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 지혜의 원천은 어디, 누구?

대화 3-1

by MIRIAM

솔로몬의 궁전은 듣던 것보다 더 화려했다. 대충 빨간 빛이 있으면 그것은 루비거나 가넷이었다. 초록빛은 에메랄드, 파란빛은 사파이어, 노란빛은 호박이었다. 보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터라 정확하게 맞물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어쨌든 총 천연색, 형형색색의 빛나는 보석이 온통 박혀 있는 건물이라 너무 눈이 부셔 눈을 둘 곳이 없었다.


그 와중에 내가 아기를 빼앗으려는 여자인지, 빼앗길 것 같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재판이 시작됐다.


“그래, 무슨 일이기에 여기까지 왔느냐?”


내 옆에 있는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왕이시여! 이 여자와 저는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고 나서 사흘 뒤에 이 여자도 아이를 낳았습니다. 집에는 우리 둘만 있었는데 서로 아이 낳는 것을 도와줬어요.”


그래, 이 얘기는 성서에도 나오는 얘기다. 이들은 이 에피소드의 결말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잘 빠져나가보자!


“그런데 저 여자가 아이를 낳은 그 날밤, 자기 아들을 깔아뭉개어 죽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밤중에 일어나 제가 자는 사이에 제 곁에 있던 제 아들을 가져가 버렸어요. 그리고는 죽은 지 아이를 제 품에 놓고 간 것입니다!”


나는 순간 생각했다.

내가 진짜 엄마구나!


성서에는 “한 여인”, “또 한 여인”이라고 되어 있어 누가 먼저 말하고 누가 진짜 엄마인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여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자초지종을 말하고 있지 않은 내가 진짜 엄마라는 것을 알겠다. 아니 당한 사람이 어떻게 저리 자세히 알 수 있는가? 이것은 본인이 직접 한 일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정황이다.

아마도 이 여자는 자다가 아기를 압사시켰을 것이다. 뒤척이다가 아기가 너무 가만히 있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을 밤새 지어냈을 것이다.


그 여자는 계속 말했다.


“제가 아침에 일어나 젖을 먹이려고 보니 아이가 죽어 있었습니다. 저는 날이 밝아서야 아기가 제 몸에서 난 아기가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내 차례인가?

연기 전공한 과거를 살려 감정이입을 한번 해볼까?


나는 지금 갓 태어난 아기를 잃었다.

저 여자는 본인이 자신의 아기를 실수로 죽인 후, 살아있는 내 아기와 죽은 자신의 아기를 바꿔치기한 사기꾼이다. 아기를 실수로 죽인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저 여자는 지금, 자신의 죄책감을 벗기 위해 더 무서운 짓을 하고 있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모자의 인연을, 태의 인연을 끊어버리려 한다.

나는 내 몸에서 열 달 동안 움직이던 아기를 이제 겨우 만났다. 내 몸에서 분리되어 내 품에서 꼼지락거리고 나의 젖을 무는 나의 아기다. 나의 자궁에서 움직이던 발길이, 그 속에서 울리던 심장의 진동이 아직도 느껴진다.

그런데도 저 여자는 나의 아기를 빼앗아 가려 한다. 나의 품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모세를 만났던 그 사막에서 몇 날 며칠 동안 걸었던 그 공간의 공허함이 엄습했다. 아기를 빼앗긴다는 것은 내 존재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텅 비어버렸는데도 찢기고 벗겨지는 아픔이 몰아쳐온다. 이 아픔은 아기를 빼앗긴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슬픔 때문이다.


그리고.. 저 여자는 지금 내게 살인죄와 사기죄까지 덮어씌우려 한다.

억울하다.

억울해서 미치겠다.

울음이 터져나왔다.


“왕이시여! 저 여자의 말은 완전히 거짓말입니다.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 보채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 적은 있어도 한밤중에 아기를 바꿔치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저 여자가 자기 아이가 죽으니 밤새 이야기를 꾸며내고 나를 살인자로 몰고 사기꾼으로 몰았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합니다. 흐흐흑!”


“무슨 말을 하느냐? 산 아이는 내 아이이고 죽은 아이가 네 아이야!

억울합니다. 엉엉~~”


사기꾼 여자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는 솔로몬에게 나를 변호해야 했다.


“지혜로운 왕이시여! 어미와 아기의 인연을 속이려는 저 미친 여자를 벌하여 주소서! 흐어어엉~”


솔로몬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골똘해지는 느낌이 들 때, 그의 곁에 반투명한 어떤 존재가 보였다.

어디서 온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거나,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아니고 그냥 스르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는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로몬 옆의 그 존재는 솔로몬에게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다.


