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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 (THE MET) #4

by 미술관옆산책로

[22. 8.30 발행]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마지막 편입니다.


4편까지 올 줄 몰랐는데 꽤 많은 작품을 걸러 내면서 쓰는데도 4편이 되었습니다. 물론 메트로폴리탄이 가지고 있는 작품수와 질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긴 합니다만.


이번엔 유럽관들 위주로 봤지만 다음 뉴욕 방문엔 미국관, 미국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감상하고 싶습니다.


각설하고


오늘은 마티스와 피카소, 고흐와 고갱, 그리고 피사로 입니다.


4편의 작품들도 818-830번 방에 주로 다 있습니다. 이 방들은 그냥 물반 고기반의 전시실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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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마티스와 그와 경쟁하고 싶었던 그래서 결국은 그를 뛰어 넘었던 피카소의 작품을 간단히 보겠습니다.


아래 마티스의 <Odalisque with Gray Trousers>는 야수파의 거장답게 색채가 그림속에서 뛰놀고 있습니다. 저렇게 다양한 색을 사용하면서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것은 색을 잘 다루는 마티스의 특징입니다. 어찌 보면 초등학생의 그림 같다고 할 정도로 거칠지만 오달리스크의 전형적인 표현과 구도를 잘 보여줍니다.


제가 마티스를 아직 이해하지 못했지만 앤디워홀과 피카소가 마티스를 이렇게 표현한 걸로 봐선 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계속 해 볼 생각입니다.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

"마티스가 되고 싶다"

by 앤디 워홀


"결국엔 오직 마티스가 있을 뿐이다"

by 파블로 피카소


SE-db736a8b-a698-4794-913a-115e992fff1e.jpg?type=w1 Henri Matisse / Odalisque with Gray Trousers/ 1927


마티스의 딸이자 뮤즈이기도 했던 마그리트 입니다. 마티스의 작품들, 특히 드로잉 작품을 보다 보면 마그리트를 그린 것이 꽤 많습니다. 다양한 표정도 아니고 그저 아래 같은 살짝 측면초상들인데 딸을 놓고 습작을 했을 수도 있고, 정말로 딸이 본인 그림의 뮤즈로 그 아이의 미세하고 다양한 여러 표정차이를 표현해 보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SE-5b6f18e3-554e-4aa6-a15e-3b09a9d34f22.jpg?type=w1 Henri Matisse / Maguerite with Black Velvet Ribbon / 1916



메트로폴리탄엔 많은 피카소의 작품이 있진 않은데 그중 피카소의 아래 자화상은 눈에 띄입니다.


파리의 Lapin Agile이라는 캬바레에서 자기 자신과 피카소의 친구가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 (친구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친구는 스스로 권총을 쏴 자살했습니다...)을 대상으로 삼았는데 청색시대를 지나 장미시대를 들어가는 즈음의 작품이라 그 두 시대의 감각이 오묘하게 섞여 있습니다. 여인과 피카소가 각자 다른 곳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면서 그 분위기는 더욱 묘연해 집니다.


SE-2da16849-1969-446f-af9b-668f3c9dca8e.jpg?type=w1 Pablo Picasso / At the Lapin Agile /1905



드디어 고흐와 고갱입니다.


고흐와 고갱은 한국인에겐 이름이 비슷하고 교과서에도 비슷비슷하게 실려 헤깔리는 경향이 있지만 둘이 아를에서 잠시 함께 작업을 한 시기를 제외하고(이때 고흐와 고갱이 다퉈 고흐가 본인의 귀를 잘라버렸다는 얘기는 진실과 디테일이 무엇이건 너무 유명합니다)는 각자의 길을 갔었습니다.


이곳 메트로 폴리탄엔 고흐의 작품이 꽤 있는데 특히 아래의 작품을 제 눈으로 직접봐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고흐의 <자화상>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실은 <감자깍는 여인> 뒤 캔버스에 그린 것입니다. 캔버스를 앞 뒤로 쓴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그 유명한 <자화상>보다 <감자깍는 여인>을 먼저 그렸다는 것도 새삼 재밌는 포인트구요.


그래서 전시도 벽면에 거는 형태가 아닌 거치대에 올려놓는 방법이 선택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이 360도 돌면서 감상하라는 거죠.


