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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보를린덴(Museum Voorlinden) #2

리처드 세라 편

by 미술관옆산책로

보를린덴(포를린던) 뮤지엄에 대한 나의 감동과 애정은 1편에서 이미 드러냈는데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리처드 세라


RM이 그의 예술적 솔로 앨범인 인디고를 내고 LIVE 영상을 뉴욕의 디아비컨(Dia Beacon)에서 찍었을 때 남준이 뒤로 광활한데 우아하고 무거운데 유연한 강철 조각품을 보고 경탄했었다.


저 작품을 보고 싶다...


너무 멀지 않게 뉴욕을 가게 되면 저 쇠덩이를 보러 가야지, 뉴욕 센터럴역에서 기차를 1시간 타고 불편하지만 꼭 가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https://youtu.be/gduuajhODOU?si=hKTk3xnm2_1MTcLU

*9:27부터 리처드 세라의 작품이 나옵니다



그 작품이 내 앞에 갑자기 펼쳐졌다.

예상치 않아서 더 놀랬고 기대치 않았으니 더욱 감동적이었다.


남준이의 라이브속 리처드 세라의 작품은 어둡고 깊은 심연같은 모습이었는데, 내 앞의 그것은 미술관의 분위기를 따라 밝고 환한 모습으로 그 자태를 선명하게 드러내 더욱 좋았다.



SE-9cf5ac5c-5469-11ef-868d-2b4ba24913ab.jpg?type=w1 <Open Ended> 2007-2008

작품명 <Open Ended> 2007-2008


일단 외형적으로 너무 아름답다.


육중한 쇠를 종이 다루듯 유연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찾아 겹겹히 세워 만든 미로같은 작품이다. 미술관은 관람객들을 위해 2층 난간을 만들어 여기로 올라가면 전체를 조망 할 수 있게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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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비컨의 어둡고 묵직한 공간이 아니라 이렇게 밝고 야외와도 연결된 공간이다 보니 아이들도 서스름 없이 뛰어다니며 작품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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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면은 볼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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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은 오목하다.


그 균형도 좋거니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양의 철을 녹여 작가가 원하는 방식의 유연한 강철 곡선을 만들었을까


무두질을 한 자국은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평평한 곡선을 만들어내는지 T와 F가 반반섞인 나는 내내 궁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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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지 말라거나 만지지말란 표시는 보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자기검열적 사고로 들어가면 안된다 생각했는지 내내 겉돌이만 하며 좌우로 보고 위로 올려다 보고 앉아서도 보고 그러는 와중에 안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봤다.


오호라~ 들어가도 되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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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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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이렇다. 아주 좁고, 성인 한명이 조금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정도?


안에서 소리를 내면 기분 좋은 울림이 발생하고 밖에서 보던 같은 강철인데도 안에서, 그리고 양쪽으로 좁게 마주하는 철의 물성이 압도되는 듯하면서도 포근하다. 위가 뚫려 있어 안도감 같은 것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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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특성상 빛이 잘 들어오니 한쪽은 빛을 받아 철 자체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시야로 들어오고, 다른 한쪽은 짙은 그림자로 한층 무겁게 내려앉아 독특한 대비를 이룬다.


리처드 세라 <Open Ended> 2007 - 2008


자박자박 걷다보니 오목하고 볼록한 철이 수직으로 서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조금씩 한방향으로 기울었는데 별도의 외부 지지대 없이 서로를 의지해 중심을 잡은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 육중한 철을 지지하기 위해 다른 더 육중한 것을 들여오거나 천지사방에 와이어가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 그들 끼리의 힘의 작용, 반작용이 결합된 아름다운 현장이다.


예술과 수학은 닿는다. 그리고 이 두 순수학문이 잘 조합됬을때 인간이 받는 감동은 한쪽만으로 이뤄진 예술적 성취보다 뛰어나다.


제임스 테럴이 그렇고 올라퍼 엘라이슨이 그러하며 우고 론디노네 또한 그러하다.


늘 느끼지만 대단한 예술가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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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표기가 이렇게 되어있다.



이제는


Richard Serra (1938-2024)
Open Ended, 2007-2008


로 바뀌어 져야 하는 구나..


작년 초 리처드 세라의 부고 소식은 새삼 마음이 쓰였다.


Rest in Peace

고이 잠드소서




리처드 세라를 품은 포를린덴은 외부 정원도 어쩌면 공원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만큼 광활한 자연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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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는 이리 단촐하게 생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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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따라 걸어가기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기에도 적절한 거리를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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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작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바로 뮤지엄이 나온다.


여기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뮤지엄 별관동 식당이었는데 다음엔 오전 오픈시간에 가서 먼저 브런치를 하고 전시를 봐야지.. 다짐했다.


전시가 워낙 훌륭해 정신빼고 하루 종일 있다가 커피가 너무 고파 잠시 나왔더니 (뮤지엄 재입장 가능) 줄이 너무 어마어마 해 포기. 뮤지엄의 재미 중 하나가 뮤지엄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잠시 쉬는 건데 그걸 못했지만서도 안먹었는데 먹은 듯 이미 훌륭할 거 같은 아우라였다.


안에서 드시고 계시는 분들 부럽부럽 했거들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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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입구


광활한 정원을 바라보고 정면에 입구가 있는게 아니라 뒷면에 입구가 있다.


오픈시간보다도 20분전인가 갔더니 그리 많진 않았지만 나보다 부지런한 10여분의 관람객들이 이미 삼삼오오 줄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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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을 다 보고 나왔을 때의 모습


어마어마 하죠?


비가 온 뒤라 깨끗한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이미 다했지만 초봄의 푸릇한 관리 잘된 잔디와 뒤편 포를린던 소유의 숲으로 이어지는 경계의 수직으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조화로웠다.


좋은 계절에는 숲속과 정원 곳곳에서 야외 조각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다음엔 아름다운 정원조각도 보러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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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갔던 길을 돌아 나오는 길목 길목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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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사서 잠시 앉아 쉴 공간도 있으니 담엔 이것도 해봐야지


포를린던은 우연히 마주한 리처드 세라의 작품때문에 우선 너무 좋았고 1편의 안목높은 컬렉션들 때문에도 더욱 좋아졌는데 이 무심한듯 정갈한 자연이 또 화룡점정이다.


인생 뮤지엄 아닐리 없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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