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뉴욕 현대미술관 (MoMA) #1

by 미술관옆산책로

[22.9. 27 발행]




글빚 때문에 휴가를 쓰니 참 간지가 나네요.


원래 (사람들이 보기에) 무용한 것들에 (사람들이 보기에) 유용한 것들을 쓸 때 그 사람이 보이는 거니까요


지난 8월 MoMA를 다녀오고나서 곧 쓰겠다 싶은 블로그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으로 긴 블로그 연작을 쓰면서 쓰면 나는 그 방식으로 쓴다는 걸 알게 되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9월도 넘길 순 없다 싶어 급하게 휴가를 냈다.


글 3개 쓴다고 (MoMA는 3편으로 구상중이다) 이틀이나 휴가를 낸 건 아니지만 주말과 붙여 4일동안 해야 할 것들 미뤄 둔 것들 다 정리하고 새롭게 10월을 맞자...는 맘으로 그렇게 했다. 그 동안 본 국내 전시리뷰도 후딱 쓰고, 볼 전시도 2개 있고, 투자수업 과제도 이번주가 마감이니 그것도 정신 똑띠 차리고 해야 하고, 막날엔 건강검진도 예약해 두었다.


그러고 보니 또 그닥 글쓸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튼 이번에 끝내고 말리...


서설이 길었고


MoMA는 2번째다. 10여 년 전 출장으로 뉴욕에 왔다가 관광객 마인드로 슈루릉 보고 갔는데, 정말 아무 것도, 진짜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작품이 있었는지 조차 암 것도 떠오르지 않는 나님;;


그런 내가 이제 꽤 진지한 마인드로 작품을 감상하겠노라 드릉드릉 하고 있으니, 참 많은 것이 변했다


MoMA는 메트로폴리탄 대비 규모가 작고 구조도 단순해 보기에 딱 좋았다. 관은 3개 (West, North, South)로 나뉘어 있으나 서로 연결되 있어 어디든 맨꼭대기로 올라가 내려오면서 보되 내가 보고 싶은 시대의 층을 집중적으로 보면 된다.


나는 4층과 5층의 1880~ 1970년대의 작품들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20220813_104806.jpg?type=w1
SE-120593d2-9b83-4df7-b692-80b3d079d68f.jpg?type=w1 내가 보고 싶은 작품들은 4, 5층에 주로 몰려 있었다.


먼저 고흐(Vincent Van Gogh)로 시작한다.


<The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에, 1889>


고흐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MoMA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인데, 루브르의 모나리자 정도라고 하면 얼추 비슷하다 (모나리자 앞 보다는 덜하긴 하다)


메트로폴리탄에서 여러 고흐의 작품을 본 후 오늘도 다시 한번 그의 붓질을 유심히 보았는데 Impasto라는 기법이 사용된 그의 작품은 그래서 동적이고 입체감이 도드라 진다.


SE-0ea81d16-bea8-4b36-9fe9-4cc17ecebb58.jpg?type=w1 Vincent Van Gogh, 1889
20220813_114936.jpg?type=w1
SE-eff3c371-9405-4fd8-bbbe-2898a5d40d6b.jpg?type=w1
SE-f565d8e2-b106-436f-bb69-a8dcc41ad185.jpg?type=w1


고흐는 노란색을 많이 사랑하여 여러 작품에 꽤 많은 노란색을 썼는데 물감의 질이 좋지 않아 퇴색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는 덜하나 특히 해바라기 연작들 중 특정 작품에서 색이 거의 갈변이 되어 해바라기 특유의 강점이 많이 죽어 가고 있다 한다. 지속적으로 가난에 시달려 싸구려 물감을 사서 쓸수 밖에 없었던 고흐라 다시 한번 마음 쓰리다.



다음은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작다는 얘기를 이미 들었는데, 이 작은 작품이 저 큰 벽 한면을 다 차지하고도 전혀 왜소하지 않은 힘이 나온다. 한눈에 다 보이는 크기라 모든 디테일들을 차례차례 따라감에 힘이 덜 든다.


작품이 크면 일단 크기에 압도되고 한정된 시야각으로 이리저리 시선을 움직여 보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데 작은 작품은 그런 Loss가 줄어드니 의도적으로 작품의 크기를 작게한 건가... 싶었다.


특히 달리는 작품 안에 수많은 상징과 함의를 숨겨 놓기 때문에 관람객 스스로가 해석하고 확장할 여지를 주려 그리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 싶다... (전혀 아니어도 반박 안받음^^) .