이 작품을 보면서는 평생을 가난해 캔버스 하나도 앞뒷면을 써야 했던 고흐의 삶이 보여 애잔했습니다.


우리의 이중섭 선생도 캔버스와 물감이 부족하자 담배포장지인 은지에 그림을 그려 은지화라는 톡특한 그림기법을 사용했던 것도 떠오르구요.


그렇게 시대의 화가들은 어려운 시절을 독특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돌파해 나가곤 했습니다.


d4913119-2816-11ed-bbda-505dac8c37f3_01.jpg 앞뒷면 모두에 작품을 그려 놓은 고흐
SE-f8095dff-15fa-4c01-8090-79955fe67d8b.jpg?type=w1 Vincent van Gogh / Self-Portrait with a Straw Hat / 1887
SE-c933dbcf-184b-457f-8c76-6ba342b42818.jpg?type=w1 Vincent van Gogh / The Potato Peeler / 1885


비슷한 초상화계열의 <자장가(룰랭부인)> 입니다.


뒤의 벽지는 원래 저 집에 저렇게 있었던 걸까요? 고흐가 즐겨그리던 패턴을 가져와서 넣은걸까요? 저 패턴 앞에 무엇을 넣어도 고흐 그림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E-926b3919-bfc5-456a-8253-11b58de696eb.jpg?type=w1 Vincent van Gosh / La Berceuse (Woman Rocking a Cradle) / 1889


저는 어떤 그림의 윤곽을 블랙이든 짙은 물감이든 어떤 것으로든 구분 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작품을 보면서 알았는데요, 고흐의 꽃그림은 또 예외 입니다. 정말 살아서 움직일 것같은 아이리스와 해바라기, 협죽도 (Oleanders)는 윤곽 때문에 더 없이 선명하니 경쾌합니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와 협죽도 조차도 그림에서 튀어 나올 것 같으니 말이죠.


SE-fbcd3939-af90-47ce-b509-cc9a05d9b904.jpg?type=w1 Vincent van Gogh / Irises /1890
SE-f8456812-336e-4252-a5ad-f901550ec44b.jpg?type=w1 Vincent van Gogh / Sunflowers / 1887
SE-7297edd4-23f7-4c29-bb66-ab7ef498936c.jpg?type=w1 Vincent van Gosh / Oleanders / 1888


고흐는 정물화로는 꽃 외에도 가끔 신발들을 그렸는데, 가지런하게 놓인 농부의 신발에도 그의 작품 특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20220812_174529.jpg?type=w1 Vincent van Gogh / Shoes / 1888


고흐의 작품엔 사이프러스 나무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아를 지역에 이 나무가 많기도 하고 셍레미의 생폴 정신병원에서 요양할 때는 창문 밖에 이 사이프러스 나무가 바로 보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시절 그림엔 특히 자주 등장합니다.


고흐식 붓터치가 별이나 달, 구름과 하늘을 표현함에 어떤 패턴이 있듯이 이 사이프러스 나무도 그러합니다.


SE-0b4a9bdb-5358-4a63-aa7e-39a82eea81e3.jpg?type=w1 Vincent van Gogh / Cypresses / 1889
SE-7bb57f0b-f58e-4760-8861-3425b942f346.jpg?type=w1 Vincent van Gogh / Wheat Field with Cypresses / 1889


나무가 좀 다르다, 보고 있는데 이건 올리브 나무네요. 아를에 올리브 나무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아래 아래 그림에서 올리브를 따는 여인들도 평화로워 보입니다.


SE-71355767-1205-45c1-968d-b557ed4ba0a4.jpg?type=w1 Vincent van Gogh / Olive Trees / 1889


SE-670f447d-b9f6-4b51-80d5-1d4bb74c9317.jpg?type=w1 Vincent van Gogh / Women Picking Olives / 1889


고흐 (1853-1890)는 짧은 삶을 사는 동안 화가로 활동한 시기는 마지막 10년 밖에 안되었는데, 그동안 약 2500점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3650일을 화가로 지냈다고 하면 이틀에 1개 이상의 그림을 그린 것이죠. 그리고 특히나 생레미의 생폴 정신병원에서 그의 마지막 생을 살 때는 하루에도 몇점씩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하니 그가 겪고 있는 아픈 마음을 그림에 투영하려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느껴졌습니다.


위의 그림들도 쭉 펼쳐놓고 보니 그의 생 마지막 1~2년 전에 그린 그림들이 많습니다.


