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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두어도 아름답잖아?
by
미리나
Feb 17. 2025
이 땅에 태어난 것조차
내 뜻이 아닌데
첫 단추부터 내 맘대로 안 됐는데
거대한 삶이 내 뜻대로 될 리가ㅎㅎ
지구의 작디작은 내가 뭐라고
매일 바꾸려 했을까
늘 애쓰며 붙잡으려 했지
흐르는 강물까지 거슬러 오르려 했고
때론 바람마저 내 마음대로 불길 바랐어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알았어
강물은 흘러야 강이고
바람은 마음대로 불어야 바람이라는 걸
내가 꺾으려 했던 것들이
사실은 날 살아가게 했다는 걸
억지로 쥐려 하면 사라지지만
손을 놓고 보면 남아 있더라
흐르는 구름도, 비추는 햇살도
모두 제자리에 있더라
그대로 두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왜 그리 바꾸려 했을까
내가 틀린 게 아니라
삶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때가 달랐던 것뿐인데
이제는 조급하지 않으려 해
삶은 언제나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큰 작품을 만들 테니까
그러니
그대로 두자, 그대로 살아가자
그러다 보면
이 길마저 내 길이 되어
어느새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테니까.
내 삶아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우리 화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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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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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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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보칸환자
특별한 의사 선생님과 함께 고락을 나누었습니다. 종합병원급 환자였지만, 고통 안에도 분명 행복은 깃들어 있었습니다. 울고 웃던 시간들을 잊고 싶지 않아 쓸어담듯 마음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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