공포감이 사라질 것 같아 눈곱만 떼고 나갔다.
집 앞 마트에서 큰 새우깡, 짜왕 한 팩, 냉동 갈비탕, 냉동 육개장, 컵 쌀국수, 딸기 한 팩 등을 샀다. 비를 뚫고 엄마 집으로 달렸다.
와이퍼가 다 됐는지 빗물 걷어내는 소리가 덜거덕덜거덕 거슬렸다.
엄마아~~
큰 오빠와 티비를 보고 계시다 내 목소리가 들리자 좋아라 하시면서 핀잔을 주신다.
아, 왜 오노~ 배거튼 우혐하니 오지마라카이.
서울내기 울 엄마의 학습된 갱상도 사투리를 들으니 마음이 안정된다.
내 딸 수미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나도 울 엄마처럼 내 아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는 핫초코 같은 엄마일 수 있을까?
엄마, 여기 좀 봐.
우리 사진 찍자.
우와~ 울 엄마는 너무 예쁘네~
엄마 피부 우짜믄 이래 좋노?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얼굴도 만지고 손도 만지고 엄마도 원 없이 부르고 왔다.
집에 와서 세수하고 긴 낮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