‘엇! 혹시 라지엘 천사?

솔로몬에게 비밀의 책을 줬다는 그 지혜의 천사인가?’


이제 나는 그 반투명한 존재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헉~!

그 존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너무 놀라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곧바로 솔로몬도 나를 보았다.

이걸 어쩌지?

그 때 솔로몬이 입을 열었다.


“한 사람은 '산 이 아이가 내 아들이고 네 아들은 죽었다.' 하고 또 한 사람은 '아니다. 네 아들은 죽었고 내 아들이 산 아이다.' 하는구나.”


솔로몬은 성서에 있는 말 그대로 하면서 앞에 있는 병사에게 칼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막간에 솔로몬이 내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는가?”


이건 예상에 없던 일인데.. 이를 어쩌지?


“저요? 집에서... 왔습니다....”


어디서 왔겠어? 내가 진짜 아기의 엄마여도 집에서 왔을 것이고 현실의 나여도 집에서 자고 있는데 집에서 왔지. 거짓말은 아니니까.


“흐음...”


솔로몬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내 옆의 여자는 왕이 나를 의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얼른 나서서 한 마디를 더했다.


“저 여자는 입만 열면 거짓말입니다.

제가 같이 살던 집에서 저 여자를 내쳐서 저 여자는 집이 없습니다!

훗! 그런데 집에서 왔다니요?”


사기꾼+아기 살인자이자 도둑년인 이 미친X는 참 말이 많다. 그래봐야 내가 이길텐데..쫍.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귓가에 어떤 숨결이 느껴졌다. 나는 살짝 눈만 돌려 쳐다보았다.


“그대로 있어라..”


으오오오오오오!!!!

방금 전까지 솔로몬의 옆에 있던 그 존재, 그가 내 옆에서 나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뭔일이래?

너무 두려운 나머지 온몸이 덜덜 떨렸다. 말도 못하겠고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


그러는 중에 신하들이 솔로몬 앞으로 칼을 내왔다.

이후의 스토리는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솔로몬이 아기를 둘로 자르라고 하고 안된다고 막는 쪽이 진짜 엄마다~ 이런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아기라 하니 이 아기를 반으로 잘라 반반씩 갖도록 하게.”


칼을 든 병사가 칼을 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얼른 고개를 들어 말했다.

“안됩니다!!!!!!!”

하는데 내 옆의 여자도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말한다.

“안됩니다!!!!!!”

엇! 이거 뭐지? 내가 진짜 엄마가 아닌가?


솔로몬이 손을 들어 아기를 자르는 것을 중지시켰다.

“무엄하다! 감히 내가 명한 것을 한낱 여인들이 안된다니!”


나는 내가 진짜 엄마가 아닌가 싶어 헷갈리는 중이었던지라 솔로몬의 말을 받아칠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내 옆에는 남들 눈에는 안보이고 내 눈에만 보이는 것 같은, 아니 솔로몬 눈에 까지만 보이는 희한한 존재까지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내 옆의 여자가 먼저 솔로몬에게 말했다.

“왕이시여! 아기를 반으로 가른다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

“사람이 온전히 하나여야 자라지 않겠습니까요?”

휴우... 내가 진짜 엄마가 맞구나.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솔로몬에게 말했다. 엉엉 울면서...


“왕이시여.... 으흐흐흐흙~!

아기를 자르면 아기는 죽습니다.

차라리 저 여인이 키우게 하십시오.

그러면 아기는 살지 않습니까?”

“칼을 거두라!”


이후, 이야기는 성서에 적혀있는 그대로 전개되었다.


“아기를 다른 여인에게 주라고 한 저 여인에게 주라!

그리고 여기 있는 이 여인을 감옥에 가두라!”


왕의 병사들이 내 옆에 있던 그 여인의 양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아니 아니.. 왕이시여!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오오오!”



그녀가 끌려나간후 대전이 좀 조용해지자 신하들이 솔로몬에게 물었다. 어떤 이유로 끌려나간 여인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느냐고. 솔로몬은 성서에 적힌 대로 “진짜 엄마면 아이를 칼로 자르면 죽는다는걸 당연히 알것이고 내 품에서 죽는것보다 다른 품에서 사는 것을 택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솔로몬의 시선이 계속해서 나를 향해 있는 것을 느꼈다.


‘아놔.. 왜 나가라는 얘기를 안하지?’


아기를 안고 서서 영 불편한 마음으로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아까 그 형체, 인간인지 뭔지 알수 없는 그 반투명 존재가 솔로몬에게 다시 귓속말을 했다.


