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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 홀림

스톡홀름을 쏘다니다- 시청사, 감라스탄, 유르고르덴, 시립도서관

by 달의 노래

<스톡홀름 시청사의 너른 품>

오전 11시에 스톡홀름 시청사 영어 가이드 투어를 했다.
시청사 내부는 기본적으로 투어 가이드 없이 돌아다닐 수 없다.
15명~20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누디아'라는 이름의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시청사 내부 설명을 들었다.
발틱해를 마주하고 있는 시청사는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곳인 동시에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관광 명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
부럽다.
여기서 결혼식도 올릴 수 있단다.
스웨덴 국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 동성까지도 차별 없이 결혼을 할 수 있다니 이들의 너른 품이 부러울 따름이다.
1년 전 예약이 필수고 예약금은 50유로라니 결혼 날짜 잡고 헤어지지만 않으면 아름다운 스톡홀름의 시청사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도 축복이겠다.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누디아 덕분에 뭐 좀 알면서 구경한 좋은 시간이었다.
투어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통성명을 한 후 헤어졌다.
여기선 내 이름을 단번에 알아듣는다.
" I'm Miriae."
" O, Miriae~"




<오래된 레코드 가게와 비틀즈>


감라스탄의 골목길이 이끄는 대로 가니 LP판을 파는 가게가 있다.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갔다.
옛날에 우리 집엔 아바, 다이애나 로스, 보니엠, 조용필, 김정호, 배호라는 요절한 중저음의 가수의 레코드까지 LP판이 꽤 많았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지익직 튀는 LP판의 노랫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이 가게는 주로 1960년대 음반들만 판다고 한다.
마침 비틀즈 CD가 있어서 구매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꽤 비싸다.
300 sek이면 4만 2천 원쯤 되나..
주인아저씨가 참 친절하신 김에 들입다 좋은 로컬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자기 가게 옆 식당이 베스트라고 하신다.
Glass 19라는 식당인데 진짜 좋았다. 북유럽 스웨덴 편 책자에도 소개된 유기농 식당인데 메뉴도 '오늘의 메뉴' 한 가지다.
뭘 고르고 먹어야 할지 모르는 까막눈한테 딱이다.



<감라스탄 쏘다니기>


감라스탄은 스톡홀름 올드타운이다.

스톡홀름 시청사와 번화가에서 도보로 갈 수 있다.

오래된 가게들과 카페들이 좁은 골목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휴가를 떠난 스톡홀름 시민들을 대신해 이방인들이 스톡홀름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웃고 떠들고 돈을 써댄다.

물가는 확실히 비싼 편이나 내가 좋아하는 납작 복숭아는 저렴해서 좋다.

박물관 입장료와 교통비 등이 무지하게 비싼데 시티카드를 차라리 구입해서 야무지게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겠다.

나와 친구는 120 sek 짜리 24시간 교통카드를 구입해서 이틀 동안 잘 썼다.

감라스탄에선 그냥 막 돌아다니다 단체 여행객들이 멈춰 선 데 쓰윽 가면 그 스팟은 분명 의미가 있는 곳이다.

그렇게 우리는 90cm 골목과 노벨 박물관이 있는 일명 '피의 광장'을 찾을 수 있었다.



<ABBA 뮤지엄>


1970년대에 한국에서도 아바가 인기를 많이 끌었다.
무슨 가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그룹이라며 그랑프리와 실력과 인기가 꽤나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엔 정훈희, 윤복희, 민혜경, 혜은이가 여러 국제 가요제에서 상 먹고 오고 그랬었지.(여지없이 옛날 사람 인증인가..)
그 시절부터 나는 '테레비 빠꼼이'라고 외할머니가 그러셨다.
무튼 아바의 노래는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왔고 '테레비'로 공연 실황을 봤던 기억이 난다.
스웨덴 사람들도 아바를 국민가수쯤으로 추앙하는 것 같다.
유고르덴 지역에 아바 박물관이 있다.
입장료가 더럽게 비싸다.
우리 돈으로 3만 5천 원이 넘는다.
입장 안 하는 대신 아바 뮤지엄 기념품 가게에서 남편에게 줄 선물로 아바의 '골드 히트송' CD를 샀다.
그리고 아바의 노래를 들으며 아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아바 여성 멤버 대신 내 얼굴을 넣어 사진을 찍는다.
아웃도어 아바 뮤지엄 활용이랄까.



<말괄량이 삐삐의 추억>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마다 말괄량이 삐삐를 보고 또 보고 했었다.
옛날엔(내가 말하는 옛날은 거의 70년대) 외화 시리즈가 참 많았다.
엄마, 아부지는 '월튼네 사람들'을 좋아하셨는데 나는 '초원의 집'과 그 후에 한 '말괄량이 삐삐'가 좋았다.
무튼 말괄량이 삐삐 박물관에 갔다. 예상보다 더 작은 유아용 건물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모 부대가 많았다.

괜히 들어가서 실망하며 나오고 싶지 않다.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 두기..




<스톡홀름 도서관>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도서관이 스톡홀름에 있대. 꼭 가봐야겠어. "

말은 이렇게 했어도 '도서관이 아름다워봤자 뭐 얼마나 그렇겠어..'라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나와 소윤이가 묵은 아파트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도서관에 갈 수 있다.
아침에 체크아웃을 일찍 하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으로 가는 지름길은 숙소 뒤 공원으로 지나는 것인데 동네 공원 스케일이 다르다.
너무 일찍 나선 탓에 도서관 개관시간까지 약 30분을 공원 벤치에 앉아 가지고 간 책을 읽는다.
나름 유치한 설정샷을 찍고 한 챕터를 마저 읽으니 도서관 문 열 시간이다.

호흡이 잠시 멈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멋지다.
책이 빼곡히 꽂힌 곡선의 서가를 따라 한 바퀴 걸어 본다.
이 시간, 이곳에 있을 수 있음이 참 감사하다.


<감라스탄 대성당>


여성 목회자가 설교를 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들었다. 남자의 모습, 여자의 모습, 어른의 모습, 아이의 모습, 동성애자의 모습까지도 다 하나님의 모습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여기까지 듣고 나왔지만 짧은 설교의 여운이 참 길었다.
우리나라 교회에서 신의 모습이 동성애자의 그것이라고 한다면 난리 난리 그런 난리도 없을 것이다.


스톡홀름은 사람을 홀린다.
이제 프라하로 간 동생파와 헬싱키 공항에서 도킹하여 배 타고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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