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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Mar 10. 2020

여보, 마스크 며칠째야?

잃어버린 일상, 바뀐 일상, 그리운 일상

바뀐 일상의 모습에 쓴웃음이 나온다.
빨래 건조대에 1회용 마스크를 건조하는 풍경이라니.
초미세먼지가 극성일 때 사두었던 마스크 한 박스가 집안의 보물이 되었다.
아직 남은 마스크가 30여 장 있지만 좀처럼 새 마스크 개봉하기가 쉽지 않다.  


"여보, 이거 지금 며칠째야?"
"글쎄.. 생각이 안난데이쯤?"


어제는 남편이랑 둘이서 곱창을 먹으러 나갔다.
아무도 없는 식당이라, 이기적이지만, 안심이었다.
곧 뒤따라 5명의 손님들이 들어왔고 하필 우리가 앉은 테이블 뒤에 앉았다.
이 많은 빈 테이블을 놔두고 하필 우리 뒷자리람..
사회적 거리를 두어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야 하니 단촐한 우리 둘이 제일 구석진 자리로 옮겼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곱창, 대창, 막창을 야무지게 씹으며 그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었다.
남편과 오랜만에 서로 눈 맞추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비 오는 월요일 밤 우산 하나를 나누어 쓰고 집으로 걷는 길이 마치 인생에 깔린 복선 같았다.


'어쩌면 앞으로 힘든 일, 어려운 일이 더 많을 거야. 빗 속에 우산 하나 나눠 쓰는 것처럼 둘이 손 꼭 잡고 헤쳐나가야 된데이..'


나는 신파 물씬한 다짐을 한다.
이제부터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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