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살게 한 고통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잘 버텨주시고
저를 믿고 여기까지 함께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는 그 진심 어린 다짐.
그 말이 저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는지 모릅니다.
“아쉽지 않게, 평온한 치료를 해드릴게요.”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는 언제나 안심을 주었고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셨습니다.
목이 너무 아파 차라리 수술이라도 하고 싶다며 절규하던 어느 날,
원장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고통은 또 다른 문입니다.”
그 말만으로도 신기하게 통증이 잦아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얼굴에 꿀을 바른 것도 아닌데
그저 얼굴만 봐도 낫는 것 같다는 말은 저뿐 아니라
많은 환자들이 공감했던 이야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불안할 때 더 예민해지던 통증이
원장님에 대한 따뜻한 기억이 떠오르기만 해도 잦아들던 이유,
그건 제 마음이 편안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더 깊이 연결되어 있었던 거죠.
“오늘은 주사 안 해도 되겠는데요?”
그렇게 말씀하셨던 날이 몇 번 있었는데
기분 좋은 놀람과 함께 ‘이제 정말 좋아지고 있구나’ 하고 안도했던 기억.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요.
병원에 오면 괜찮아졌다가, 집에 돌아가면 다시 열이 나고,
반복되는 이 증상에 마음이 지칠 무렵, 전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제게 새로운 전환점이었습니다.
기존의 치료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해 주시며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고
그 치료는 기대 이상으로 저를 회복시켜 주었습니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강도는 확연히 줄었고
감정 상태 역시 눈에 띄게 안정되었습니다.
치료의 흐름을 지켜보며 문득 느꼈습니다.
이제 의학적인 치료는 끝났다는 것을.
이제는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 할 때라는 것을요.
원장님은 저보다 훨씬 그 사실을 알고 계셨을 테지요.
그래서 저에게 선택권을 주셨고
늘 그렇듯이, 제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물론 스스로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장님의 흔들림 없는 믿음은
알 수 없는 불안을 가라앉혀 주었고
그 공허는 천천히 본모습을 드러내며 사라졌습니다.
치료 과정 내내 제게 가장 자주 해주셨던 말,
삶은 지금 이대로 안전하고, 온전하다는 것.
늘 알게 해 주신 분이 바로 의사 선생님이셨습니다.
비록 치료 마지막 순간까지도 재발이라는 이름으로
굴곡이 있었지만 그조차도 저에게 또 다른 선물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오해하고 있던 생각들,
알고 싶었던 것들이 원장님의 말씀과 경험 속에서 일치될 때 저는 큰 울림을 받았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갈수록 제 삶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고
나아갈 방향도 분명해졌습니다.
한때 세상의 모든 벽에 갇혀 삶을 저주하던 제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제가,
고관절 통증으로 몇 달을 넘어지며 걷지도 못했던 제가,
1년의 반을 열과 함께 견뎌야 했던 제가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고통은 선물이자 내 삶의 지도입니다."
그 지도는 제가 살아온 수많은 아픔들을 발판 삼아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행복한 순간들이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도 있었지만
행복은 빈틈없이 저를 채우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들은 저의 뿌리가 되었고,
그 뿌리는 저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그토록 갈망하던 것
용기, 희망, 사랑.
그 모든 것을 다시 찾게 해 주었습니다.
2024년 12월 2일.
회복을 기념하며 의사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 속 저는
더 이상 ‘환자’가 아닌,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