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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Nov 01. 2020

쉰이 되어보니

나의 짧은 히스토리 17

집 얘기를 해야겠군.


보증금 1,200에 월세 12만원 짜리 단칸방으로 분가를 한 후 계약한 2년이 지났다.

아가도 3살이 되었고 짐은 점점 늘어났다.

계속 단칸방에 살수는 없었다.

첨에 분가할 때야 형편이 안되니 단칸방이라도 너무 좋죠~~하며 감사히 맞이했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더 나은 것, 더 발전한 모습으로 나가고 싶어하는건 당연지사.


그럼 2년 동안 돈을 좀 모았나?

아니다.

학습지 교사로 벌어오는 돈이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매달 조금씩 들쑥날쑥.

규모있게 계획적으로 살림하기가 힘들었다

무엇보다 나란 사람이 돈을 펑펑쓰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나 그렇다고 개미 허리마냥 바짝 졸라매는 스타일도 아니었던 것.

무조건 저축 얼마  딱 떼어놓고 나머지로 살기!!

뭐  그런걸 못했다.

결혼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결혼으로 인해 가족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나가야할 곳도 너무 많아졌다.

내가 단칸방 월세 사니 이번 결혼식엔 축의금을 못내겠습니다...뭐 이런 말을 못한단 말이지.

따로 보너스도 없는 직장이라 오로지 월급에서 모든 것을 충당해야하니 특별 행사라도 있는 달은 간당간당.

그런데  거의 한달 걸러 한 번씩 특별행사.

명절, 결혼식, 장례식,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들 생신, 시댁 식구들 생일(친정은 가족이 많아 서로 안주고 안받기 정책)...


2년 동안 월 20씩 들어가는 오백짜리 계 들어놓은게 다였다.

보증금 합쳐 1,700.

이 돈으로 어떤 집을 구해야하나..


고민하던 중 근처에서 살고 있던 친정 큰언니가 빌라 하나가 매물로 나왔는데 보러가자고 했다.

전세도 아니고 무려 매매.

"언니..우린 돈이 없어.."

했더니 보기만이라도 하잖다.

창동역 근처, 빌라가 10동까지 있는 나름 깔끔한 곳이었다.

무엇보다 당시 내가 아르바이트로 다니던 어린이집 바로 옆.

위치는 너무 좋았다.

큰 방, 작은 방 두개에 주방겸 거실이 있는 그야말로 소꿉놀이 하기 딱 좋은 작은 빌라 1층.

매매 가 오천.

단칸방에 살다보니 방이 두개 있는 집이 너무 좋아보였다.

이런 집에만 살아도 사람사는 듯 번듯하게 살수 있을것 같았다.

모자란 돈은 은행에서 빌릴 수 있을거라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을 듣고는 남편과 상의도 안하고 덜컥 계약금 50만원을 내고 계약을 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돈을 빌릴거면 작더라도 아파트를 샀어야했는데 싶기도 하다.

빌라는 가격이 잘 오르지 않으니..

그런데 불안정한 월급에 애초에 가진 돈이 얼마 없다보니 아파트는 언감생심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내가 통이 작다.

과감하질 못하다.

그래서 지금껏 이렇게 살고 있나 싶기도 한데...ㅠ


아무튼, 덜컥 계약을 해버리고 어쩌나 하고 있을 때

시댁 친척어른의 "형편되면 갚고 안되면 말고. 이자도 없다" 하시며 선뜻 내어주신 천만원과 더불어 은행에서 이천을 빌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방  두칸 짜리 내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분가 2년만에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때는 2001년 겨울 초입 이었다.)


*사진은 ... 내 집을 이쁘게 꾸미고 싶어서 이사를 준비하며 수입품 가게에서 샀던 작은 액자와 양념통.

20년이 다 되어가는데...지금도 잘 쓰고 있다.

그때의 두근두근 설레임이 여전히  기억나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추억의 소장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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