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Sep 12. 2020

내 이야기

소리쳐 울어도 오지 않는 것은 여전히 오지 않더라..그래도..

우리가 그 동네에 살지 않을 때였으니까 아마 7살쯤이었을까?


40여 년 전, 내가 살던 동네는 시골이지만 면사무소가 있는 중심지였다. 5일마다 시끌벅적한 장이 섰고, 근처에 있는 국민학교 전교생이 600  명쯤 되었으니 면내 인구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런 면 중심지에 유일한 짜장면 집을 열였을 땐 장사가 안될 리가 없었을 텐데... 어찌 된 일인지 가게문을 닫게 되었고, 부모님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이웃 동네에 집을 알아보러 가셨던 거 같다.


엄마를 따라갔던 나는 30분 정도의 걷기가 고었는지  방 두 칸에 자그마한 정지(부엌) 하나, 소박한 툇마루가 있는 어떤 아줌마네 집 마루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뜨니 힘을 좀 잃은 햇빛이 마당을 비추고 있는데... 사방은 너무 조용하고.. 주위엔 아무도 없...

쨍하지 않은 햇빛과 조용한 분위기에 아침인지 저녁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지?

낯선 집.


갑작스레 밀려온 공포감에

"엄마~~~ 엄마~~~!!!"

울기 시작했다.

좀 울면 내 소리를 듣고 엄마가 달려오겠지.


한참을 울어도 엄마가 오지 않는다.

내 소리가 작았나?

더 크게 울어본다.

"엄마~~~~~~~엄마~~~~~~!!"


그래도 오지 않는다.

엄마는커녕 그 누구도 오지 않는다.

옆집에도 아무도  없었나?

꼬맹이의 울음소리가 동네가 떠내려갈 듯 울려 퍼지는데 어떻게 단 한 사람도 안 올 수가 있지?


이상하다.

이상하다.

무서움은 더해지고..


결국 목이 쉬도록 울어도 끝내 엄마는 오지 않았다.

아니 어둑해져 담장 옆에 나타난 사람이 엄마인지 못 알아볼 정도가 되어서야 오셨다.

울다가 울다가 지친 나는,

울어도 엄마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그냥 기다리기로 했던 거 같다.

시간이 좀 지나니

지금은 아침이 아니요

나는 엄마를 따라왔다가 어떤 집에서 그냥 낮잠에 든 것이라는 상황이 깨달아졌다.

나를 놓고 집으로 가진 않았을 거야..


심심해서 마당에 내려가 개미를 보았던가?

닭장에서 꼬꼬 거리는 닭들을 보았던가?


살다 보니 그런 순간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괴로워.. 괴로워.. 아무리 목청껏 울어도,

두려움에 떨며 목이 쉬도록 나 힘들다고 외쳐도 아무도 날 돌아보지 않는..


"어이구~우리 아가~~ 엄마 왔잖아~~ 걱정 마~이제 엄마 왔으니 안심해도 돼~~"

하며 짜잔 나타나 나를 달래주고 위로해주고 힘주는 그 어떤 존재도 없는 그런 상황.

그저 나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무던히 기다려야 하는.


그런데..

또 보니

결국

지나가더라.

당장은  죽을 거 같아도 다시 평온해지는

그런 순간은 또 오더라.


부디

우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길.

견디는 힘은 더 커지길.


타인의 울음은

그것이 작을지라도

더 잘 듣는 내가 되길.



작가의 이전글 쉰이 되어보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