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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Sep 29. 2020

쉰이 되어보니

나의 짧은 히스토리 12


분가를 하고 눈에 띄게 좋았던 점 하나는 일단

아침 기상 시간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나의  딸은 5 개월 아가.

완모를 하고 있었는데 모유를 찾는 횟수가 얼마나 잦은 지 거의 2시간에 한 번 씩은 수유를 해야 했다.

밤중 수유 끊지 못해 2시간마다 아기가 엥~~~~울면 얼른 일어나 젖을 물려야 했다.

그 밤에 젖병 찾아  물 넣어, 분유 넣어.. 하면서 분유를  먹이는 것만큼 힘들 지야 않았겠지만

통잠을 자지 하니 피곤이 쌓였다.

시댁은 부모님이 8 시쯤 아침을 드시니 늦어도 7시 전후에는 일어나 (어머님과 같이) 아침 준비를 했었다. 눈을 뜨는 것이 버거울 때가 많았다.

아침을 먹고 나면 6살 조카아이 등원  준비.

어린이집 등원시키기.

그리고 시어머니와 아가와 하루를...


분가를 하고 나니 오로지 남편 스케줄에만 맞추어도 되니 좋았다.

남편이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9시 30분쯤. 비쩍 마른 소식쟁이 남편은 아침에 밥을 먹고 12시쯤 또 점심을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며 아침을 간단히 달라고 했다.

나야 땡큐죠~~.

9시 거의 다 돼서 일어나 출근 준비가 얼추 끝난 남편에게 시리얼과 우유를 내어주거나 어느 날은 계란후라이를 넣은 토스트를 요리 대백과에서 본 샐러드와 같이 주기도 했다.

아~~ 나의 찬란한 아침이여

(커튼도 없는 통창으로 햇빛이 잘 들어 늦잠 자는 나의 눈을 부시게 하곤 했지~~ㅎㅎ)!!!



어떤 집은

 아기가 태어난 후,

밤에 아기가 울면 출근할 남편이 잠을 설칠까 봐, 또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에 아가가 깰까 봐 각방을 쓰기 시작하는 부부가 많다 던데 우리는 절대 안 됨!!

각 방 노우~~!!!

부부 사이가 너~~ 무 좋아서?

아니~아니~방이 하나밖에 없어서~~~~ㅎㅎㅎ

다행히 남편은 (생긴 거랑 다르게) 잠귀가 어두웠다.

아기가 에~~ 에~~ 하며 깨어날 기미만 보이면 나는 잽싸게 젖을 물려 울음소리를 차단했고, 행여 거기서 더 나가 엥~엥~엥~~ 하고 울었더라도 남편은 그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


사실 이건 책임감의 차이인지 예민함의 차이인지... 고건 지금까지도 궁금하긴 하다.

나의 남편 같은 경우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철저히 무관심한  편이다. feat-약간 이기적!!ㅎㅎ


예를 들어,

최근에 있었던 일 중 하나.


외출하기 전에 구두를 꺼낸다.

나는 내 구두를 꺼내며 남편 것도 같이 꺼내 놓는다.

가끔 남편 구두가 지저분하면 닦아놓기도 한다.

외출 후, 다시 신발장에 구두를 정리한다.

보통 이 모든 것은 (몸은 무거우나 행동은 잽싼) 내가 한다. 남편은 현관에 신발이 굴러다니는지  어쩐지 평소엔 별 관심이 없고 따라서 정리도 안 한다.

그런데 그저께 웬일로 구두를 정리하더라지?

혹시나... 하고 가봤더니... 역시나 본인 것만 신발장에.

내 구두는 그냥 현관에.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

(사적 기관. 남편이 임명한) 대한 지적 공사 부장쯤 되는 이로서 (시어머니는 이사쯤) 한마디 지적하시고 넘어가야지!!

"여보!!  진짜 너무한다.

어쩌다 신발  한번 정리한다 했더니.. 내 신발은 안 보여? 난 꺼낼 때 항상 당신 것도 꺼내놓는데...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당신 것만 쏙 넣냐? 말 너무한다, 너무해!!!"

남편 "어.. 어? 못 봤어. 미안해..."

당신 신발 옆에 떡하니 놓여있는 내 신발이 안보이더라는 말이지?

아니, 우리  현관이 커서 뭐 한 가로, 세로 2미터쯤 된다니?


 매사에 이런 식이다.

가만 보니 애들이랑 하는 짓이 똑같다.

남편을 큰아들이라 부르는 이들이 많은 걸 보니 뭐 다른 집 남편들도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긴 하지만..




어머머... 어쩌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끼익!!! 진로 변경합니다~^^



단칸방이지만 그래도 분가했다고 손님 초대가 시작되었다.

시댁생활하느라 결혼 생활을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드디어 1년 하고도 8개월 만에 초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신혼 아닌 신혼의 시작.

난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막 결혼한 듯, 막 신혼 생활을 시작한 듯한 느낌이 든다.

국에 말아 꿀꺽 삼켜버린 것 같은 1년 8개월의 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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