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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Jan 09. 2021

내 이야기

자동차 이야기

결혼하고부터 쭈욱 자동차가 있었다.

나의 남편은 능력자?

노노!!

공군 장교로 근무할 때  이백오십인가  주고 샀던 중고 프라이드는 제대 후 팔아버렸다.(나, 딱 한번 타봤다. 연애 초기. 춘천 놀러갈 때. 아아!! 내 청춘!! 24년 전이라뉘!!!!;;;;)


그리고나서 생긴 차가 남편의 형님이 타던 쑥색의 대우 씨에로.

만족했다.

아기까지 세명이 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려받고 6년 쯤 탔나?

잔고장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할 즈음

마침 그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시동생 부부가

미안한 마음을 듬뿍 담아(당분간 아들 며느리의 역할은 우리 부부에게 다 넘겼기 때문에) 본인들이 타던  흰색 아반떼 승용차를 우리에게 넘겼다.


너무 좋았다.

세련된 흰색 승용차라니~.

5 년 밖에 안된 찬데.

삼십대 중반 부부가 몰기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차.

그 차를 받고 12년을 더 탔다.

중간에 차를 바꿀 여력이 없어 계속 탈 수 밖에 없었다.

17년 된  차.

고장이 자주 나기 시작했다.

거의 분기별로 수리비가 들어갔다.

자동차 옆 쪽은 부식이 심해져 너덜너덜 해갔다.


또 바로 그때, 마침 차를 바꾸기로 한 둘째 언니가 제안을 했다.

"우리가 타던 10년 된 아반떼 이백에 줄테니 너네가 몰래?"

"언니...너~~무 바꾸고 싶은데...이백도 없어...ㅠ"

그때, 통크신 우리 형부(사유재산 거의 없는 부목사)께서

"뭘 돈주고 팔아. 그냥 줘!!!"

하신 것이었다.

오~~할렐루야!!!


그리하여 생기게 된 10년 된 은색 아반떼.

그 후 5 년 동안 계속 타고 있다.

 아직은 고장이 잦지 않아 감사하며 타고 있다.


첫 차였던 씨에로는 ㅡ 수동 차.

창문도 수동 오픈. 올리고 내릴 때 수동으로 돌려서 열어야함.

두번 째 차였던 흰색 아반떼는 ㅡ수동 키로  차 문 열음. 사이드미러 수동 조작. 시트에 열선 없음. 블랙 박스 없음. 하이패스 장착 안함. 차체 부식 심함.

이랬었는데...

세번째 은색 아반떼를 받고 보니 ㅡ

뾱 하고 버튼으로 문 열고 닫음(와우~), 사이드미러 자동 조작 ㅡ윙~펼치고, 지잉~닫고(우와~~), 시트에 열선 장착(겨울에 넘나리 따뜻~아싸~~!!), 블랙박스 언니가 설치해 놓음(아싸라비요~~돈 굳었다.), 이후 우리가 하이패스 장착(고속도로 쌩쌩~), 차  내부 계기판, 라디오등  조작판에 파란색 네온 등 나옴(전에 차엔 이런거 없었다구요. 와웅~신세계~), 휴대폰 거치대도 언니가 이미 설치해 놓음, 옆구리 조금 찌그러진 곳은 있어도 부식된 곳은 없음.


역시 인생이란 하나씩 좋아지고  발전해야 제 맛이지~~~

그것도 내 돈 하나 안들이고 나름 고가의 생활용품 중 하나인 자동차가 턱턱 생기다니~나는 복받은 사람일세~~~하며

15 년된 자동차를 여전히 타고 다니고 있다.


그런데..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이제 천오백씨씨 아반떼가 더 이상 어울리지않는 오십대부부.(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의 생각)

어느날 남편은 이런 말도 했다.

"우리 교회(도봉구의 중소교회)에서 이제 우리보다 낡은 차를 타는 사람이 없어...ㅠ"

-왐마..사람들은 다 어디서 돈이 나서(뭐 열심히  벌었겠지만) 그랜저 이런거 막 몰고 다닌데요?

이제 국민차는 소나타 정도가 아니라 그랜저가 된 느낌. 우리 교회만 해도 그랜저가 하나, 둘, 셋, 넷... 많다...;;;;)


글쎄...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여느 남자들처럼 내 남편도 자동차에 관심 많고 좋아하는데 더 크고 더 번듯한 차를 타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을까.

경제적 여력이 됐다면, 누군가에게 차를 받는게 아니라 매장에 직접 가서 맘에 드는 차로(왕창 할부를 할 지언정) 골라 탔겠지.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나는 애써 힘주어 얘기했다.

"여보. 있는 차라도 감사하며 탑시다.

고장나지도 않은 차, 남들 눈 의식하느라 더 큰 차로 바꾸는건 난 절대 찬성 못해.

더 젊었을 때야 나도 오히려 남들이랑 더 비교하고 없으면  챙피하고 그랬는데 지금 이 나이 쯤 되고보니 그런거 아무 소용 없더라고.

없는데 허세 부리느라 과소비하는게 창피한거지 분수에 맞게 사는건 전혀 창피한게 아니라고 생각해.

남들이 뭐래도 당당합시다!!!"


어쩌면  혹자는...

당신이 아직 크고 안락하고 안전한 차를 못타봐서 그런 셀프 위로 하는 것 같은 소리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괜히 크고 좋은 차 타는게 아니예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타는거지~~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우리의 은색 아반떼를 바꿀 여력도, 생각도 없다.



*오랜만에 자동차를 타고 외출할 일이 있었는데,

엉덩이를 따뜻하게 해주는 시트 열선이 너무  고마워 써보는 글이닷..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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