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추석 전날이었던 9월 10일 밤.. 외로운 모태솔로 3인방인 미리애, 혜정, 순영은 명절이라 더 외롭고 서럽다. 그녀들은 솔로의 서러움을 달래러 남포동 노래방에 간다.
뜨아악! 외로운 영혼들이 이리도 많았던가. 남남, 여여의 옆구리 시린 영혼들이 대기표 받고 엉거주춤 대기석에 앉아 있다.
그 대기표.. 우리도.. 받았다.
꽉 찬 20대 말의 여자 셋이 쪽 팔리게 대기표 받고 긴 의자에 앉아 있는데 노래방 출입구 문에 달린 종이 쨍그랑 쨍그랑 울리더니 키가 크고 홀쭉한 남자와 키 작고 뚱뚱한 남자가 들어온다. 편의상 1호, 2호로 부르자..
어라, 혜정이가 남자 1호와 2호에게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한다. 셋은 대학교 서클 친구란다.
그리고 곧 남자 1호가 나와 순영이에게 아는 척을 한다.
"혹시 봉학 국민학교 나왔죠?"
크헉.. 국민학교 동창이란다. 인연이 얽히고설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입네, 대기줄도 긴 마당에 룸 두 개 빌릴 필요없네..하며 노래방 룸 하나에 들어가 남자 1호, 2호와 여자 1,2,3호는 솔로의 울분을 토해내며 미친 듯이 논다. 특히 여자 1호의 정신줄은 탬버린과 한데 묶여 빛을 발하고 남자 1호 눈엔 하트가 뿅뿅이다.
어쩌다 노래방에서 만난 초등 동창 남자 1호와 여자 1호는 만난 지 넉 달도 못되어 1996년 2월, 결혼에 골인한다.
저렴한 곳에서 만나 그런지 그들은 지금껏 서로의 저렴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살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도 쭉 서로에게만은 가식 없이 저렴하자 말한다.
자존감은 지키고 자존심은 지키지 말자나 뭐라나.
아무리 그래도 그들에게 서로의 가치는 절대 돈으로 환산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가증과 가식 없는 저렴한 가치가 얼마나 편하고 좋은 지는 다 내려놓아야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