“너는 누구인가?”


솔로몬이 나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아... 이거 뭐라고 얘기하지? 성서에도 이 여인의 이름은 나와있지 않다. 다만 번역에 따라 그냥 ‘여인’이라고 나와있기도 하고 ‘창녀’라고 나와있기도 하다. 뭐라고 하는게 맞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솔로몬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신들은 잠시 나가 쉬거라.”


솔로몬이 신하들을 모두 물리더니 왕좌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내려왔다.

아니, 왜, 갑자기..? 왜 오는데?


두려웠다.

정체가 불분명한 나, 여긴 분명히 내 꿈속이거늘, 이렇게까지 내가 두려운 이유..는,

일종의 임사체험 같은걸 해봤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오랜만에 꾸는 꿈이지만 느낌적으로 알 수 있다.

이건 진짜다!


솔로몬이 내 눈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반투명 존재도 함께 멈춰섰다.


“너는 누구인가?”

“저...요? 왜.....”

“너... 이 사람 보이지?”


솔로몬은 자신의 옆에 있는 존재를 가리키며 대놓고 말했다.

난 너무 놀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보이는구나!”

“보인다니까! 솔로몬, 얘 보통내기가 아니야.”


솔로몬과 라지엘.jpg


하아.. 뭐 어쩔거야? 반투명 저 존재가 이미 다 말한 것 같은데.. 쫍.

그리고 어차피 솔로몬도 반투명 존재하고 짝짝꿍 하면서 지혜로운척 하는 거잖아? 얘도 사람 아니고 나는 이 시대, 이 세상 사람 아니고 쌤쌤이니까 이해하겠지 뭐. 아니면 어쩔거야? 내 꿈인데..? 난 지금 엄마 옆에서 자고 있는걸? 깨어나면 그뿐이야!


“흠흠.. 저는 .. 흠흠.. 사람입니다! 쫌 후대의 사람...

사실 전 지금 꿈을 꾸고 있는데 어쩌다 여길 왔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솔로몬 왕.. 맞죠?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천사예요? 라지엘?”

그러자 솔로몬보다 반투명 존재가 더 놀랐다. 아무래도 내가 맞힌 것 같았다.


“간혹 내게 꿈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있긴 하다.

다양한 차원, 다양한 시대에서...

그런데 라지엘은 보지 못한다.

너는 어찌하여 라지엘을 볼 수 있는 것이냐?”


“라지엘 맞아요? 우와아아아아~~~ 내 촉 죽이네!

근데 근데.. 라지엘이 솔로몬 왕에게 세페르 라지엘을 줬다..전 이것만 알았었는데,

둘이 이렇게 계속 붙어다닌거예요???

뭔일이 있을때마다 천사님이 다 조언하고 얘기해주고?

대애박!!!!!”


나는 반투명 존재가 라지엘이 맞다는 것에 취해 솔로몬의 질문을 완전히 잊고 촐싹대고 말았다.

솔로몬의 표정이 굳어졌다.

라지엘은 솔로몬의 표정을 한번 쓰윽 보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너! 다른 차원의 생명체를 본 일이 있느냐?”

“다른 차원요?”


모세나 미리암을 다른 차원의 인물이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생명체? 생명체라고 해야 하는걸까? 대답하기가 좀 애매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자 라지엘이 짧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물었다.

“꿈에서, 지금처럼,

시간 이동을 한다거나

네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 적이 있느냐?”

아.. 이 얘기구나!

“네, 있어요.

얼마 전에 사막 한가운데서 모세를 만났었어요.

그때도 엄청 충격이었는데... 세상에 모세가 유대인이 아니래요, 글쎄!

아셨어요???”

솔로몬의 얼굴을 보니 그런 TMI는 집어치우라는 것 같았다.

“응, 안다. 그리고..?

또 어디에서 다른 생명체를 본 적이 있느냐?”


모세 같은 "누구"를 만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와 “생명체”가 중요한 건가?

“그 다음에 미리암을 만나서 미리암이 사는 곳 같은 곳으로 갔어요.

강바닥 밑이었는데 시대를 알 수 없는, 하지만 미래도시 같은 느낌의 공간이었고..

아!!! 거기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막 콘헤드도 있고 그래서 신기했었어요.

얘기를 나누진 않았지만요.

그리고......”


“미리암 도시에 갔었다고?”


라지엘이 말을 끊고 되물었다.

미리암이 사는 곳이 중요한 곳이었나보다.


“네...에... ”

“너는 누군데 미리암이 그곳에 데려간 것이냐?”

“저는.. 그니까.. 저는...”