특히 1890에 그려진 위의 <아이리스>는 그가 죽던 해에 남긴 거의 유작과도 같은 작품이네요. 찾아보니 생폴병원의 정원엔 아이리스가 많이 피어 있었다고 합니다ㅠㅠ (왜 마음이 이리 아프죠...)


2500여점 중에 살아생전엔 단 1점 밖에 팔리지 않아 끊임없이 가난과 싸우고 자기 작품에 회의했을 고흐가 마음에 박힙니다.


다음은 폴고갱의 <Ia Orana Maria>와 <Two Tahitian Women>입니다. 나란히 전시되 있지만 8년이나 차이가 나는 작품입니다. 배경들을 날리고 인물에 집중한 후기 작품이 저는 더 좋네요. 두 작품 모두 그의 원시성이나 색감, 인물 표현방식이 잘 보입니다.


SE-5e5e9bfc-b7e4-4017-825d-0786775798f9.jpg?type=w1 Paul Gauguin / Ia Orana Maria / 1891


아래 그림의 왼쪽 여인은 우리 최희서배우 같기도 합니다. 물론 최배우님이 더 매력적입니다 ㅎㅎ


SE-cfb3d755-15b6-49d8-b842-975acc1e7c97.jpg?type=w1 Paul Gauguin / Two Tahitian Women / 1899


마지막으로 대망의 카미유 피사로입니다. 피사로는 모든 인상파 화가들의 아버지이자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저는 그림을 볼 때 그림 자체를 본 후 관심이 가면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 봅니다. 그랬더니 꽃처럼 피어나 제 마음에 박힌 화가가 피사로 였습니다.


치우침없이 우직하게 본인의 작품 세계를 폈고, (후배들보다 덜 유명했지만) 후배들을 아꼈으며, 인간적 면모가 뛰어났던 화가였습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The Boulevard Montmartre on a Winter Morning, 겨울아침의 몽마르트 거리>입니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높은 고층건물의 위에서 그렸어서 몽마르트 거리의 부감이 잘 나타납니다.


겨울이지만 작품도 작가를 닮아 왠지 모르게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참 좋습니다.


SE-60612407-64fa-4125-8cb1-49543a51869d.jpg?type=w1 Camille Pissarro / The Boulevard Montmartre on a Winter / 1897


아래는 튈르리 정원 시리즈인데 '겨울오후-봄아침-겨울오후' 순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같은 공간이 계절적으로 이렇게 표현되다 보니 그 시대에 그 곳에 없었는대도 그 계절을 함께 지나는 것 같습니다.


SE-96baef3e-55de-4250-b6a3-8081463be496.jpg?type=w1 Camille Pissarro / The Garden of the Tuileries on a Winter Afternoon / 1899
SE-e701f725-1da9-4619-86b0-7cce37cc0ac7.jpg?type=w1 Camille Pissarro / The Garden of the Tuileries on a Spring Morning / 1899
SE-02233576-b79f-4dd0-b1b6-638ce34aa26e.jpg?type=w1 Camille Pissarro / The Garden of the Tuileries on a Winter Afternoon / 1899
SE-7f9507d0-58a2-43ce-86a7-30017d6a736b.jpg?type=w1 이렇게 세 작품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다음은 <Rue de I'Epicerie, Rouen (Effect of Sunlight)>라는 작품입니다. 원근과 구도와 색감, 빛표현, 모든 것이 굉장히 안정적이고 편안합니다. 다시 한번 작가를 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을 보면 왜 피사로를 인상파의 시작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빛을 다루는 작가, 파리 인생파의 시작은 확인컨데 피사로 였습니다.


SE-4f4e45ee-3f44-4aad-a9df-acbd1c382d92.jpg?type=w1 Camille Pissarro / Rue de I'Epicerie, Rouen (Effect of Sunlight) / 1898


4편을 다 쓰고 나서 읽어보니 그렇게 많은 양도 아닌데,


왜 그렇게 쓰는게 어려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림을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하면서 어설프게 나마 읽은 책도 좀 생기고 들은 풍월도 있어 뭔가 자꾸 쓰고 싶다 보니 내용이 많아지고 길어진 것 같습니다.


분량은 적게,

내용은 풍부하게!


앞으로 그 방향으로 천천히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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