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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Apr 15. 2020

오늘 하루, 여행 같은 시간

#보너스 같은 투표일 #하루를 여행하다



지난 주말 사전투표를 했다. 해서 보너스 같은 오늘은 마음에 여유가 피어 아침부터 테라스에서 잠시 책을 읽었다. 햇살과 함께 새소리, 대청천 물소리가 나란히 들어오는 스폿이다. 마음만 허락한다면 책 읽기 딱 좋은 공간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자연의 간섭으로 어지간한 집중력이 없으면 책에 집중하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20분도 못되어 머릿속에 딴생각이 끼어들었다.  
' <구해줘, 홈즈> 박나래가 이끄는 덕팀이 우리 집을 소개한다면 호들갑을 떨며 이랬을 거야.. 히히.'

"자, 이 집엔 말이죠오. 비밀 공간이 있습니다. 자연과 만나며 고기도 굽고, 책도 읽으며 새소리 물소리도 들을 수 있는 공간.. 바로오오.. 이 곳입니다아~"

이런 상상에 빠져 혼자 피식 웃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흐흐.. 서재에 있는 송사마의 전화다.

여보, 어딨어? 거실에 없네?
산책 나갔어?
,,  멀리 나왔는데.. ?
,, 오늘 오랜만에 대동할매국수 가서 국수 먹을까 하고.
"!"

0.9초만에 테라스 문 열고 거실로 들어오니 송사마가 화들짝 놀라면서 바보같이 엄청 웃고 좋아한다.
남편의 웃는 모습이 낯설 정도로 몹시 오랜만이다. 테라스에서 거실로 들어오는 게 그리 웃기다면 나는 날마다 이 남자를 웃게 하고 싶다.
이로써 오전의 독서 시간은 끝.

정말 오랜만에 송사마와 외출을 했다.
대동면의 대동할매국수에 신메뉴가 나왔다.
무려 비빔국수라니..도저어언!
과일청이나 과일즙으로 맛을 낸 것 같은 깔끔한 단 맛과 신 맛이 일품이었다.
비빔국수 특유의 매운맛이 자연스럽게 중화되는 과일맛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대저 토마토일지도 모를) 맛있는 토마토 슬라이스 두 개와 큼직한 레몬 슬라이스에서 나오는 즙의 세련된 풍미 또한 비빔 소스와 어우러져 입 속에 그대로 스며든다.
잘 삶긴 중면 구포 국수와 진하디 진한 멸치 육수만으로도 훌륭한 대동할매 국수 이건만 알록달록 색깔 입힌 도시 여자 같은 비빔국수의 등장은 가뜩이나 국수가락 같은 긴 대기줄을 더욱 길게 만드는 동력 같다.
나에게 양이 좀 많지 않을까.. 싶었으나 웬걸, 발우공양 못지않게 싹싹 긁어먹었다.

대동할매국수에서 나와 우회전해서 300미터쯤 가면 바로 화명대교가 나온다. 화명대교를 건너 오른쪽엔 화명 생태공원이 있다.
오늘은 작정하고 화명 생태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토캠핑장의 텐트들, 텐트 속 혹은 텐트 밖에 있는 가족들, 뛰어다니는 아이들, 덩달아 신난 강아지들..
슬슬슬 무심히 흐르는 낙동강 물, 착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줄지어 요리조리 떠도는 청둥오리 가족까지 어느 풍경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하루였다. 너무나도 완벽한 봄날이었다. 마스크만 쓰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문득 낯선 곳에 여행 온 아련한 느낌이 기억났다..

아, 우리 부부는 오늘 하루를 여행했다.



여보, 주말엔 우리도 텐트 가져오자.
, 그러자. 김밥도 싸서..
아니,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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