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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노래 Oct 12. 2016

커피 한 잔 할까요? 6

한 잔의 커피, 혼자일 때 최고의 친구.

" 나 오늘 갑자기 프리하다.
애들도 늦게 오고 남편도 없다.
근데 할 일이 없다..ㅜ.ㅜ"


혼자 있을 절호의 시간이 찾아 왔건만 친구는 절호의 기회에 절호의 챤스를 못살리는 것이 내심 아쉬운지 카톡으로 내 염장을 지른다.

친구 1 says, '목욕탕 가서 나가시 받아라'--> '일요일에 온천 갔다 왔다.'
친구 2 says, '밤바다 산책해라' -->
 '맨날 본다.' (친구 집은 광안리 바다 근처)

드디어 내가 날릴 차례인 거신가.

친구 3 나가신다..

'누구 약 올리나? 혼자 카페 가서 책 읽으면 얼마나 좋은데!'
-->  '네, 언니..'



<커피 한 잔 할까요? 6> 을 혼자 카페에서 읽고 싶었다.

단골 카페의 편한 의자에 앉아 커피 마시면서 읽기 마침 좋은 분량이다.
이보다 T.O.P. 가 잘 맞아 떨어지는 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복직 이후로 올 해는 혼자 카페에 앉아 있을 시간적인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퇴근하면 젖은 휴지마냥 소파든 침대든 널부러져 있고, 주말엔 주중에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더  피곤한 척 해야 한다.
혼자 카페 간다면 '당신 안 피곤하네~ 나랑 같이 가자.' 라며 찐따 붙는 남편을 따돌리기도 힘들다.
그러다 일요일 저녁부터 읽은 또 한 권의 소중한 커피 이야기..

특히 마음에 와닿는 일화는 40화, 41화, 44화이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커피 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사람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원두를 쓰는 카페의 커피는 일용직 노동자가 즐기기엔 배 부르게 먹는 기사식당의 백반보다 더 비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한 유일한 사치를 즐기기 위해 땀에 절은 작업복을 입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볼 때우리의 시선은 어떠한가.
눈 부시게 젊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카페에 노인이 들어올 때의 당신의 시선은 어떠한가.
벽안의 백인들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시 하거나 오히려 반기면서도 동남아 근로자가 들어올 때 당신의 시선은 어떠한가.




40화에서는 2대 커피의 원두를 전담해서 배달하는 택배기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원두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고, 그에게 커피 원두는 일종의 자부심이 되어 버린다. 일련의 사건이 생기고, 택배기사와의 거래를 끊으려는 2대 커피 사장에게 사죄하며 하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2대커피 오가면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훈수를 하니까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고. 그때만큼은 택배기사가 아닌 유명인이 된 기분이었지.."

나는 누군가에게 여전히 고압적이고 편견에 가득한 이 사람 저 사람은 아닌지 경계하게 되는 대목이다.


41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아버지를 추억하게 한다.
아버지와 나는 커피 죽이 척척 잘 맞는 커플이었다.
우리 부녀는 한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만을 찾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41화 '아이스 큐브라테' 편을 보니 아버지 살아 생전에 이런 커피 한 번 타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술을 마신 적은 있어도 커피를 마신 기억은 없다. 만약에 아버지와 커피 한 잔을 마신다면 아이스 큐브라테를 선택하고 싶다. 초여름 벼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저녁 햇살처럼 여유롭고 은은한 아이스 큐브라테.>


44화 '커피 한 잔의 슬픔' 편은 카페를 동네 사랑방 겸 분식집처럼 이용하고 싶은 동네 주민들의 이기심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함께 녹여 놓은 일화이다. 김밥이나 튀김을 가져와 커피와 함께 먹으면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큰 소리로 수다 떠는 엄마들을 나도 본 적이 있다.
분명 카페의 유리문에 <외부음식 반입 금지>라고 써있어도 그들은 당당했다.
어쩌면 동네 카페의 현실적인 딜레마일 것이다..
김밥과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근처 공원에 자리 깔고 신나게 떠들면서 먹으면 훨씬 맛있을텐데 말이다.

누군가에게 분식집 같은 동네 카페가 누군가에게는 먼저 간 자식을 추억하는 심장처럼 소중히 아끼고 싶은 공간으로 남아 있다.



#커피한잔할까요_6

#허영만 그림, 글 #이호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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