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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Oct 29. 2020

쉰이 되어보니

나의 짧은 히스토리 16

남편은 성실히 학습지 교사일을 했다.


2000년이 되고 IMF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고 기업들도 슬슬 채용을 늘려가고 있었을 텐데...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었을까?

자신감이 떨어져서 였을까?

아니면 정말로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을까?


조용한 성품에, 원래는 대학교수를 꿈꾸던 사람이니

연령이 낮아졌다고 해도 가르치는 일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을까?

남편과 그 당시에 미래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었다는 기억.

가끔씩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라고 얘기하면 잔소리 취급을 받았던거 같다.

그러면 (그때까지 아직 새색시 티를 벗지 못해 아주 착하게 , 바가지 안긁는 부인 역할을 당연히 해야한다고 여기던 나는) 남편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조용히 입을 다물곤 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니 남편은 이렇게 학습지 교사로 경험을 쌓고 나중에 교육사업을 해야겠다고 했다.

종로 학원이나 대성 학원 같은 큰 학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아...나는 정말 그 말을 믿었던 걸까?

아니다.

믿지 못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핑크빛 미래는 원래가 꿈만 꾸어도 좋지만 왠지 그렇게 될거 같진 않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단순히 핑크빛 미래를 믿으며 "될거 같아~~. 나 꼭 호강시켜줄거지?" 하며 심플하게 생각할걸.

남편 푸쉬도 좀 하며.

잔걱정이 많고 이리저리 머리를 많이 굴리는 성격인 나는 마음속으로 믿어지지 않는걸 뻔뻔하게 꿈을 꿀수가 없었다.

지독히 현실주의자 였던거지.

이런 성격은 지금까지도 나를 작은 꿈만 꾸게한다.

허황된 걸 꾸지 않으니 분수를 안다고 해야하나,

야망이 작다고 해야하나..


그냥 막연히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만 했던거 같다.

꿈은 꾸지 않은 채.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지도 않은 채.

사업에 그다지 어울리는 성격은 아닌거 같긴 하지만 남편이 그렇게 한다고 하니 그렇게만 되면 나도 남편 덕 좀 보며 편하게 살아보자,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텐데..하며 믿지못하는 마음을 가진 채 가끔씩 상상만 했던거 같다.


지금  와 돌아보니

남편 말대로 되지 않은 것은 내가 남편 말을 신뢰하지 못해서였을까(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데 간절히 원하지 않아서?),

아님 그냥 실력이 없어서였을까?

아님 그저 운명인가?


이렇게 살아온 인생에 분명 내가 알지  못하는 뜻이 숨어있을거라 생각하며, 그것을 찾아보자 하며  이 글을 시작했는데..글 덕분인지 여러 환경 때문인지 요즘 드는 생각들이 있는데..그건 차차 써보기로 하고..


어쨌든..

남편은 그렇게 성실히 학습지 교사를  3년 정도 하고는 학습지 교사를 하며 만난 마음 맞는 몇몇 선생님과 동네에  조그만 보습학원을 차리게 된다.

꿈을 향한 첫 발걸음!!!


-근데 이미 내가 꿈이 이루어지지않았다고 스포를 해버렸으니..쩝!!!

그 과정이라도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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