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름 키퍼 편
안젤름 키퍼는 국내 타데우스로팍에서 처음 마주하고 샌프란 현대미술관(SF MOMA)에서 그의 대형전시를 마추쳤었다. 그가 재료를 두껍게 다루는 솜씨와 국가와 전쟁을 재현하는 방식이 좋았다. 이번에 포를린던(보를린덴)에서 그의 기획전을 마주했는데 그의 예술적 고민인 거대한 국가적 담론뿐 아니라 작은 일상의 소재도 부드럽고 유연하게 다룬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자주 사각의 대형 캔버스에 그려낼 때 활용하는 재료와 색감을 이리 바닥에 펼쳐 놓으니 스산했던 계절이 따뜻한 가을로 치환되는 느낌이다.
(처음 키퍼의 작업을 보시면 '이게 따뜻하다고?' 하실 수 있음 )
이렇게 느낌이 달라지다니
너무 따뜻(?)하잖아
가까이서 보면 건조하고 깡마른 이름 모를 식물들을 구현했는데 밝은 전시공간에 단독으로 펼쳐져 있으니 건조함 속에 따뜻한 생기가 배어 나왔다.
이것들이 가을과 겨울을 잘 보내고 나면 돌아올 봄에 파란 잎을 내고 노란 꽃을 필 것 처럼...
독일어 타이틀 타이핑하려니 사진으로 남김는 것이 나을 듯함
전시장 초입에 걸려있던 그의 시그니쳐 같은 작품 스타일. 이런 작품만 주로 보다 전시장 한 공간을 털어 황금빛으로 수놓은 식물은 왜인지 따뜻하고 폭신했다.
재료를 잘 다루고 물성에 대한 이해가 높다보니 책인듯 아닌 듯 책같은 작품이 나왔다. 분명 철이거나 비슷한 류의 금속인데 이렇게 얇게 펴고 또 자연스레 구부려 종이의 질감을 나타냈다.
종이를 재현했지만 종이라면 이런 매트하고 세련된 느낌이 나지 않을 것인데 금속으로 만들어 놓으니 저세상 느낌이다. 결을 따라 자연스레 부식된 형태때문에도 더욱 톡특하고 기묘하게 세련된 작품
두개의 자전거 작품도 좋았다.
하나는 갈색의 벽돌을 가득 실었고 다른 하나는 편지인 듯 서류인듯 종이뭉치를 실었다(종이뭉치는 실제론 벽에 붙어있음). 지금도 달릴 듯하지만 자전거에 이것들을 싣고 시골길을 달렸는데 사람은 사라지고 세월만 한참 흘렀나 보다.
작품에서 영원성이 보였다.
<해바라기>를 표현한 두개의 작품
하나는 노란톤으로 다른 하나는 화이트와 블랙톤인데 꽃에서 수분을 쭉 당겨 진공상태로 만든 듯 생기없는 메마름 속에 그 본연의 물성만 남은 듯했다.
블랙옷을 입은 흰색 머리의 여성이 해바라기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갸웃한 뒷모습이 연출한 마냥 인상적이었다.
안젤름 키퍼는 지도를 자주 사용하다. 이번에도 그러한데 지도안에 표시된 여러 숫자들이 전쟁중의 어떤 표현방식 같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 남성도 앞의 여성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의 타데우스에서도 샌프란 현대미술관에서도 키퍼의 작품은 주로 사각의 회화였고 샌프란모마가 전투기처럼 그가 자주 선택하는 소품들을 전시했던 기억인데 포를린던은 이렇게 다양한 키퍼의 조각, 설치작품 컬렉션을 맘껏 볼 수 있게 해주어 훨씬 기억에 남았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고철, 납, 낙엽, 짚, 점토등이 캔버스를 벗어나니 여러 사물과 만나 다양한 형태와 감각과 정서들을 뿜어냈다.
그는 스케치 작품도 종이나 캔버스가 아닌 독특한 재질에 남겼는데 이를 묶어 앨범식으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이것도 재밌었고
안젤름 키퍼가 재료를 태우고 만지며 작업을 하는 사진이 리플렛에 실려있었다. 연금술을 이용해 납에서 금을 추출해 사용한다던가 산을 금속에 부어 질감을 변형한다던가 한다. 변형(Metamorphosis)과 전환(Transformation)은 키퍼의 주된 작업 방식이다
그는 이를 통해 영원성(Eternity)에 집중한다. 인상적이다.
작가는 주제는 무겁고 딱딱하지만 누군가 다뤄야할 주제를 기술적으로 세련되고 묵직하게 대중 앞에 내놓는다. 그의 주제의식을 좋아하면서 이번에 본 여러 소품들때문에 작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많이 봐서 감동이 줄어들 순 있지만 많이 봤더니 그에 대한 존중감은 더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