자꾸만 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서 말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라지엘과 솔로몬이 내게 “너는 누구냐” 묻는 이유는 네가 뭐길래 꿈에서 다른 시대를 오가고 천사의 형상을 보며 미리암이 미리암 도시를 보여주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뭐가 그리 특별한 것인가?’를 묻고 있기에 내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나는 특별할 것이 없다. 무엇 하나 특별할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로 21세기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살면서 사람들이 나를 이용만 하고 버림받았다 느껴 자살 기도를 한, 상처받은 영혼일 뿐.


에라 모르겠다. 걍 있는대로 막 얘기해보자. 한 마디로 안끝나면 어때? 꿈속인데...


“저는.. 이름은 윤나영!

이곳에서 아주 많이 떨어진 아시아의 끝, 대한민국에서 살아요.

솔로몬 왕의 시대 보다 한 3천년쯤 뒤에 있는 시대구요,

지금 그 한반도 동네는 아직 왕조가 없을 겁니다.

부족 사회일 확률이 높아요. 이건 TMI.

전 얼마 전에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했는데

죽지 않고 모세와 미리암을 만났어요.

제가 열다섯 살, 열여섯 살 쯤에 성서를 보다가 미리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그 이름을 제 이름처럼 썼었는데

그게 알고보니까 전생에도 제가 스스로 죽었던걸

라반에서 미리암을 만나서 다시 태어나서 부적처럼 그 이름을 썼던거더라구요.”


“라반에도 갔었나?”


“네. 이번에 라반에 가서 제 전생을 봤죠. 그리고 죽지 않기로 한거죠.”


라지엘은 내 얘기를 듣고는 솔로몬을 향해 말했다.


“솔로몬! 얘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있을거야.

두 사람이 만나야 할 이유가 있어서 시간을 통과해 오지 않았겠나?”

“물론 그렇겠지. 신에게 이유가 없는 것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 왜 하필 아기까지 빼앗길뻔한 여인으로 온 것인지 모르겠군.”

“갈 곳 없고 가난하고 불쌍한 여인이어야 그대가 거두지 않겠나?

궁에서 허드렛일을 시키며 곁에 두면 될듯한데...”


얘기를 듣자 하니 내가 평생 이 곳에서 살 사람처럼 말한다. 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다.

게다가... 허드렛일? 헛참나! 내가 꿈에서도 남일 해줘야 하냐? 그것도 허드렛일을?

어처구니가 없어서, 참나!


“저기요! 저는요, 얼마든지 잠에서 깨면 돌아가거든요?

그리고 전 여기 한 개도 안 궁금해요.

솔로몬 왕님, 겁나게 호화롭고 방탕하게 사시다가

말년에 헛되다아아아.. 하고 죽는 것까지 다 압니다.

사실 솔로몬 왕님 세상 부러운 것 없이 하고 싶은 건 몽땅 다 해보고는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이러는게 아아주 가증스러워요.

그나마 지혜롭다..요고 하나 맘에 드는 부분이었는데

그 마저도 라지엘을 착붙하고 다닌거였구만요. 지혜는 무슨..?

별로 같이 있고 싶지 않습니다. 전 갈랍니다!”

하고 뒤돌아 섰다.


그러자 라지엘이 내 앞을 막아섰다.

“너, 숨은 예언자를 하면 되겠구나!

미래에서 오는 바람에 솔로몬과 왕국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으니 말이다.

어떠냐? 네가 책에서나 보던 고대의 여사제가 되어보는 건?”


우와, 미쳤다, 이 제안은.

대단히 혹하는데?

솔로몬도 내 앞으로 와서 내가 안고 있던 아기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나쁜 제안 같지는 않은데, 윤나영 사제? 어때?

이름은 원래 쓰던 미리암으로 쓰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현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정말 궁금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걸 꿈에서, 심지어 솔로몬 왕의 숨은 예언자를 한다니.. 이 무슨 영화 캐릭터같은, 아니 에니메이션 케릭터, 게임 캐릭터인가? 암튼...

“자네가 무엇을 예언하고 조언을 한다 해도 아마 나는 내 뜻대로 할걸세.

그대도 알고 있지 않은가? 미래를 안다 하여도 미래는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솔로몬왕, 이 사람이 지금 말하는 것은, 엄청나게 의미심장하다.

솔로몬의 지혜란, 오늘 내가 겪은 재판처럼 “현명함”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완전히 저 세상의 것일 수 있다.

갑자기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저, 어디서 머물면 됩니까?”


나는 당당하게 나의 거처를 물었다.

이제 이스라엘 왕국, 솔로몬 왕의 예언자가 되는 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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