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이미 그립다
점심때 보쌈을 포장해서 엄마한테 갔다.
87세 우리 엄마.. 기력도 떨어지시는 데다 무더위에 바깥출입을 못 하시니 근력도 많이 떨어지셨다.
상추에 따끈하고 보드라운 수육을 얹어 맛깔나는 보쌈김치와 무 고들빼기, 쌈장과 양파절임 등으로 풍성한 쌈을 드실 엄마를 상상하니 배시시 미소가 흘렀다.
옴마아~~
오야, 왔나~~
엄마는 부엌에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나를 맞이하신다.
걸음도 불편하신 분이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를 하고 계신다.
옴마~ 더운데 뭐 하시노?
어, 니 무라고 잣죽 끼맀다.
수술했는데 뭐 힘 나는 것도 몬해줐다 아이가.
막내딸은 간편하게 보쌈을 포장 주문해서 엄마가 맛있게 수육 보쌈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고 흐뭇해할 때,
87세 노모는 잣 껍질을 까서 잣을 갈고, 불린 쌀에 잣을 넣어 불 앞에서 땀 흘리며 잣죽을 쑤고 계신 거다.
아, 노인네.. 이렇게 딸내미를 또 울컥하게 하신다.
나는 잣죽을 두 그릇 먹고, 엄마는 고기가 연하고 맛있다며 과식을 하셨다.
다음 주엔 엄마와 뭘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한다.
엄마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이미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