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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열린 공간의 해변 조각공원

Museum Beelden aan zee

by 미술관옆산책로

이번 네덜란드 미술관여행에서 암스테르담보다 헤이그를 더 많이 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헤이그에 호텔을 잡을걸 그랬나, 생각할 정도다. 미리 정하고 온 3개의 미술관(라익스뮤지엄, 반고흐미술관, 마우리츠하위스 뮤지엄)을 다 보고나선 그때그때 구글링을 통해 어딜 갈지 정했는데 그렇게 해서 걸린 곳 중에 하나도 이 해변조각공원


네덜란드어론 Museum Beelden aan zee인데 번역기를 돌려보면


한국어로는 이미지 아 바다

좀 불충분하여 영어로 돌려보니 Images aan sea


결국 바닷가의 이미지들이란 소리인데 그러다보니 작품의 특성을 감안하여 해변조각공원이라는 뜻은 정확하나 다소 촌스런 번역을 누군가 한 것이 그냥 이용되는 듯했다.


Beelden aan zee를 다 보고 나니 더더욱 좋은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이 더 잘 올 수 있을 텐데... 그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홈피]

https://www.beeldenaanzee.nl/en



마우리츠아하위스랑도 가까운 Beelden aan zee 뮤지엄은 헤이그역에서 버스를 한번 더 타고 이동한다. 멀지 않고 버스타기도 쉽다.



미술관을 다 보고 바닷가쪽으로 나와야 볼 수 있는 이 작품이 내가 이 미술관을 가야겠다, 결정하게 했다.

(이 작품만 보려면 뮤지엄 티켓을 안사도 된다는 얘기)


해변을 바라보고 고독하게 아니 고고하게 서 있는 작품


갈대와 들풀 속에 부러 만들어둔 작품이 아니라 어느 고대 왕가에서 만들어진 마스크가 수천년을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고 그 자리에 누워 시간을 견딘 듯한 느낌을 준다.


바람에 따라 자유롭게 흔들리는 수풀이 세월도 시간도 자연도 완벽하게 재현해 주는데 청동으로 만들어져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레 생기는 초록의 녹도 그 모습 그대로 좋다


미술관의의 길고 높은 담벽 위에 자리 잡아 앞으로도 무수한 시간을 그렇게 아래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인간들과 눈한번 마주쳐 주지 않고 은연한 세월을 보낼 것 같다.



미술관입구는 찍었고


미술관 전경은 홈피에서 캡쳐했다


미술관은 이렇게 현대적 건물로 세련되게 지어져 있다.


갔을 때는 Tom Classsen이라는 네덜란드 작가의 기획전이 메인이고 다른 작가의 작은 기획전과 상설조각품들이 전시되 있는데, 너무 다양한 작가의 너무 많은 작품보다 한 두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어 초면의 작가지만 해당 작가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흡수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하늘과 자연의 빛을 그대로 끌어들인 전시장의 메인홀은 Tom Claassen 작가의 작품들로 여유롭게 채워져 있었다.


작가는 희비극적이고 만화적인 동물 모양을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 공공장소에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보니까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다.



화물용 나무상자와 받침대를 이용한 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동물이겠지? 그럼 곰?


네마리 정다운 토끼류


Hijmans en Heijimans라는데 소재 미쳤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대형 버팔로

그 앞에 토끼는 기세싸움 하는 듯


(토끼야 너 그라믄 앙대 ㅋㅋ)



벽선반에 무언가 올려져 있는 것을 취향상 좋아하니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쁜 조각품


히포인가 했는데, 꼬리를 보니 쥐다 ㅋ


이래 보니 명확하게 쥐 ㅋ


얘는 강아지 같은데?


하하 재밌네 ㅋ



Little Rake라는 펠리컨을 닮은 새라고


목을 쭉 늘려 만든듯 희화적이닷 ㅋ



꼬리가 동그란 토끼는 유리밖 고릴라(?)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너네 춥니? 덥니? 너넨 둘이라 좋겠다



전시장은 넓게 보면 이렇게 생겼다. 하늘이 보이는 유리천장에 천고도 높고 공간도 뻥뚫려 자유도도 높다.


이러니 이리 귀엽고 예쁜 각종 동물들이 자유분방하게 뛰노는 느낌이 나지



야외 테라스 공간에도 대형 토끼가 설치되 있어 더 자유로운 느낌이 난다.




밖으로 나가면 상설 야외조각전시장이 나온다. 건물의 콘크리트와 구름 뭉게한 하늘과 잘 어울린다.


블로그 제일 앞에 다뤘던 청동 마스크로 갈 수 있나 했는데 그건 안되고 미술관 내 조각작품들까지만 접근 할 수 있다.


Arther Spronken <Monument Royal Family> 1994-1996

호위를 하는 듯한 높은 기둥에 그보다 낮은 단을 두고 로열패밀리의 두상을 올려두었다. 관객을 바라보지 않고 저들끼리 바라본다.


그들만의 결속, 강한 유대감 같은 것이 엿보였다.



Arie Teeuwisse <William of Orange (Portrait princes Maxima)> 2008

역시나 이번에도 벽선반에 올라타고 있는 기마조각품

이번엔 낮게 설치되 있어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더 어여쁘다.



야외전시장도 세개 층에 펼쳐지는데 이렇게 광활한 맛이 있다.


우연히도 태양을 향해 두팔을 잔뜩벌린 조각품이 인상깊다.


야외공간에는 섹슈얼한 작품들이 꽤 있었다.



Nic Jonk <Sirens> 1971

쭈욱 올라오면서 보니 탑층이 내취향이다


멀리서 보니 파도처럼도 보이고 군무처럼도 보이는데 무엇이건간에 조각으로 이런 대단한 율동감을 표현하다니... 놀랍다.


제목을 보니 <Siren>

뱃사람들을 홀려 죽게 만든 바다의 여신 혹은 마녀


가까이 보니 인어의 모습이 명확히 보여 고개가 끄덕여졌다.



Iris Le Rutte <Daphne> 2008

탑층에서 가장 사랑한 작품


Daphne, 다프네구나...

아폴론으로 부터 도망치다 끝내 나무가 되버린 아름다운 여인


고전 회화에서 표현되는 다프네는 거의 뛰어가다 나무가 된 모습이었는데 청동으로 재현하며 똑바로 세웠다. 거의 정중앙을 맞추고 좌우, 상하 정확한 비례를 적용해 단정하고 엄격하다.


그것이 또 매력적인 작품



키키 스미스가 떠오르는 특이한 자세의 여인상과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남성상


밝고 경쾌한 조각품들보다 무겁고 어두운 작품들이 많았는데 야외고 바닷가고 하늘이 맑다 보니 오히려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인식되는 재밌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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