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의 노래 Aug 28. 2020

87세 엄마와 53살 딸의 점심 이야기

엄마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이미 그립다

점심때 보쌈을 포장해서 엄마한테 갔다.
87세 우리 엄마.. 기력도 떨어지시는 데다 무더위에 바깥출입을 못 하시니 근력도 많이 떨어지셨다.
상추에 따끈하고 보드라운 수육을 얹어 맛깔나는 보쌈김치와 무 고들빼기, 쌈장과 양파절임 등으로 풍성한 쌈을 드실 엄마를 상상하니 배시시 미소가 흘렀다.

옴마아~~
오야, 왔나~~

엄마는 부엌에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나를 맞이하신다.
걸음도 불편하신 분이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를 하고 계신다.

옴마~ 더운데 뭐 하시노?
어, 니 무라고 잣죽 끼맀다.
수술했는데 뭐 힘 나는 것도 몬해줐다 아이가.

막내딸은 간편하게 보쌈을 포장 주문해서 엄마가 맛있게 수육 보쌈 드시는 모습을 상상하고 흐뭇해할 때,
87세 노모는 잣 껍질을 까서 잣을 갈고, 불린 쌀에 잣을 넣어 불 앞에서 땀 흘리며 잣죽을 쑤고 계신 거다.

아, 노인네.. 이렇게 딸내미를 또 울컥하게 하신다.
나는 잣죽을 두 그릇 먹고, 엄마는 고기가 연하고 맛있다며 과식을 하셨다.
다음 주엔 엄마와 뭘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한다.


엄마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이미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웃님들의 무탈을 빕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