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바라본 두 세계

환자의 불안, 의사의 평온

by 미리나



[환자]


또 넘어졌다. 의자에 앉으려다가 갑자기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주변이 술렁이고 간호사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누군가는 팔을 붙잡고 누군가는 어깨를 받치고 누군가는 손을 잡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괜찮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창피했다. 아니, 창피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내 몸이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고 언제 또 넘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 갔다. 대기실이나 치료실 어딘가에 한참 누워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면 그 시선들이 꽂힌다.


어떤 사람은 걱정스럽게, 어떤 사람은 ‘대체 무슨 병이길래 저러지?’ 하는 눈빛으로. 나만이 느껴지는 생각이다. 그런데 의사는 너무나 평온하고 덤덤하다.


"아이구 또 넘어졌군요. 치료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좋아지실 거예요. 좀 쉬었다 가세요."


이 말들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내가 얼마나 심각한데 왜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걸까? 이 상황에서 왜 아무도 당황하지 않는 거지?"


나만 겁에 질려 있고 나만 매일 새로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프고 힘들다는 말만 연거푸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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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이 환자는 오늘도 넘어졌다. 진료실에 들어오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처음보다 익숙한 모습이다. 처음에는 절박했다. 몸이 왜 이러는지 빨리 좋아지고 싶다고 했다.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사람의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환자는 지금 당장 모든 답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했다. 의사는 불안을 줄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환자는 자신의 몸이 무너지는 공포 속에 있다. 그 차이를 알기에 나는 오늘도 평온한 얼굴로 치료를 이어간다. 불안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환자가 또 넘어졌다. 간호사들이 몰려들고 대기실의 환자들도 하나둘 시선을 보낸다. 나는 한숨을 삼킨다. 나는 의사지만 기적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환자가 원하는 즉각적인 해결책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증상을 하나씩 분석하고 필요한 검사를 하고 가능한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환자는 그 과정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다시 차분하게 말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몸이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환자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걸 본다. 오늘도 차분하게 차트를 넘기고 치료를 이어간다.





회복의 시간을 지나며 ‘치료’와 ‘치유’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사 선생님의 고충 또한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때는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시선으로, 이제야 돌아보며 써 내려간 기록입니다.








오늘도 주사를 맞았다. 그런 증상은 처음이라 잠시 놀랐지만, 아마도 일시적인 부작용이었을 것이다.

가려웠다. 긁으면 더 가려울 것 같아 참고 있었는데, 가만히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결국 원장님이 가려움 완화 주사를 처방해 주셨다. 그때는 조금만 더 두면 전신으로 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사실 가려웠던 곳은 허벅지 한 부분뿐이었다.


작년 어느 날의 기록. 지나고 보니, 나는 불안할 때 상황을 쉽게 부풀리고 극단적으로 상상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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