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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Dec 31. 2020

내 이야기

친구의 방문


남편의 대학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연말 휴가를 받아
여기 경기도까지 친구를 만나러 왔다.

강남에 사는 그는,
강남에 있는 제과점의 멋진 케잌을 사가지고 왔다.
경기도 구석에 사는 우리에게는
눈 돌아갈 만큼 멋진 케잌.

무엇보다 울 둘째가 평소 꿈꿔오던,
큼직한 통 딸기가 쏨풍쏨풍 올라가있는
예쁜 아이.

같은 대학, 같은 대학원 출신이지만
그는 대기업 L그룹의 임원.
나의 남편은 소박한 사교육업체 원장님.
그리하여 그는 강남에 살고
우리는 경기도 구석에 살고.
그는 자녀교육에도 힘을 꽤 쏟아

(엄마가 서울대 출신이니 머리도 무시 못할 듯.

괜히 미안해지네...남편과 울 딸들에게...ㅠ)
큰 딸은 서울대에서  피아노 전공,
작은 딸은 서강대 경제학과.

그의 삶이 더 보람있을까?
더 의미 있는 것일까?
나의 남편은 실패자일까?
헛 살아온걸까?

그렇진 않다고 본다.
만약 둘이 똑같이 같은 대기업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둘 다 임원이 되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나의 남편이 그런 조직에서
그 친구처럼 잘 어울리며 20년을 넘게 무사히 일을 해왔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나의 남편이 그의 기질에 그나마 잘 맞는 일을 하고 있어서,
예민한 성격이지만 그래도 건강 덜 상하고 지금까지 지내오고 있다고 믿고있다.

또한 얘기를 나눠보니 그 친구는 이미(어쩌면 당연히) 강남 기득권 세력들과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듯 했다.

배부른 돼지가 될래,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래 했을 때,

(친구가 배부른 돼지란 소리는 아..아닌데..ㅎ)
난 차라리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기꺼이 택하겠노라고

 아직도 뭣도 모르는 것 같은 소리를 내뱉는 우리 부부라서 까짓거 별 아쉬운 것도 없다... 라고 할수도 있겠으나...
남편 마음은 어떨지...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테니...

*예쁜, 딸기의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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