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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May 13. 2024

레오폴트 미술관 (Leopold Museum) #1

오스트리아의 국민화가 클림트와 에곤실레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

작년 가을 IFA 출장 후 이틀을 내어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렀었다. 그때 빈의 여러 훌륭한 미술관을 방문했었는데 굉장했던 빈미술사박물관에 대해 때에 맞추어 포스팅을 한 후 현생과 번아웃이 겹쳐 휴직을 한 이제사 작년 9월로 돌아간다.


레오폴트 미술관에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클림트와 에곤실레의 작품이 많다. 클림트의 불후의 <키스>작품이 벨베데레 궁전에 영구전시되다 보니 소장수와는 별개로 벨베데레하면 클림트를 떠올리는게 되는데 레오폴트는 전세계적으로 에곤실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면서 레오폴트 하면 실레를 떠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레오폴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었다. 하여 레오폴트미술관 1편에서는 클림트와 눈에 띈 아티스트 및 가구, 공예품에 대한 글을 2편에서는 에곤실레에 집중한 글을 쓰려 한다.


레오폴트 미술관은 빈 미술사박물관 길건너 3분거리에 있다. 빈미술사와 레오폴트를 하루에 다 보는 것은 절대 권장하지 않지만 (나는 빈 미술사만 온전히 이틀을 보고도 아쉬웠다) 시간이 없다면 동선상으론 이 두 미술관을 이어 붙여 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레오폴트 미술관  - Museumsplatz 1, 1070 Wien,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 Maria-Theresien-Platz, 1010 Wien, 오스트리아


근현대미술위주의 작품을 보유한 것과 어울리게 모던한 미술관건물이다. 광장도 넓고 광장 앞에 너른 카페도 있어 미술품 보고 차한잔 즐기기에 아주 좋다.


클림트 <Death and Life (죽음과 삶)> 1910/11, reworked 1911/13 & 1916/17


어마어마 하다.


삶은 환하고 죽음은 어두운데 삶 옆에 죽음은 언제라도 삶을 거뒤드릴 양 가깝다. 아무리 삶이 견고하고 아름다워도 죽음 앞에 순식간에 무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십자가로 무장하고 잔인한 웃음을 해골 뒤로 숨긴 채 삶을 시시각각 노린다. 상대적으로 삶은 너무나 평온하여 한마리 맹수 앞에 무방비로 놓인 양떼들 같다.


죽음과 삶이 캔버스에서는 1:2비율로 죽음의 비중이 작지만 그 강렬함은 삶을 능가했다. 색채도 스토리도 구성도 대비도 완벽하다.


타이틀이 왜 삶과 죽음이 아니라 죽음과 삶인지 수긍이 되었다.


작품 앞에서 계속 서성이니 외쿡인 여성분이 서보라고 했다. 뻐얼쭘허다;;


대작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도 이 작품은 대작이어야 했다. 내 키로 가늠하니 가로 세로 2m X 1.5m는 될 것인데 이리 대작이어야만 죽음과 삶에 대한 몰입과 경외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클림트 <Altar of Dionysus> 1886

클림트의 비교적 초기작품


여성을 독특하게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기로 클림트만한 화가가 또 있을까


클림트 <Litzlbergkeller> 1915/16

클림트인가 실레인가 잠시 망설였던 작품

실레가 클림트보다 한참 후배이니 실레가 클림트의 이런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클림트 <On Lake Attersee> 1900

이번엔 클림트인가 모네인가 망설였던 작품

클림트는 인상주의적 자질도 가지고 있었다.


클림트 <Schubert at the Piano (Study)> 1896

클림트가 슈베르트를 그린 작품

클림트보다 50여년전 같은 빈에서 활동하였던 분이라 그림의 소재로 삼기에 적절했을 것이다.


클림트의 전형같은 여성들에 둘러쌓인 슈베르트도 클림트와 마찬가지로 여성과 많은 관련이 있었던 것인지 클림트의 성향에서 나오는 것인지...


클림트 <Philosophy, Faculty Painting for the University of Vienna> 1900-1907
클림트 <Medicine, Faculty Painting for the University of Vienna> 1900-1907
클림트 <Jurisprudence, Faculty Painting for the University of Vienna> 1903, Final version 1907

클림트가 빈대학의 천장에 <철학> <의학> <법학>을 상징해 그렸다는 그림의 복제본. SS(히틀러 뭐시기 일 것)의 방화로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남아 있었더라면 얼마나 근사했을까... 각종 상징과 스토리가 넘쳐나는 그의 예술세계를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다.


언젠가 책으로 이 그림에 대해 접하고 방화되 사라진 것에 많이 아쉬웠는데 그 때 작은 책의 흑백사진으로 본 것보다 복제본이나마 이렇게 대형벽면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채워 전시되 있어서 그 당시 느낌에 조금이나마 근접할 수 있었다.


Carl Moll <Twilight> 1902
Carl Moll <Forest Pond with Water Lillies> 1900

오스트리아 출신의 칼 몰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인상주의와 사실주의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한 작품이었는데 일상에 있을 듯하나 없는, 없는 듯한데 있을 그런 자연의 독특한 느낌을 담아내었다.  


아름답다.   


쿠르베 <Costal Landscape> 1866

단정하니 그의 특색이 잘 나타난 쿠르베의 작품  


Theodor von Hormann <Flower Market at La Madeleine IV> 1889
Theodor Von Hormann <Summer in the Garden, Znojmo> 1893

테오도어 폰 회르만이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툭툭 얹어 놓은 붓질로 이리도 정교하게 사물 묘사를 가능케 하는지 신기했다. 본인 스스로가 이런 붓질에 능함을 알기에 색색의 꽃시장, 화려한 정원을 선택해 그 기량을 맘껏 뽐낸 느낌이다.


집안에 두면 1년내내 지루하지 않은 화사함과 생동감을 선사할 듯한 작품

테오로어 폰 회르만, 잔 붓질로 빛과 색을 잘 표현하는 작가로 기억한다.




레오폴트는 공예품, 가구 전시도 수준급이다.  

빈미술사박물관에 있는 각종 공예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 모든 것들이 합스부르크의 약탈품이라 하더라도 (전부 약탈품이라는 이야기 아님) 그 안목조차도 범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레오폴트의 이 공예품들을 보고 있으면 오스트리아 인들의 안목과 취향, 자질과 품격은 그냥 이들의 DNA인가 싶을 정도다.


Koloman Moser 作
Josef Hoffman 作
Otto Wagner 作

가구들은 앤틱과 모던함의 중간쯤에서 현대인들이 바라보기에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아트작품과 콜라보한 적절한 전시스킬도 뛰어났다.  


그림뿐만 아니라 가구와 장식품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레오폴트는 빈미술사 못지 않은 보석같은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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