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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Apr 28. 2016

커피 한잔 할까요? 4

#커피 한잔 할까요?,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여유 #커피의 추억


나는 무슨 일이든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습관인 사람이지만, 출근만은 일찍 하는 편이다.

출근해서 빠지지 않고 하는 의식은 커피 내리기..

아침 7 시대에 출근하시는 넘사벽 부장샘은 미리 커피 물을 끓여 놓고 계신다.

가끔씩 커피 내리는 나의 즐거움을 뺏기도 하시는 남자 부장샘과 함께 전담실 생활을 하게 된 것은 내게도 행운이다.

부장샘은 이전 학교에서는 카누를 드셨다는데 새로 온 학교에서 과학전담을 맡고 전담실을 같이 쓰니 매일 드립 커피를 마시게 되어 출세하셨단다. 물론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지만,  온기를 나누며 함께 마시는 커피의 즐거움을 알아간다는 것은 새로운 인간관계에서는 커피의 크레마와 같이 향긋한 일임에 틀림없다.


허영만 선생과 이호준 선생의 <커피 한잔 할까요?> 시리즈도 어느새 4권이 나왔다.

만화를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어찌어찌하여 이 책에 빠져 버렸다.

4권에서는 더 인간적인 냄새가 짙은 일화들이 눈길을 끈다.


24화 커피 매직 편에서는 Bulletproof Coffee가 등장하는데 말 그대로 총알도 막아낼 만큼 힘이 나는 커피의 제조법을 소개하고 있다. 티벳 고산에서 짐꾼들이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버터를 커피에 녹여 마시는 것이 유래라고 하는데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하여 꼭 한번 타 주어야겠다고 야무지게 마음만, 딱 마음만 먹는다.

그리고 소개되는 생강청 커피도 등산이나 여행 중에 몸살이 나거나 하면 효과가 아주 좋을 것 같은데 맛은 과연 어떨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호포늪 근처의"커피성"이라는 카페에서는 마담님이 홍삼 카푸치노를 제조하시는데 오우, 이 맛은 정말 일품이다. 카푸치노의 거품에 알싸한 홍삼가루가 씹히는데 커피성의 최고 메뉴를 꼽으라면 감히 이 '홍삼카푸치노'를 꼽겠다.

메뉴를 개발하는 데는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요즘 흔히 말하는 '취향저격'도 한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카페인이 다른 성질의 것과 만나서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해 주려면 무엇과 조합이 되어야 할까.. 이런 고민에서부터 메뉴개발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홍삼카푸치노나 생강청커피처럼 말이다.

24화의 마지막 장면, 가을산의 정상에서 붉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던지는 한마디가

커피만큼 따뜻하다.

'당신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런 풍경을 마주하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맙습니다.'

*남편과 언제 나지막한 언덕이라도 다녀와야 할까 보다..


25화 더치커피 편은 마음이 참 짠했다. 요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골목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 놓으면 찾는 사람들의 발길들이 많아진다.

그러면 입 소문을 타고 멀리서 투어 오듯이 사람들이 몰리고, 자연히 동네 상권은 커지고 땅값도 오르고 임대료도 오르는 현상.. 이미 서울의 서촌이나 경리단길이 그렇다..(더라. 아, 아직 장유 촌닭은 서촌은 안 가봤음을 밝힌다.)

월급쟁이 생활도 팍팍하고, 자영업자 생활도 팍팍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이 상권이라는 것은 계륵과도 같지 싶다.

가게도 몇 없던 골목에서 초창기 힘든 시절을 겨우 이기고 좀 잘 되려는 시기가 오면 건물주인들은 턱없이 임대료를 올리거나 권리금 한 푼 없이 계약만료일에 맞춰 해지를 통보한다.

25화의 주인공인 더치커피를 훌륭하게 잘 내리는 커피 부부도 같은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부심으로 로스팅 기계까지 무리해서 장만을 했는데 가게를 비울 수밖에 없는 현실.. 아, 이래서 갑 중의 갑은 임대사업하는 사람인가?

오죽하면 영어도 landlord 이겠는가.  건물 주인이라고 lord를 붙이다니, 서양이나 동양이나 땅주인은 땅땅 거리고 살아서 참 좋겠다.

더치커피는 커피의 눈물이란다.

이 땅의 세입자분들이 하루라도 편할 날이 있길 바라며..



27화 상화도 편은 읽으면서 눈물이 맺혔다.  섬에 사는 노모는 자식들 모두를 육지로 내보내고 홀로 살며 가끔씩 찾아주는 자식들을 마중 나가는 즐거움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마중 나와야 할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집으로 달려가 보니 다리를 다쳐 꼼짝도 못 하고 마당에 앉아 계시는 걸 보고 막내아들은 섬에 정착해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한다. 떠나라, 못 떠난다.. 를 반복하며 애증의 세월을 보내다 엄마를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막내아들은 어느새 초로의 총각으로 혼자 늙어가며 가끔씩 엄마의 무덤에 찾아간다.

엄마를 보러 갈 땐 꼭 잊지 않고 챙겨가는 것은 바로 맥심 믹스커피 한 봉지..


아, 우리 엄마도 맥심 커피 참 좋아하시는데 말이다. 당뇨도 있으신 분이 아침에 일어나시면 꼭 이거 한 봉 뜯어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단다. 잔소리를 어지간히 하던 나도 이젠 엄마가 집에 오시기 전엔 20봉짜리 믹스커피 한 박스를 사놓곤 한다.

달달한 믹스커피가 엄마의 하루 첫 기분을 달달하게 해준다면 믹스커피가 나보다 더 효녀인 거다.
그게 맞다.


29화 커피 크리스마스 편은 한편의 짠한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치매에 걸린 남편과 그를 보살피는 아내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네 아부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아부지 이야기에 늘 목이 먼저 메인다.

더 자세한 에피소드는 사서 읽어 보시길..


*종이컵 사이즈의 컵도 사은품으로 따라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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