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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Oct 17. 2023

모란미술관 야외조각 전시장

날이 좋아 모든 것이 좋았다

[22.10.10 발행]




김아타의 <자연하다>를  보려 했다. 


봄부터 시작해 가을까지 하는거라 봄부터 주말계획을 세울때 넣었다 뺐다를 계속하다 가을이 와 버렸지만,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 1시간 반이면 가는 거리를 2시간 반이나 걸려도 흥얼거리며 도착했건만   


조.기.종.료. 


되었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는 아연해 졌다. 



이 아름다운 포스터는 그저 신기루로 남는건가요...

나는 저 아름다움을 못 보는 건가요...


김아타작가의 이번 전시는 자연에 캔버스를 놓고 그 변화가 내내 캔버스에 스미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다 보니, 유난히 날씨의 도움을 못받은 올해 여름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 


이제사 찾아본 홈피에 "9/7 조기종료"라고 나와 있다. 지금은 미술관내 전시도 정비중 이랜다. 


인생에 이런 날도 있지, 그런거지 뭐


이미 맛집 찾아둔 친구가 "만둣국 먹고 힘내요" 한다. 


정신차리고 생각해 보니 노회찬의원님 돌아가셨을 때 노의원님 묘역에 왔다가 모란미술관에 들른 기억이 떠올랐다. 마당에 몇몇 조각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거라도 보고 갈까, 마음을 토닥였다. 


그런데, 

그런데,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유홍준교수의 말이 실현되는 순간을 맞닥뜨렸다. 


기억 속엔 분명 아기자기 오종종한 야외 조각들이었는데, 미술을 알고 나서 마당에 들어서니 초장부터 최만린 선생님의 조각품이 똭!!!


음뫄, 여기 뭐지?? 


작품도 몇개 안됐던게 아니라 수십점이다. 


음뫄 x 2...


김아타 작가는 나를 이끌었을 뿐 오늘 나는 이 조각품들을 담을 날이었구나...



뒷마당엔 최만린 작가님의 작품이 널찍널찍 배치되 있다. 


성북동 최만린미술관에서 봤던 작가님 작품이 야외 미술관으로 옮겨지니 이렇게 장쾌해 지는구나

날이 좋으니 하늘의 도움도 받고 공기의 도움도 받고 나무의 도움도 받아 자연속 조각품의 아우라를 이렇게 뿜어 내는구나!!


나 갑자기 행복한 거...



앞마당에도 있고 메인 야외조각공원에도 있다, 최선생님 작품 


어떤 연이 있으신건가? 

최선생님과 모란미술관... 



최선생님 작품 가까이 한마리 개가 있다. 개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보니 돼지 같기도 하다. 안쓰는 총구를 활용해 코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개는 개다. 척추도 자전거 - 총구가 등장하다 보니 척추도 탱크 바퀴 것에서 온건가 싶었다 - 체인 같은 것으로 되어 있다. 


전쟁의 상흔이 세월과 함께 삐걱삐걱 할 것 같은 늙은 개의 모습이라 애처로움이 한가득이다.  




메인 야외 조각공원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사람들-오늘>이라는 작품이다. 무리의 사람들이 무거운 통나무 같은 것을 들고 있다. 그 통나무 같은 것은 그들의 얼굴이나 또 한편으론 그들의 고통이자 삶의 무게로 보인다. 참 잘 표현했다. 서도호의 <카르마>를 볼 때 같다. 


<사람들 - 오늘> 임영선, 1990



제목은 <부자>인데 어느 쪽이 아버지이고 어느 쪽이 아들인지 알수가 없다. 또~옥 같이 생겼다. 키도 같고 골격도 같다. 


아버지와 아들이 두팔과 손으로 가마를 짜고 단단히 앞으로 나아갈 태세다

왠지 결연하다. 




이런 작품 유형은 많은건가, 한 작가의 작품인가


양평의 어느 미술관에도 있고, 이번에 키아프 & 프리즈에서도 봤다. 매다는 물체는 달랐던 기억이다. 이번 키아프에서는 숯을 매단 것을 봤고. 


앞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나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야지...


우선 이 작품의 작가는 이재효


(나중에 찾아보니 양평의 어느 미술관이 바로 그냥 이재효 미술관, 이 작가의 미술관이다. 구하우스랑 묶어서 방문할 미술관에 저장~)




오늘의 픽이다. 

멀리서도 정겨웠고, 가까이 보니 더 정겨운 작품


제목이 <장날>이래서 갑자기 좀 불쌍해 졌는데...

한가족으로 태어나 우애있게 잘 살았는데 장날에 각각 팔려갈 걸 모르고 저렇게 오종종 잘도 따라간다.


에라 모르겠다.. 귀여우면 됐지 뭐 




그리고도 멋진 배도 있고, 이야기 하는 아낙들도 만나고, 영화 <듄>에 나올 것 같은 잠자리도 봤다. 김희수작가의 회화가 조각으로 구현되면 이런 모습일 것같은 가족 조각도 있고. 


볼거리는 너무 풍부하다. 

생각할 거리도 많다. 




표정이 너무 리얼하고 재밌어서 찍을수 밖에 없었던 이 작품.


<이대리의 백일몽>이다. 


철로 된 작품인데 표정이며, 날라가는 옷자락이며, 바람 맞아 올백이 된 곱슬머리며, 언뜻 보면 찰흙으로 쉽게 빚어 만든 것처럼 정교하고 생동감 있다. 작가이름은 기억을 못했는데 최근 조각에 흥미를 붙이고 있다니 블로그 선배분이 공유해 준 자료에 있는 작가 분이었다.  


구본주


볼 땐 몰랐고 글을 쓸 땐 알게 됐는데 요절 작가였다. 안타깝다. 좋은 작품을 많이 할거였는데...  

남아있는 작품들이 곳곳에 있다 하니 기회되면 찾아봐야지, 보면서 즐거워 해야지.


즐거우라고 만든 작품일 것이다 




제목 때문에 한번 더 보게된 작품


<오월>


우리에게 오월은 그 오월일 것이다. 

그 때 그 곳에 있는 우리들 중 누구의 모습일 것이고




거의 다 보고 마지막 쯤 오니 김아타작가의 캔버스가 보인다. 5월부터 거기 있었을 캔버스에 시간의 흔적이 있다. 모란이라는 미술관을 작품으로 담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보였다.


멋있구나, 이 사람들... 




나오면서 노회찬의원과 김근태선생님을 뵈었다.  


날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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