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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Dec 29. 2020

내 이야기

피곤해서 그랬어

피곤해서 그런게 틀림없었나 보다.

11월 초 부터 이어지던 시험 대비 주말보충이

12월 20일이 지나서 끝났다.

지난, 성탄절이 있던 주말이

그야말로 아무 스케줄 없던 첫 주말.

근 두달 만에.

집이 사업장이라

주말에도 누군가가 온다는게

사람을 그렇게 피곤하게 만들 줄 미처 몰랐었다.

(사실 그 아이들이  우리 밥줄인데...)

다시 한번 워라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피곤하니 남편에게 더 짜증을 내었다.

너도 피곤하고 나도 피곤한데

밥상은 맨날 나만 차린다고 있는대로 승질내며 남편에게 냉냉하게 대했었다.

그때 분명히 그렇게 쓰긴 했었다.

달콤한 시간은 분명 다시 온다고.

우리 부부는 늘상 그래왔다고.


그 말대로 다시 달달한 시간이 왔다.

(극적 타협!!!ㅋㅋ)


지난 주말,

대학 졸업반 큰딸의 자취방 살림을 정리하러 가느라 빼도 박도 못하게 차에 우리 두사람만 달랑 올라타고 편도 한시간 반 거리를 다녀와야 했었다.

그 와중에 지난 불편했던 시간들에 대해 말을 안꺼내기는 힘들었다.


늘상 도돌이표처럼,

나 화남 -말 안함 -남편 낌새 알아채고 같이 말 안함-견디다 견디다 남편이 말 꺼냄 -논쟁 -남편 똑같은 논조로 항변하나 결국엔 미안하다고 함 -변하겠다고 다짐 함- 며칠 반성하는 것 같다가 다시 원 위치 -나 별 말없이 지내다 피곤해지면 다시 입 나옴 -말 없어짐-남편도 같이 말 안함......

 

똑같은 주제로, 똑같은 패턴으로, 똑같은 변명으로 다투는게 너무 싫어 이번엔 내가 말을 하나봐라...

하다가 그래도 또 말 안하면 안되겠기에 다시 얘기했다.


다 너 때문이다.

너가 잘 하면 우린 아무 문제없다.

난 원래 잘 하고 있었다...(철면피?)


남편은 다 인정했다.

니 말이 맞다.

내가 이기적이다.

대신..나에게 밥 하라, 청소하라 다 시켜도 좋으나 제발 무시하거나 미워하는 표정으로  보지 말아라.

나는 몸이 힘든것 보다 당신의 그런 눈빛이, 몸짓이 더 견디기 힘들다...라고 했다.


그러고보니..그랬다.

나의 남편은 내가 무언가 부탁을 할때 안해주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내가 먼저,

왜 꼭 말을 해야 해주지? 하며 미리 화남.

또는 남편이 더 피곤한데 내가 하고 말지..하는 자발적 천사코스프레 하느라 지침.

이런 것들이 되풀이 되다보니 나도 그도 지친 상태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감사를  잃어버렸었다.

남편과 24시간 같이 있는 불편함만 생각했지

남편이 항상 옆에 있어서 좋은 점은 생각하질 못했다.(커튼도 내가 달고 침대도 내가 옮기고 전등도 내가 갈아끼우긴 하지만... 뭐 남편은..컴퓨터 고장 났을 때 고치기, 운전 못하는 나 대신 운전, 진짜진짜로 무거운 물건 나르기..뭐 요런거?)


그냥 내가 힘들고 피곤할 때

늘상 곁에 있는 남편에게 적절히 도움을 받았으면 됐는데(또는 적절히 이용..ㅎ) 그걸 못해서 입나발만 불고  눈꼬리만 치켜뜨고 그렇게 살았었다.

곰이 곰처럼 사느라 무지 피곤했었는데,

이젠 곰이라도 여우가 하는 짓을 좀 따라해봐야겠다.

남편 너무 배려하지 말고 나를 배려하자.


다시 회복한 달달한 시간이 오래 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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