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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Dec 01. 2018

누구에게나 있는 듯한-내 이야기

결혼 20주년 맞이 추억 여행 5

오랜만에 쓰는

*결혼 20주년 맞이 추억여행 5*


#남친집방문기

#if이결혼반댈세


시간이 조금 더 흘러 나는 어느새 그의 집에 인사를 가 있었다.

아직 우리는 결혼을 약속하거나 하지도 않은 사이였는데, 부모님은 얼마 전에 제대한, 나이가 28 이나 먹은 아들이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하니 어떤 여자인가 몹시도 궁금하셨었었나 보다.


꽃을 사들고 갔던가?!

둥그런 식탁에 더이상 놓을 자리가 없게 음식을 차리신 어머니.

숟가락 먹자마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었던 거다.

오랜 자취생활로 그저 그런 음식만 먹어 오다가 오랜만에 먹어본 진수성찬에 그만 이성을 잃....지는 않고, 정신을 가다듬은 끝에 가까스로 밥을 한 스푼 정도 남기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던 것 같다.


식사후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인사를 드리고 마침 그곳에서 차로 10여분 정도 밖에 떨어지지않은 큰언니집으로 가서 그날을 마무리했다.


어머님 댁에서의 식탁은 지금도 잘 기억나는데 언니랑 나눴던 이야기들은 기억이 전혀 안나는 걸 보니 아마도 내 혼이 어려운 방문을 겪어내느라 좀 빠져 있었나부다...ㅎㅎ


지금도 궁금한 것은...우리 어머님 아버님은 처음에 내가 맘에 들었었을까...하는  것이다.


당신들의 아들은 명문대 석사과정에 훤칠한(이라 쓰고 빼빼 마른-그 때에) 공군장교 출신-

그 당시만 해도  괜찮은 대학을 나오기만 하면 대기업을 골라 가던 때였으니 (바로 그 해 터진 imf 때문에 결국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곳 저곳 빵빵한 선자리도 꽤 들어왔던것 같은데...

기껏 만나고  있다는 여자가 별볼일 없는  대학을 나와 별볼일 없이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깡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가난한 농부의 딸인, 퉁퉁하게 생긴 아가씨였던 나를(이렇게 쓰고 보니 눙물이...ㅠ...이런 나를 택해준 남편, 시부모님 감사합니다...ㅠ) 과연 좋아해 주셨었는지...별 반대를 안하셨었는지....


만약 그랬었더라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감히 너 따위가 내 아들을 넘봐?" 이러시며 강력히 헤어지기를 요구하셨었더라면...

우린 그래도 계속 만났었을까,

우린 아닌거 같아요...하며  헤어졌을까...


문득 #그것이알고싶은 #결혼20주년을지나고있는어느겨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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