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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Oct 02. 2020

내 이야기

추석을 보내며

명절.

추석이다.

하는 거 없어도 싫은 명절.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 받는 명절.

생각만 해도 어깨가 결려오는 명절.


사실 나는 하는 것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싫다.

아마 그 자유없음이 싫은거 같다.

시댁이라는 그 환경.


남편은 삼형제 중 둘째 아들이다.

그란데 말입니다...

큰 형은 이혼.

25 년째 부모님과 살고 있다.

막내  동생은 십오년 쯤 되었나? 미국 이민.

고로  나는 외며느리다.

외며느리라고 하면 엄청 고생할 줄 알지만

지나고 보니 외며느리가 훨씬 편함.


일단 동서지간 이것저것 눈치볼 일이 없다.

하다 못해 외모 경쟁이라던가(큰 형님이 170센티, 허리 24의 어마어마한 미인었다는 전설이 ㅡ사진으로 사실 확인..ㅎ, 동서는 날씬쟁이 어마한 미인, 나는 통통이 살짝 미인..ㅋㅋㅋㅋ 나이도 셋 중에 내가 제일 많음 ..어잌후..;;;) 시댁 올 때 입고 오는 옷이라던가 들고 오는 선물이라던가 자녀 키우기-니 애가 공부를 잘 하네, 내 애가 더 이쁘네-라던가...

뭐 이런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서  심적으로 엄청 편하다.

(큰형님은 내가 결혼 할 때부터 이미 없었고 동서는 이민가기 전 5 년 정도 같이 보냈었는데  사실 은근 신경쓰이는게 많았었음)

그리고 무엇보다 시부모님이 혼자인 나에게 좀 미안해하심..ㅎ


70대 중반이신 시어머님이 아직도 대부분의 음식을 준비하신다.

갈비라던가 나물이라던가 잡채라던가...

나는 일하는 며느리라 바쁘다고 어머님이 준비하시던게 여태 이어져왔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식구들 먹을거만 준비하면 되는데 손이 큰 어머니는 이것저것 많이 준비하신다.

나는 명절 전날 가서 어머님이 준비해놓으신 재료로 전만 부치면 끝.

그런데 사실 이 전부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동서들이 있으면  도란도란 앉아 역할을 나누어 하면 되는데 난 없으니  남편 소환.

 나의 남편은 일머리가 없어 그닥 좋은 조수는 아니다.

시키는게 더 피곤한 수준.

그래도 혼자 전부치면 너~~~무 싫으니까 -예전에 한 번 나만 전기 후라이팬 앞에 앉아있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티비 앞에 모여 깔깔 하하 거리며 웃는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었는데..기분 정말 뭣같더라..마치 나는 그 집 일꾼인 냥 느껴져서...그 이후론 남편을 꼭 옆에 앉혀둔다. 아무것도 안해도.


조카애가 좀 큰 후로는 그나마 좋은 조수가 되어주었고 몇년 전 결혼을 한 후로는 당당히 한 몫을 하는 정말 좋은 동료가 되었는데...이것이 또 애로 사항이 생긴 것이..

시어머니가 안계신 조카딸이 명절 전날 전을 우리 집에서 부쳐서 가져간다는 거다.

나의 시어머니는 그 아이에겐 할머니라기 보단 친정엄마나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더욱 사돈 댁에  가져갈 전에 정성을 쏟으시게 된 것이다.

종류가 늘어났음은 물론.

동태전, 호박전,가지전, 고구마전. 동그랑땡, 새우전, 육전까지. 거기다 삼색전을 하신다는 걸 이제 발언권이 좀 생긴 내가 "어머니..올핸 새우전도  있는데 삼색 꼬지는 안하는게 어때요?" 하니 옆에 있던 조카애, 남편, 시아주버니까지 "그래요. 전 이렇게 많은데 하지마요~" 해서 거기서 그쳤다. 와우~~~!!^^

뭐 물론 사돈 댁에 보낼 전을 챙기면서 어머니는 계속 삼색전이 없어 색깔이 별로  안이쁘다 하시며 아쉬워하긴 하셨지만..ㅎㅎ 어쨌든 무사히 넘어 갔으니 다행!!


그렇게 4시간 가까이 전을 부치고 조카애는 시댁으로 가고 우리는 저녁을 해먹고 집으로 왔다.

경기도 우리 집에서 서울 시댁까지는 40~50분 정도의 거리.

코로나로  시골에 내려오지 말라고들 하시는데(친정은 그래서 못감..ㅠ) 우린 안갈 거리기 아니라 가긴 했지만 다른 때 처럼 하루를 자진 않겠노라고 말씀드렸다.

코로나 조심해야하니깐요~하며.

어머니는 저녁을 먹을 때까지도 진짜 안자고 갈래? 하시며 좀 아쉬워하셨지만  잠 잘 준비를 전혀 안하고 왔다고 말씀드리며 과감히 일어섰다.


명절을 지나고 날 때마다 드는 생각은..

오래 있으면 안돼.

어머니는 올해도 어김없이 남편이 번듯한 직장 못다니고 지금까지 고생하며 사는 것을 안타까워 하시며 너가 그때 대학원을 가지 말았어야 해..라는 바꿀 수도 없는 과거를 다시 소환하시고,

아버님은 극우 유튜버 채널을 큰소리로 틀어놓으시며 정치색 다른 아들에게 은근 어필하시고(지난 설에는 사실 두 부자가 싸웠다).


이렇게 또 이야길 나누다 보면 꼭 다툼이 생기더란 말이지.


미련 없이 훌쩍  일어나 온 결과~

추석 당일인 목요일부터 나는 자유~~.

프리~~~~!!

휴가~~~~!!!!ㅎㅎㅎㅎ

올해 추석은 이렇게 무사 안전히 지나가고 있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죽겠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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