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은 아몬드눈으로 유명한 모딜리아니로 시작합니다.
아래 여성은 모딜리아니의 유명한 연인 잔 에뷔테른은 아니다. 모딜리아니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Anna Zborowska 부인인데, 모딜리아니의 시그니처인 눈동자 없는 아몬드 눈은 여기서도 그대로다.
주로 붉은색을 많이 쓰는 모딜리아니의 초상은 단조로운데 기품이 있고 인물에 오롯이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세상의 수많은 화가들이, 어쩌면 거의 모든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렸는데, 만약 내가 초상화를 의뢰한다면 세상의 모든 화가를 제치고 모딜리아니에게 부탁하고 싶다.
미술에 문외한일때 자주 모딜리아니와 헤깔리는 몬드리안 (Piet Mondrian).
모네와 마네, 고흐와 고갱, 모딜리아니와 몬드리안 등등...
모두 알고나니 헤깔릴 수 없는 작품세계를 가졌다.
몬드리안은 평생 곡선을 그리지 않았다. 색면추상의 대가로 불리는 만큼 아주 간단한 선과 면, 색만으로 완벽한 조형미와 균형미를 이루었다.
그나마 말년에 재즈를 듣고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고 그 정도 쯤 되어서야 색과 선이 다양해졌다.
몬드리안의 부기우기 작품은 보기전부터 이미 좋았다.
그 좋았던 걸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보고 나니 더욱 좋아졌고.
화가는 평생을 몇개의 면과 색만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는데, 부득이 그의 환경이 변화되자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뉴욕으로 건너왔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관대함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1944년에 생을 달리했고 이작품이 1943년이니까 고집이라면 황소고집일 나이였을텐데 말이다. 그림도 70대 노장의 작품 같지 않고, 바로 그냥 그림에서 재즈가 들릴 것처럼 젊고 경쾌하다.
오늘의 작가이자 오늘의 픽
Rene Magritte의 <The Lovers>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작품을 보고서 이 작품을 보기 전과 본 후의 느낌이 같은 인류가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생경하고 아련하고 감각적이고 때론 그로테스크한 기분이 한 작품을 보고 한꺼번에 느껴질 수 있는거지?
내가 좀 더 글을 잘 쓰길, 적확한 단어들을 잘 다루길 이런 그림을 볼 때 소망하게 된다.
미국방송 CBS로고와 비슷한 르네마그리트의 <False Mirror> (실제 CBS는 이 그림을 차용해서 로고를 만들었다). 눈동자 같은 제목일 것 같은데 False Mirror가 타이틀이다.
우리가 보는 세계가 잘못되었다는 경고? 인식에 대한 오류? 그런 것을 표현 했을 것인데...
음.. 어렵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이 그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예정이다.
해설서들 설명책들 안 읽어요~ 생각이 끝나면 그때 찾아 볼꺼예요~
르네 마그리트는 그림의 주인공들의 얼굴이나 특히 눈을 안보이게 가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 눈을 분리해서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인가, 이 <Portrait>도 그렇고 <False Mirror>도 그렇고. 이 그림의 제목이 <Still Life>가 아니고 <Portrait>인 것도 독특하다.
르네에게 눈은 무엇일까?
그것도 계속 고민해 봐야 겠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기전까진 모네의 수련 대작은 MoMA가 최고네.
수련으로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남겨 이미 꽤 많은 수련작품을 보았지만 이렇게 3면을 털어 설치된 전시장에서 그의 작품을 보니 감동과 몰입감은 상상 이상이다. (이 방은 전체가 모네의 방이다, 맞은편과 옆에도 모네 작품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워낙 대작이라 포스팅은 이 작품만 한다) 모네는 본인의 작품이 걸릴 공간에 대해서도 꼼꼼한 디렉팅을 했던 분이다. 그의 생각을 잊지 않고 MoMA가 이렇게 그의 공간을 꾸렸으리라.
앞의 벤치에 앉아 그의 수련을 보니 20세기 초반 모네가 활동을 하던 시절로 절로 가 닿았다.
저 멀리 이우환 선생의 <선으로 부터>가 보이는데 반가워서 눈이 두배로 커지고 발걸음도 두배로 빨라졌다. 한국에서도 여러 번 여러 작품으로 뵈었던 선생을 MoMA에서 뵈니 너무 반갑다. 괜히 우리 쌤 앞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갈길 바쁜 와중에 바로 자리도 못 뜨고 서성이고 관찰하고 그랬다 ㅎㅎ
멀리서 봐도 가까이 봐도 국내에서 봐도 이국에서 봐도 이우환선생의 점선 시리즈는 세련되고 강렬하다.
앞으로 이곳 모마에 이배선생의 숯 시리즈와 박수근선생의 작품이 걸리면 얼마나 어울릴까... 생각 중이다.
안 꿀리지, 절대!
암 그렇고 말고 ㅎㅎ
휘트니에서 몇 점 못보고 메트로폴리탄에서 꽤 보았지만 여전히 목마른 조지아오키프.
여윽시 오키프 언니다.
오키프의 작품을 보고 여러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나 그 누가 무엇을 상상하건 간에 나는 일단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을 보면서 마음이 평안하고 부드러워 지는 것이 좋다.
미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덕목 아닌가?
오키프를 보고 나니 프리다 칼로.
두 여성작가 모두 파란만장한 남성사를 가지고 있지만 한쪽은 연인들로 인해 그의 예술세계가 만개했고 (물론 나중엔 또 다른 얘기지만) 다른 한쪽은 끝까지 재난이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포스팅하면서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도 포스팅을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메트로폴리탄에도 이곳 모마에도 몇 점씩 있다) 작품이 그 사람인데 작품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대단히 창조적이거나 대단히 훌륭했으면 번민에 빠질 뻔 했다만) 그 그림을 보며 프리다 칼로의 비극이 생각나지 않을리 없다.
여튼 프리다칼로의 작품을 보면 그녀가 겪은 비극이 보여 보면서도 마음이 아프지만 두 눈 부릅뜨고 보려 한다. 인생이 그렇게 외면한다고 외면되는 건 아니니까
왼쪽 작품은 1937년에 그려졌고, 1939년에 오른쪽 프레임을 넣은 거울을 만들어 옆에 둔 것
이렇게 이쁠때가 있었다, 프리다 칼로
그 옆에 관람객도 나란히 이쁘라고 거울을 만들어 놓았다.
프리다가 관객에게 그려주는 초상화인 샘이다.
이쯤 보니 배도 고프고 커피도 땡겨서 잠시 나왔다.
후텁했던 뉴욕의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진데다 실내에서 내내 강한 에어콘 바람을 쐬었더니 너무 얼어서 의자를 끌어다 해 나는 곳을 따라다니며 해바라기를 했다.
앞에 조엘사피로의 작품으로 보이는 조각품이 "안녕" 하는 것 같아 입가로 미소가 올라왔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