20220813_111246.jpg?type=w1


달리의 그림 오른쪽 옆으로 르네 마그리트, 피카소의 작품들이 보인다. 이방이 꿀이다.


SE-4760f586-e861-4e91-b4fc-ccc075221e4a.jpg?type=w1 Salvador Dali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20220813_111827.jpg?type=w1 Salvador Dali <Retorpective of a Woma> 1933

라떼는 위의 그림이 달리의 대표작으로 교과서에 실렸었다


SE-8c8e4511-675d-4d67-8517-5a861bd05f2a.jpg?type=w1 Salvador Dali <The Littile Theater> 1934


요즘 <미술관에 간 화학자>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품들의 물감, 빛, 변색 같은 것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달리의 작품들은 색 유지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고흐로 이미 마음이 아픈데 달리도 그런 케이스인건지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색이 탁한게 조금 속이 상해진다.



사랑꾼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샤갈의 작품 중 제일 좋은 것 같다.


화면이 꽉 차 있지만 답답하지 않고 색을 잘쓰는 작가이니 굉장히 조화롭다. 염소와 샤갈 본인의 기가 막힌 대칭구도는 자연스럽게 화면을 대각선으로 나눠 대단히 안정감있는 구도를 보여준다.


그림 하나에 그의 평생의 여인 벨라와의 스토리도 들어있고, 그의 고향도 보인다. 자주 그러듯 뒤집어 놓은 집들이 '샤갈이구나...' 웃게 되고.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염소는 이제 친구인 양 샤갈과 눈을 마주하고 대화하고 있다


SE-3feaaa7d-4530-4682-a563-0fcb2d8125ab.jpg?type=w1 Mark Chagall <I and the Village> 1911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의 이런 색감은 이색적이다. 패턴이나 구도, 비율은 기존 작품들과 비슷한데 색이 바뀌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임신을 한 여성과 해골이 같이 있으니 탄생과 죽음을 한 그림이 담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제목을 살피니 <Hope II> 희망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이 있되 그 사이에 희망이 있음을, 그리고 희망을 위해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SE-80de630c-dcc9-4d89-af7b-2ae6efb705c5.jpg?type=w1 Gustav Klimt <Hope II> 1907~8


나의 오늘의 One Pick은 이 작품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독일 작가 에른스트 루드비히 키르히너 (Ernst Ludwig Kirchner)의 <Street, Berlin>


언젠가 책에서 보고 실제로 보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MoMA에 있었구나!!

이럴 때 쾌감 쩐다.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한 느낌!!


사람들은 웃지만 냉소적이고 바쁘지만 활기는 없다.

얼굴임에 분명한데 왠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이 얼굴 그대로 가면무도회라도 가도 될 것 마냥.

옷도 코도 심지어 깃털조차도 뾰족뾰족하니 닿으면 냉기가 쫘르륵 올라오겠다.


1900년 초반 독일의 분위기는 이랬구나.


독일영화가 생소하듯 독일 미술의 생소함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SE-2df74eb2-b46d-458e-b40e-5ef5f063247a.jpg?type=w1 Ernst Ludwig Kirchner <Street, Berlin> 1913


이 그림은 사람들이 동글동글하나 전체적으로 냉기가 돌기는 마찬가지.

블루와 레드가 반반 섞여 있어도 레드가 더 튀는 그림인데 그래도 차갑다


얼굴들이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에서 처럼 야수파적 표현기법을 사용한 듯한데 그래서 강렬하지만 차갑게 보인다.


SE-48feb402-321d-4a12-9293-ce1f0f925805.jpg?type=w1 Ernst Ludwig Kirchner <Street Dresden> 1908
%EB%AA%A8%EC%9E%90%EB%A5%BC%EC%93%B4%EC%97%AC%EC%9D%B8.jpg?type=w1 [참고]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1905



내가 늘 사랑하는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미술을 배운 적 없어 이렇게 새롭고 참신한 작품이 나오는 걸 텐데, 배웠더라면 더 나아졌을까? 그저그런 비슷비슷한 작가가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으니 그냥 그래서 감사나 하자


SE-da4598b7-7169-494e-b679-aa47f3c5d510.jpg?type=w1 Henri Rousseau <The Dream> 1910



언젠가 혼자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근현대 미술에 무수한 작가들이 있고 각자의 시대 배경과 능력과 노력을 담아 작품활동을 했을 건데 모든 기준 모든 배경 그 모든의 모든을 감안하든 배제하든 간에 딱 1명의 위대한 예술가를 꼽는다면 그게 누구일까?


