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왜 이제야 봤을까? 페이스북을 통해 '은유'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책 '쓰기의 말들'도 알고는 있었다. 그저그런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 생각했고 그랬기에 별 호감이 없었다.
그러던 차 지난 번 당인리 책발전소에 들렀을 때 이 책을 실물로 보게 되었다. 표지나 책 속 디자인 어느 것도 한 눈에 사람을 끌게 생기지는 않았다. 글이 빼곡한, 갱지 같은 종이에 인쇄된 책 속을 보고 '잉? 요즘도 이렇게 세련되지 않게 책을 내는 곳도 읺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버리고 내용을 한번 보자, 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글들이 튀어 나왔다.
"내 삶은 글에 빚졌다. 예고 없는 고통의 시간대를 글을 붙들고 통과했다. 크게 욕망한 것 없고 가진 것 없어도 글쓰기 덕에 내가 나로 사는데 부족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
"비교적 생활이 안정된 시기의 글쓰기 욕망은 순했다. 내가 글을 부렸다. 생활의 기반이 흔들리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서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릴케의 말 ㅡ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소멸될 게 분명했다 ㅡ처럼, 생존의 글쓰기였다. 글이 나를 쥐었다 . 글쓰기는 내가 지은 대피소. 그곳에 잠시 몸을 들이고 힘을 모으고 일어난다" 라고도 썼다.
내 얘기를 대신 해주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너무도 명쾌히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글발이 짧아 표현하지 못한 내 속을 이리 깔끔하게 표현해 놓다니....
물론 요즘 내가 sns에 읽는 이도 별로 없는 어줍잖은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솔직히 속에서 미처 터져나오지 못한 것들을 표현해놓고 싶은 맘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많이 쓰지 않은 것은 작가가 겪었을 그 시야가 뿌얘지는 그 시간 정도는 내가 지나고 있지 않아서? 그보다는 너~~~무 게을러서? 또는 적절히 표현하는 법을 몰라서...어쩌면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쓰지 않은 이유를 들자면 이렇게나 이유가 많은데...
작가 왈 "펜을 움직여야 생각이 솟아난다. 모든 배움의 원리는 결심의 산물이 아닌 반복을 통한 신체의 느린 변화다" 라고 한 것처럼 게으름을 쫓아내고 더 몇자라도 써 봐야겠다. 반복을 통해 신체의 변화를 얻어볼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