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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Apr 01. 2020

드문드문 좋은 날들도 꽤 있었단다

페이스북이 전하는 과거의 오늘

"1년 뒤 과거의 오늘을 보고 있을 미리애에게.. 기억해, 드문드문 좋은 날들도 꽤 있었단다."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여니 작년 오늘자 포스팅에 괜히 막 슬프다.

작년 6월, 막내 시동생이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다. 복막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7개월 만인 올 1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 7개월간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은 아픔과 슬픔, 그 비통함의 실체를 몸과 마음으로 보았다. 그리고 1월에 한 여자의 남편이고 한 아이의 아빠이면서, 생애토록 어머니의 막내아들이자 남편의 막내 동생이었던 이를 몹시 허망하게 보냈다.
우리가 막내를 살리고자 한 노력은 그가 투병한 기간이 너무 짧았기에 힘들었다 말할 수도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49재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3월 1일에 막내와 이승의 인연을 정리하던 애달픈 순간의 울음은 비록 마스크 속에 갇혀 있었지만 85세 노모는 목이 쉬도록 막내아들을 나무랐다.
'이 못된 놈아, 이 나쁜 놈아.. 이렇게 빨리 가려고 그리 애쓰며 살았더나. 이 놈아, 이 놈아..'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에 비하면 7개월의 시간 동안 서로 애쓰고, 애 닳아하며 노력한 흔적들이 있는 것은 불행 중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다.

작년 오늘에 쓴 내 마지막 문장은 어쩜 평생 내가 나에게 해야 할 말일지도 모르겠다.
드문드문 좋은 날들을 위해 살아야지.
별이 더 반짝이고, 무지개가 더 아름답고, 해님이 더 눈부신 이유는 까만 밤이 있고, 거친 비가 내리고, 칠흑 같은 새벽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2019. 4. 1


어제의 주인공은 단연 파란 하늘이었지.
당연해서 고마운 줄도 모르고 살았던 지난날들이 부끄러웠어.
이기적이었던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들어오니 하루가 더 소중해지고 파란 하늘 품에서 좀 더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남편은 나더러 뒤뚱뒤뚱 걷는다며 뚱보 아줌마라 놀리대.
그냥 그 자리에서 조질까 하다 참았어.
남편을 조지기엔 하늘이 너무 파랗잖아.
보복이 두려웠는지 하늘 배경으로 날씬하게 찍어주겠노라며 무려 땅바닥에 앉아 이리저리 각도 기울이면서 나를 찍더라.
내가 옆으로 쓰러질 듯이 서지도 않았는데 저 균형 감각 없는 사진은 뭐냐.
골목골목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터널을 만들고, 얕은 물에서 발 담그고 노는 아이들 소리가 새들 지저귐 같았지.
아파트 후문에 핀 동백꽃들 중 이상한 아이를 발견했어. 그 남다름의 아름다움이 최고더라.
어젠 쉰 부부가 노닐기 딱 좋은 춥도 덥도 않은 일요일이었어.


*1  과거의 오늘을 보고 있을 미리애 에게..
기억해, 드문드문 좋은 날들도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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