개인적인 선호를 생각지 않으면 결국 피카소....라고 답을 내렸다.


피카소는 "결국엔 마티스가 있다"고 얘기를 했지만 이는 온 작품세계를 다 놓고 말한 것이 아니라 '색'에 국한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결국엔 "피카소"구나.. 라고 현재의 나는 답을 내린다.


뭐라고 길게 설명할 재주가 아직 내게 없고 그럴 여력도 이 글에서는 아니나 피카소는 나에게 그런 위치에 있고 그래서 진지하게 그의 작품들을 본다. 아직 멀고도 먼 그의 세계지만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Slowly but Surely) 그의 어느 지점에 닿고 싶다.


SE-5f633d5d-0f52-4a32-84d4-3193b011e35e.jpg?type=w1 Pablo Picasso <Les Demoiselles d'Avignon> 1907
20220813_112312.jpg?type=w1 Pablo Picasso <Girl before a Mirror> 1932


피카소의 가장 위대한 작품 2개를 연달아 봤다. 가장 비싸서 일 수도 있고.


<아비뇽의 처녀들>은 피카소가 아직 그렇게 유명하기 전, 아프리카 가면을 모티브로 앞면 옆면 뒷면의 여러 면을 한 화면에 구사하는 입체주의를 처음 시도한 작품이라 의미가 있고, <거울을 보는 소녀>도 거울에 비친 모습을 과학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배치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알고 있다. 평생 많은 여성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한 피카소의 그 당시 어린 연인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모습인 것도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포인트 이고.


SE-c1cffbca-0dfe-4b5d-a02d-85686b460e98.jpg?type=w1 Pablo Picasso <The Charnel House> 1944-45
SE-d77fef68-af55-43bc-be7b-049c8ce678a2.jpg?type=w1 Pablo Picasso <Woman Dressing Her Hair> 1940



호안미로(Joan Miro)는 국내전시에서 처음 봤는데, 정말 그때는 이건 무슨 세계인가 미춰 버리는 줄 알았다가 여러 맥락에서 그의 미술관 세계관을 접하면서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작가이다.


아직 뭐라고 나의 느낌을 드러내기에도 부족하니 일단 기억을 위해서 남겨두고


SE-631f2a77-9b22-47dc-81f6-1f55025cbd40.jpg?type=w1 Joan Miro <The Birth of the World> 1925
SE-b44bd61b-7157-4fd9-9feb-8a9167a1a04c.jpg?type=w1 Hoan Miro <Untitledfrom Black and Red Series> 1938



조각가로는 자코메티 (Alberto Giacometti) 제일 사랑합니다.

그의 길쭉길쭉하고 단단한 대상 묘사를 좋아합니다!!

자코메티만 쭉 모아서 전시를 한다면 한번에 몰아서 보고 싶은 작가이기도 합니다.


아쿠라벨라 갤러리님 부탁해요!! 자코메티 작품 꽤 가지고 있는 갤러리 중에 아는 곳은 아쿠아벨라님 밖에 없어요!


SE-363be0af-08f3-4f33-ab14-8f7e656a44a9.jpg?type=w1 Alberto Giacometti <Hands Holding the Void (Invisible Object)> 1934


뒤에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시강인데 잘라 내자니 자코메티 작품의 공간감이 안살아 그냥 두었다



나 이런곳에서 이렇게 베이컨작가님 만날 줄 몰랐어요

작가님 작품 만날 마음의 준비 못했는데 첫 대면에 이러시기에요...?


갑자기 그의 대작을 만나서 어디다 눈을 둬야 될지 모르겠고, 숨은 가빠지고, 나 이러고 있는거 저 우산과 이빨사이 그려지지 않은 눈 어딘가가 보고 있을거 같고, 힘들었다고요.


힘들었는데 좋았다고요.


인간이 다 그런거지.. 인류 중 인간의 비극성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이니 나의 비극이 저기 있는 것 같아 위안 받았다고요.


또 보자구요.


SE-87002127-6c76-4e48-b81a-508bae0439c9.jpg?type=w1 Francis Bacon <Painting> 1946


이렇게만 봐도 두어시간이 훌쩍 지났다.

잠시 선큰 공간의 대형 현대미술 보면서 쉬어가요~


(#2편에서 계속)


20220813_115618.jpg?type=w1
20220813_105412.jpg?type=w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 (THE MET)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