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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과 비르투오지 공연

by 미술관옆산책로

1달 여 전 정명훈 지휘의 브람스 교향곡 III, IV번 공연을 본 후 정마에가 내년 라 스칼라로 떠나기 전 공연을 하나 더 보고 싶었다. 이리저리 뒤지니 예당에서 이번엔 지휘가 아닌 피아노연주가 있다. 그러고 보니 정트리오 중 정명훈은 지휘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전 피아니스트였다.


이번 공연은 정명훈의 피아노 단독공연이 아니라 비르투오지 공연, 그 중 피아노 파트를 정마에가 담당했다.


*비르투오지(Virtuosi)는 이탈리아어 'virtuoso'의 복수형으로, 음악 분야에서 고도의 기교를 가진 거장 연주자들을 의미합니다. 주로 챔버오케스트라나 앙상블 형태로 활동하며, 클래식 음악의 대가들을 지칭


각 악기의 베스트 기량을 뽐내는 연주자들과 정명훈의 지휘가 아닌 피아노연주의 콜라보는 심히 기대가 되었다.


정명훈과 비르투오지
2025. 7.3 (목)19: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은 훌륭했다.


예상했지만 감동한 정마에의 연주


특히 <송어>의 4악장, 폭풍처럼 몰아치는 부분을 라이브로 들으니 더욱 전율이다. 젊은 연주자들과 강약, 완급 조절이 완벽하고 너무 쉽게 피아노를 다루는 품이 대가의 수준을 가늠케 했다.


더불어 음악으로만 들을 때는 감각하지 못했던 첼로의 연주가 눈에 들어 오면서 소리가 도드라졌다.


피아노는 당연하고 수려한 첼로연주가 일품인 것이 <송어> 작품이구나...


오늘 책을 보다 알았는데 보통 피아노 5중주는 피아노에 제1,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편성하지 더블베이스는 자주 활용되진 않는데 <송어>는 더블베이스가 편성된 곡이라고 한다.


슈베르트 시대 피아노5중주 구성 그대로 이번 공연도 더블베이스를 편성한 공연이라 더 좋았다. 난 저음 현의 소리를 좋아한다.


프로그램 중 클라리넷 독주와 클라리넷 트리오를 통해 클라리넷 악기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간 좋은 기회였던 것도 짚어두고.



이런 실내악들은 앵콜공연도 하더라


박수가 끊기지 않자 마지막 프로그램곡을 연주했던 연주자들이 다시 나와 짧게 <송어> 4악장의 2분여를 연주했다. 아주 깔끔하고 경쾌한 앵콜 공연이다.


하루인가 지나 남준이가 인스타에 정마에와 박찬욱감독과 함께한 사진을 올렸다.


남준이도 왔구나~

자꾸 동선이 겹친다 남준아~~




[작은 에피소드]


이날 계획은 미팅을 6시에 신사에서 끝내고 6시반에 예당에 도착해 30분여 요기를 하고 30분안에 표를 지류로 바꾸고 화장실을 가고 그렇게 준비하다 공연을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미팅이 6시반에 끝나는 바람에 요기를 할 시간이 날라갔다. 배가 고프면 공연에 집중이 안되니 편의점에서 오랜만에 삼각깁밥과 생수를 사서 가방에 넣어 시간이 비면 먹고 아니면 말자.. 생각했는데 도착해 표를 바꾸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좌석을 확인하고 나니 10분 남았다. 안정권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예당 넘어 산을 바라보고 서서 삼각깁밥을 오물오물 먹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았다. 나는 이날 일을 열심히 했고, 생활권안에 최고의 공연장이 있고, 보고 싶은 공연을 보기 위해 저녁을 간단히 떼우고 잠시 쉬며 바라보는 초록의 바깥 풍경이 좋았다. 5분여 조용히 요기를 하고 옆을 보니 한 청년이 나와 똑같이 서서 밖의 초록을 보며 초콜렛바로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그 청년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일을 마치고 뛰어와 간단히 요기를 하고 공연에 설레하는 마음이었으리라...


꽉 차고도 여유로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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