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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Aug 07. 2024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 #1

고흐의 인물화 중심으로

대학생때 한달이 넘게 유럽 배낭여행을 했을 때 이곳 네덜란드에 도착해서는 풍차를 보겠다고 잔세스칸스로 직행했었다. 그때 중앙역에 내리니 고흐미술관을 알리는 광고물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언젠가 다시 오께, 지금은 풍차를 봐야겠어~!" 라고 친구들이랑 의기투합했던 기억이 있다.


바닥에도 막 앉던.. 청춘이구나


그 미술관에 20여년만에 왔다!


      

반고흐미술관은 기대를 좀 했다. 작가의 주요작품이 작가의 이름을 단 미술관 보다 타 미술관들에 더 많이 걸려있는 것을 봐왔는데 고흐는 '비교적' 그렇지 않다는 평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생존에 이미 유명해지면 작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경우가 많고, 사후에도 전세계로 판매에 재판매가 이뤄지며 흩어지기 마련이다. (예를들어, 피카소 미술관엔 피카소의 대표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고흐는 생존에 단 1작품만 팔렸고, 남은 작품들은 동생 테오의 부인인 안나와 그 아들이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인정받기를 기다리며 상당부분 팔지 않고 지니고 있었다. 이 작품들이 고흐 미술관을 세우는데 기반이 되었고.


(내가 안나라면.. 같은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부분)

(이런 생각들은 모아서 다른 글에서 써야겠다)

안나와 테오


고흐 미술관은 만족스러웠다. 그의 대표의 대표작들이 전세계에 퍼져 있어도 또 다른 대표작들이 고흐미술관을 든든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Van Gogh's Models

고흐가 모델로 많이 그렸던 사람들

주로 농촌의 인물들이다.

Jean-Francois Millet <Girl Carrying Water> c. 1855-1865

위 그림들이 고흐의 작품들은 아닌걸로 기억한다. 그중 대형그림 오른쪽 하단의 이 그림은 밀레作이다.



Head of a Woman 이거나 Head of a Man 인 그림들 1884~1885 사이에 그렸다.

고흐가 1884~5년경 사람들의 얼굴 연구를 위해 그린 그림들

윗줄 가운데 여인이 책에 많이 등장한다.


<The Potato Eaters> 1885

그 유명한 감자먹는 사람들


이런류의 그림은 고흐의 10년여 화가로서의 삶 중 비교적 전기의 작품인데 가난한 농민들이 수고스러운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소박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애잔하다.   


이렇게 어두운 색감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서 후에 노란색을 비롯한 형형의 색들을 구사하는 쪽으로 변환된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그러한 화려함이 그의 심리가 밝고 행복해서가 아니었던 것은 안타깝지만



<자화상> 1886
<자화상> 1886
<자화상> 1887
<자화상> 1887
<파이프와 밀집모자를 한 자화상, Self Portrait with Pipe and Straw Hat> 1887
 <Self Portrait with Grey Felt Hat> 1887

고흐 미술관은 1886~1887 사이의 자화상을 다수 가지고 있다.


자화상을 많이 그린 또 다른 작가인 렘브란트는 그의 젊은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자화상에 세월과 함께 희노애락을 담았다. 그래서 그의 자화상은 자서전이라고 평가되는 것이고.


그런데 고흐의 자화상엔 희나 락이 없다. 복잡한 붓터치가 그의 마음속을 보여주는 듯한데 전반적으론 그저 무표정한 모습으로 캔버스 밖을 바라볼 뿐이다. 그의 장식품이라곤 나름 멋을 낸 수염과 가끔씩 쓰는 모자와 파이프 정도.



John Peter Russell <Portrait of Vincent van Gogh> 1886

다른 작가가 그린 고흐


여기서도 꾹 닫은 입에 웃음은 없지만 고흐보다 디테일한 작업스타일로 고흐의 실제 모습을 좀 더 객관적으로 상상하게 해주었다.



<Head of a Man> 1885

남자의 옆얼굴에 대한 연구



<Courtesan (after Eisen)> 1887

고흐도 일본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일환으로 일본 게이샤의 모습을 그렸다. 직접 게이샤를 본 것이 아니라 일본 우드블록에 있던 것을 그린 것이라고



<Portrait of Camille Roulin> 1888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순위에 늘 드는 유명한 우체부 조셉 룰랭을 그린 것처럼 그의 아들도 이렇게 그려주었다. 조셉과 우정이 깊었던 고흐는 그의 아들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도 그려주었는데, 테오 외에 고흐가 좋은 연을 맺고 산 이웃을 보니 마음이 흐뭇해지는 거...



<The Reaper (after Millet)> 1889

밀레를 좋아해 밀레를 추종하는 그림을 그렸던 고흐


고흐 속에 밀레가 보이는 그림들이다. 초기 <감자먹는 사람들>보다 한층 밝아진 분위기로 표현된 농촌 사람들이라 보기가 훨씬 수월하다.  


[참고사진] <씨뿌리는 사람> (좌) 밀레, (우) 고흐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도 고흐로 와서 다시 그려졌는데 이 그림도 참 좋아한다.



폴 고갱 <에밀 베르나르의 초상화가 있는 자화상, Self-Portrait with Portrait of Emile Bernard> 1888

고갱이 동료화가인 에밀 베르나르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그린 자화상


Emile Bernard <고갱의 초상화가 있는 자화상, Self Portrait with Portrait of Gauguin> 1888

이번엔 고갱의 초상화를 배경으로 에밀 베르나르가 그린 자화상  


고갱이나 베르나르 모두 스스로의 자화상엔 공을 들였고 벽의 친구 초상화엔 힘을 뺐다(?) ㅋ


이 그림은 원래 고흐가 고갱과 베르나르에게 서로의 초상화를 그려주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성사된 것이라고


결과는 각자의 자화상을 그리고 상대는 액자속에 박아 버렸다만 ㅋ


이 당시까지만 해도 고흐는 동료들과도 잘 지내면서 위트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나 보다.



Paul Gauguin <Vincent van Gogh Painting Sunflowers> 1888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는 고흐를 그린 고갱


당시 고흐는 해바라기를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그림은 고갱이 상상해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고갱이 고흐를 그렸는데 고갱 자신을 닮은 거 같아...



고흐미술관은 중앙이 뻥 뚫린 개방감으로 좋았는데 천장쪽 벽면에 고흐의 작품으로 미디어 아트를 하고 있어 보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고흐미술관 내부에서 코앞에 있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이 보인다.  도보 3분 거리이다.



이번편은 고흐미술관의 인물화 위주, 다음편엔 인물화를 제외한 작품들로 포스팅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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