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시-쓰터즈"

혼자보단 여럿이 좋잖아요

by Miriam

글 쓰는 모임 "시-쓰터즈"


시-쓰터즈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시를 읽고, 시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시를 써보는 모임이다. 모임은 “다들 그래 괜찮다고”와 “서로의 계절을 꼭 잡고 나란히 걸었습니다” 두 권의 시집을 출판한 신민규 작가님의 주도로 진행되었다.



우연히 마주한 독립 책방

장소는 전주의 한 카페였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그곳에 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기 힘든 곳이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카페 입구가 나왔다. 나만 아는 비밀의 장소 같은 느낌이었다. 모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기 때문에 기대감을 잠시 남겨두었다.


가파른 계단을 한 층 더 오르면 독립서점이 있다. 입구는 닫힌 것처럼 생겼지만, 그 옆에 열려 있으니 걱정 말고 들어와서 구경하라는 친절한 문구가 붙어있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문을 당겼다. 문을 열자 꺾어진 입구에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 거울을 통해 인사를 건네는 분이 계셨다. 입구가 바로 보이지 않는 구조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귀여운 방법이었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짧은 복도를 돌아 들어가자 책방 내부가 보였다. 허름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방 두 개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최근 방문했던 서점은 화려한 굿즈가 먼저 시선을 끌었지만, 이 곳은 정말 책에 집중한 느낌이었다. 책방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독립 서적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기에 스스로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책에는 어떤 힘이 있다. 작가도, 출판사도, 마케팅도 아닌 무언가가 그 책으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그 많은 책 사이에서도 유독 꺼내 보고 싶은 책이 있다. 나는 주로 제목에서 그런 마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어떤 책은 제목이 보이지 않아도, 색깔만으로도, 아주 작은 그림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제목도 보이지 않는 책을 책장에서 꺼내는 것은 언제나 신기한 일이다.


마음이 가는 몇 권의 책을 펼쳐보았다. 책의 모든 구절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는 약간의 운이 필요하다. 첫 페이지를, 혹은 중간의 어딘가를 펼쳐보았을 때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와야 한다. 좋은 내용이 많을수록 확률이 올라가겠지만, 하필이면 취향이 아닌 부분만 찾아낼 수도 있다. 그날은 마침 그런 날이었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혹시 이 매장에 베스트셀러는 따로 없나요?”


몇 권의 책을 서성이다 직원분께 여쭤봤다. 독립서점은 개성이나 취향을 중요하게 여겨서 베스트셀러는 따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직원분의 대답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개개인의 취향을 다루는 독립서점에서마저 나는 다수를 따라가려 했다. 나는 내 취향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직원분께서는 질문에 대한 답 대신, 내 취향을 찾아주려 노력했다. 잠깐 동안의 질문이 오고 간 뒤, 몇 권의 책을 추천해주셨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했다. 서툴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문장들

시간을 보낸 뒤, 아래층의 카페로 향했다. 참가비에 음료 가격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원하는 음료 한 잔이 제공되었다. 참가자는 작가님을 포함해 총 여섯 명이었다. 작가님의 소개와 함께 모임이 시작되었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던 작가님은 광고 카피와 문학, 그중에서도 시와의 공통적인 특성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가 지금은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때문인지 작가님의 글에는 마음을 꿰뚫는 한 줄이 들어있다. 문장을 천천히 쌓아 올리다가 그 한 줄로 마음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그런 작품이 많다. 읽고 나면 마치 위로를 받은 것 같은 글이 많다.


작가님 소개 이후,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왜 모임에 참여했는지 등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모임의 성격상 글쓰기에 관심이 있고, 평소에 글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소개가 끝나면, 작가님이 미리 준비해 둔 몇 편의 시를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이야기가 물 흐르듯 진행된다. 주제가 있는 모임이 좋은 이유이다.


모임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편안했다. 카페는 아득했고, 우리만의 아지트 같았다. 장소를 대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은 없었다. 작가님이 준비한 작품에서 적절한 작품 선정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시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익숙한 글도 있고, 처음 보는 글도 있었지만 모두 아마추어들의 모임에 잘 어울리는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시는 읽는 사람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진다. 이해하기 쉬운 글이라고 해서 단순히 의미만 파악하고 넘어간다면 시험공부와 다름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시를 공부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었다. 내가 시-쓰터즈를 수업이 아니라 모임이라고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님은 단 한 번도 참여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작품들을 소개하고, 작품이 수록된 시집, 작가 등에 대한 정보를 무심하게 툭 던진다. 그리고 바통을 다음 사람에게 넘긴다.


사람들은 돌아가며 시에 대한 감상을 얘기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다. 내가 무심코 넘어갔던 부분에 감동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구절을 나와 다르게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당연하게 생각한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다. 또 그 의문에는 여러 개의 답이 달린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서로의 생각을 통해 시가 확장된다. 그 시는 더 이상 처음에 읽었던 시가 아니게 된다.



좋은 글을 만드는 것은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글을 열심히 썼고, 쓰다 보니 고집이 생겼다. 고집은 고민을 낳는다. 좋은 글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 이 고민이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시한 글(당시에는 시시하다고 생각했던)을 팔아먹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났다. 내가 쓴 글이 저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팔리는 것은 내가 아닌 그 사람들의 글이었다.


분명 잘 쓴 글은 있겠지만, 좋은 글은 내가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잘 쓴 글과 좋은 글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좋은 글은 독자의 몫이다. 정확히 말하면 독자는 각자의 기준으로 좋은 글을 선택한다. 내 생각은 수많은 기준 중에 하나일 뿐이다. 나는 잘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좋은 글을 쓰지 못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시-쓰터즈 같은 모임이 반가웠다.


사람들이 어떤 시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시를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시는 외로운 취미다. 시-쓰터즈에는 이렇게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로 좋아하는 글이나, 글에 대한 감상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독립출판을 준비하고 있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람들이 독립 서적에 기대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람들의 기대가 더 풍족해질 수 있게,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게, 이런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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